부동산·임대차

보일러 수리비 부담자, 민법 제623조엔 없다…조문이 정한 건 '상태 유지'

입력 2026.09.12. 오전 10:08

조문엔 보일러도 수리기한도 벌칙도 없어…대법원은 차임 지급 거절에 ‘한도’를 붙였다

전세나 월세로 사는 집의 보일러가 고장 났을 때 수리비를 누가 내는지는 민법 조문에 적혀 있지 않다.

임대인의 의무를 정한 민법 제623조는 항 번호 없이 한 문장으로 돼 있다. 조문은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한다.

이 문장에는 ‘보일러’라는 말이 없다. 수리비의 부담 비율도, 며칠 안에 고치라는 기한도, 고치지 않으면 얼마를 문다는 벌칙이나 과태료도 조문에 없다.

기준처럼 오르내리는 ‘소모품’과 ‘대수선’, ‘경미한 수선’이라는 구분도 제623조의 표현이 아니다. 조문이 정한 것은 목적물의 인도와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의 유지라는 두 가지 의무이고, 문장의 어미는 ‘의무를 부담한다’이다.

현행 민법에는 ‘시행 2026. 3. 17.’, ‘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일부개정’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다. 다만 제21454호가 고친 조문은 제1001조와 제1003조제2항, 제1004조의2, 제1008조, 제1010조, 제1115조로 제623조는 여기 포함되지 않는다.

제623조의 현행 문언을 만든 공포번호는 1958년 2월 22일 제정돼 1960년 1월 1일 시행된 법률 제471호다. 조문 하단에 후속 개정 표기가 없어, 제623조는 민법 제정 당시의 문장이 그대로 남아 있는 조문이다.

특약을 두면 어떻게 되는지는 다른 조문이 받는다. 제105조는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그 의사에 의한다고 정하고, 강행규정을 열거한 제652조에 제623조는 들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특약이 모든 것을 정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34692, 94다34708 판결은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임대 목적물의 파손·장해의 정도와, 면제되는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하지 않은 특약을 어떻게 해석할지를 다뤘다.

이 사건은 배관·보일러시설의 전면 교체와 거액의 수선이 쟁점이었고,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범위를 특정하지 않은 면제특약만으로 대규모 수선까지 임차인 부담으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

고쳐 줄 때까지 차임을 내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한도’를 붙였다. 대법원 2024. 9. 13. 선고 2024다256116 판결은 차임 지급의무가 목적물을 인도받았는지와 무관하게 임대차계약의 효력으로 발생한다고 하면서, 임대인이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지장이 있는 경우 그 지장이 있는 한도에서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상고는 모두 기각됐다.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6다227694 판결도 한도를 말한다. 제626조 제1항의 필요비를 임차인이 지출했는데 임대인이 상환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임차인은 지출한 필요비 금액의 한도에서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사건에서도 상고는 기각됐다.

임대인에게 잘못이 없으면 의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1다202309 판결은 임차목적물의 사용·수익상태 유지의무가 임대인의 귀책사유 없이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면해지지 않고, 임대인이 하자 발생 사실을 몰랐거나 임차인이 이를 알거나 알 수 있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일부가 파기돼 인천지방법원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상고는 기각됐다.

임차인 쪽에도 조문이 있다. 제634조는 임차물의 수리를 요하는 때에는 임차인이 지체없이 임대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임대인이 이미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를 뒀다.

제654조는 제610조제1항과 제615조 내지 제617조를 임대차에 준용한다. 준용되는 제610조제1항은 차주가 계약 또는 그 목적물의 성질에 의하여 정하여진 용법으로 사용·수익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수리가 시작된 뒤에도 조문이 따라붙는다. 제624조는 임대인이 임대물의 보존에 필요한 행위를 하는 때에는 임차인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제625조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의사에 반하여 보존행위를 해 임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 경우에 임차인에게 해지권을 준다.

비용은 제626조가 둘로 나눈다. 임차물의 보존에 관한 필요비는 지출한 임차인이 상환을 청구할 수 있고, 유익비는 임대차종료시에 그 가액의 증가가 현존한 때에 한하여 임대인이 상환하여야 하며 이 경우 법원은 임대인의 청구에 의하여 상당한 상환기간을 허여할 수 있다.

차임을 깎는 문제는 제627조가 다룬다. 임차물의 일부가 임차인의 과실없이 멸실 기타 사유로 사용, 수익할 수 없는 때에는 그 부분의 비율에 의한 차임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고, 잔존부분으로 임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결국 조문이 정한 것은 수리비를 낼 사람이 아니라 임대인이 유지해야 할 상태다. 고장의 원인과 규모, 계약에 어떤 약정을 뒀는지, 임차인이 통지를 했는지는 개별 사건에서 사실로 확정되는 부분이고, 법정 수리기한이나 제623조 위반에 따른 벌칙·과태료는 이 글의 확인 범위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참고 법령

  • 민법 제105조(임의규정)
  • 민법 제610조 제1항(차주의 사용, 수익권)
  • 민법 제618조(임대차의 의의)
  • 민법 제623조(임대인의 의무)
  • 민법 제624조(임대인의 보존행위, 인용의무)
  • 민법 제625조(임차인의 의사에 반하는 보존행위와 해지권)
  • 민법 제626조(임차인의 상환청구권)
  • 민법 제627조(일부멸실 등과 감액청구, 해지권)
  • 민법 제634조(임차인의 통지의무)
  • 민법 제652조(강행규정)
  • 민법 제654조(준용규정)

관련 법령: 민법 제105조 · 민법 제536조 제1항 · 민법 제610조 제1항 · 민법 제618조 · 민법 제623조 · 민법 제624조 · 민법 제625조 · 민법 제626조 · 민법 제627조 · 민법 제634조 · 민법 제652조 · 민법 제654조

관련 판례

대법원 94다34692 — 수선의무 면제 범위가 명시되지 않은 특약의 해석 (94다34708 병합)

병합 사건 94다34708과 함께 선고됐다. 범위가 명시되지 않은 수선의무 면제특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소규모 수선에 한정해 해석하고, 대규모 수선이나 기본설비의 전면 교체까지 당연히 전가하지 않는 취지다.

판결문 원문 (1994-12-09 선고)

대법원 2016다227694 — 필요비 상환과 차임 지급 거절의 한도

임대인이 필요비상환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임차인은 지출한 필요비 금액의 한도에서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 원문 (2019-11-14 선고)

대법원 2021다202309 — 사용ㆍ수익 상태 유지의무의 불면제

임대인의 귀책사유 없이 하자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사용ㆍ수익 상태 유지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고 봤다. 임대인이 하자 발생을 몰랐거나 임차인이 하자를 알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판결문 원문 (2021-04-29 선고)

대법원 2024다256116 — 사용ㆍ수익 지장과 차임 지급 거절의 한도

차임 지급의무는 임대차계약의 효력으로 발생한다고 봤다. 임대인의 의무 불이행으로 사용ㆍ수익에 지장이 있으면 그 지장이 있는 한도에서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 원문 (2024-09-13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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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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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법률브리프 에디터가 작성 및 검수하였으며, 일부는 AI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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