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에 ‘합의’는 없다…형법 제305조가 나눈 두 연령 기준
13세 미만과 13세 이상 16세 미만을 구분…제2항에는 행위자 ‘19세 이상’ 요건
미성년자와 합의한 관계도 형법 제305조로 처벌되나요?라는 물음은 먼저 조문이 무엇을 요건으로 적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형법 제305조는 ‘합의’나 ‘동의’를 처벌 배제 요건으로 적지 않고, 두 항에서 상대방의 연령과 행위자 연령을 구분해 두고 있다.
형법 제305조의 제목은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이지만, 조문은 모든 미성년자를 하나의 기준으로 묶지 않는다. 제1항은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경우를 정하고, 제2항은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자를 정한다.
두 항의 차이는 요건의 수에 있다. 제1항에는 상대방이 13세 미만이라는 연령 기준이 적혀 있고 행위자 연령은 따로 적혀 있지 않다. 반면 제2항은 상대방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이어야 하고, 행위자가 19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두 기준을 함께 둔다.
형법 제305조는 상대방과 행위자의 나이를 어떻게 구분하나요?라는 질문에 ‘나이 차이’가 아니라 조문에 적힌 연령 기준으로 답하게 한다. 제2항에는 나이 차이가 몇 살 이내이면 예외라는 문언이나 교제 기간을 요건으로 삼는 문언이 없다.
제305조 제1항과 제2항 어디에도 ‘합의’, ‘동의’,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말은 없다. 따라서 합의했다는 사정만으로 이 조문의 적용이 자동으로 배제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합의의 법적 효과는 구체적 사실관계와 함께 적용될 수 있는 다른 법률까지 구별해 판단할 문제다.
대법원은 1982년 10월 12일 선고한 판결에서 당시 제305조의 13세 미만 범위와 관련해 폭행ㆍ협박이나 위계ㆍ위력이 없어도, 상대방의 동의가 있어도 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 판결은 2020년 신설된 제2항의 19세 이상 요건을 판단한 것은 아니다.
제305조만 놓고 보면 제2항은 16세 이상인 사람을 문언상 포섭하지 않는다. 다만 이것이 다른 범죄 구성요건까지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폭행ㆍ협박, 위계ㆍ위력, 궁박한 상태의 이용, 성을 사는 행위 등 별도 사정이 있으면 각 법률이 정한 요건에 따라 다른 조문이 문제 될 수 있다.
형법 제305조에 해당하면 벌금형도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에도 제305조 자체의 액수만으로 답할 수 없다. 제305조는 독립된 법정형이나 범칙금을 두지 않고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제301조 또는 제301조의2의 예에 의한다고 정한다.
인용된 조문별 형은 서로 다르다. 제297조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제297조의2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정한다. 제298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인용 조문 가운데 벌금 선택형이 있는 경우다.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적용되는 인용 조문도 구분된다. 제301조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정하고, 제301조의2는 사람을 살해한 때 사형 또는 무기징역, 사망에 이르게 한 때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을 정한다. 제305조의 법정형을 하나로 합쳐 적을 수 없는 이유다.
미수범에 관한 제300조는 제305조에 직접 열거돼 있지 않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7년 3월 15일 선고한 판결에서 제305조의 ‘예에 의한다’는 문언에 미수범 적용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제306조는 2012년 12월 18일 삭제됐다. 현행 조문에는 고소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남아 있지 않아, 합의나 고소의 유무만으로 절차가 자동으로 끝난다는 식의 설명은 조문 문언과 맞지 않는다.
현행 제305조의 두 항 구조는 2020년 5월 19일 법률 제17265호로 만들어졌다. 기존 본문은 제1항이 되고 제2항이 신설됐으며, 같은 법 부칙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정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6월 27일 제305조 제2항 중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은 제2항 전체나 제305조 전체를 대상으로 한 판단은 아니다.
결국 제305조를 읽을 때에는 ‘미성년자’와 ‘합의’라는 표현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제1항의 13세 미만 기준과 제2항의 13세 이상 16세 미만 및 행위자 19세 이상 기준을 나누어 확인해야 한다. 적용되는 법정형도 제305조가 인용한 조문별로 구분된다.
참고한 법령과 조문
- 형법 제24조,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제300조, 제301조, 제301조의2, 제302조, 제305조, 제305조의2, 제305조의3, 제306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
관련 판례
대법원은 당시 제305조의 13세 미만 범위와 관련해 폭행ㆍ협박이나 위계ㆍ위력이 없어도, 피해자의 동의가 있어도 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 판결은 2020년 신설된 제305조 제2항의 19세 이상 요건을 판단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미성년자의제강간ㆍ강제추행죄를 규정한 제305조에 따라 미수범도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긍정했다. 이 판단은 제305조의 '예에 의한다'는 문언에 미수범 적용도 포함된다고 본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05조 제2항 중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은 제305조 제2항 전체나 제305조 전체를 대상으로 한 판단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