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을 포기하면 계약이 취소되나요? 법이 말하는 것은 ‘해제’입니다
계약금을 포기하면 계약이 끝난다는 설명에는 중요한 생략이 있습니다. 민법 제565조가 정한 말은 취소가 아니라 해제이고, 가능한 시점도 ‘중도금 전’ 같은 달력상의 날짜가 아니라 당사자 어느 한쪽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입니다.
민법 제565조 제1항은 매매 당사자 한쪽이 계약 당시 금전이나 물건을 계약금·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준 경우,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다면, 이행착수 전까지 교부자는 그것을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조문에는 계약금의 일정 비율이나 ‘계약 뒤 며칠’이라는 고정 기간이 없습니다. 민법 제565조
먼저 바로잡을 세 가지
1. 계약금 포기는 ‘계약 취소’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취소는 제한능력, 착오, 사기·강박 등 별도의 취소 원인과 취소권자를 전제로 하는 제도입니다. 취소된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봅니다. 반면 제565조는 계약금의 포기 또는 배액상환이라는 방식으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검색어에 ‘취소’가 들어가더라도, 계약금 조항을 읽을 때에는 이 구별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민법 제140조, 민법 제141조
해제권이 법률이나 계약에서 인정되는 경우,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 효력이 생깁니다. 따라서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을 상환한다는 사정과 해제 의사표시의 도달은 구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법 제543조, 민법 제111조
2. 핵심 시점은 중도금일이 아니라 ‘이행착수’입니다
제565조의 문은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하면 닫힙니다. 이행착수는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채무이행의 일부 또는 이행에 필요한 전제행위를 뜻하며, 단순한 이행준비와는 다르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입니다. 이행기 전 착수가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한쪽에게 기한의 이익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등은 함께 살펴야 합니다.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다256624 판결
이행을 요구하거나 잔대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행착수라고 볼 수 없다는 판결도 있습니다. 반대로 이행기 전의 행위라고 해서 언제나 이행착수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중도금 전이면 된다’ 또는 ‘소송을 냈으니 이미 늦었다’처럼 한 가지 표지만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다72274, 72281 판결, 대법원 1993. 1. 19. 선고 92다31323 판결
3. 수령자의 배액상환은 언제나 별도 의무라는 뜻이 아닙니다
제565조의 문언은 수령자가 ‘그 배액을 상환하여’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는 수령자가 그 방법으로 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이지, 모든 상황에서 교부물 배액을 별도로 부담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준은 실제로 교부된 계약금·보증금 등의 명목의 금전 또는 물건입니다.
상대방이 배액의 수령을 거절한다는 이유만으로 공탁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고, 배액의 이행제공이면 충분하다고 본 대법원 판결도 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해제 의사표시와 이행제공의 문제를 함께 다룬 것이므로, ‘공탁은 절대 필요 없다’는 일반 공식으로 바꾸어 읽을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다2151 판결
해약금 해제와 손해배상 규정의 관계
해제의 일반 규정인 민법 제551조는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가 손해배상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그러나 제565조 제2항은 해약금에 따른 제1항의 경우에는 제551조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둡니다. 따라서 해약금 방식의 해제를 설명할 때 일반 해제 규정만 떼어내어 손해배상 청구가 그대로 따른다고 말하면 제565조 제2항을 빠뜨리게 됩니다. 민법 제551조
한편 계약 해제의 일반 효과와 원상회복은 민법 제548조·제549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해약금 해제의 모든 효과를 일반 규정 하나만으로 단정하기보다, 제565조의 특칙과 각 조문의 적용 관계를 나누어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민법 제548조, 민법 제549조
자주 묻는 질문
계약금을 포기하면 매매계약을 언제든 취소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제565조의 법정 표현은 취소가 아니라 해제입니다. 또한 다른 약정이 없고, 당사자 어느 한쪽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이어야 합니다. 계약금을 준 쪽은 이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계약 이행에 착수하면 계약금을 포기해도 해제할 수 없나요
제565조의 기준은 당사자 일방의 이행착수입니다. 이행착수가 인정되면 같은 조에 따른 해약금 해제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어떤 행위가 이행착수인지에는 단순 준비와 구별되는 외부적 행위인지, 이행기와 기한의 이익에 관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등이 중요합니다.
매도인이 계약금 두 배를 돌려주려면 반드시 공탁해야 하나요
상대방의 수령 거절만으로 공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은 배액의 이행제공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다만 해제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해야 한다는 점과 구체적인 약정·이행 상황은 별도로 구별됩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계약금 포기는 ‘언제든 가능한 취소’가 아니라, 다른 약정이 없는 매매에서 이행착수 전까지 포기 또는 배액상환과 의사표시를 통해 할 수 있는 해제입니다.
참고 법령
- 민법 제111조
- 민법 제140조
- 민법 제141조
- 민법 제543조
- 민법 제548조
- 민법 제549조
- 민법 제551조
- 민법 제565조
관련 판례
이행착수는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채무이행의 일부 또는 이행에 필요한 전제행위로서 단순한 준비와 구별된다. 이행기 전 착수의 가부와 매도인의 기한 이익에 관한 특별한 사정을 판단하며 상고를 기각했다.
매도인이 계약 이행을 최고하고 매매잔대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만으로는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권발행 전 주식매매에서의 이행착수 시기도 다뤘으며 상고를 기각했다.
매도인에게 기한의 이익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과 해약금 제공의 적법성 및 공탁통지 도달 시점을 판단했다.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해약금의 성질을 함께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계약금 배액의 이행제공이면 충분하고 상대방의 수령 거절만으로 공탁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으며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