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포기는 '취소'가 아니라 '해제'…기한은 날짜 아닌 이행착수**
민법 제565조는 ‘다른 약정이 없는 한’을 전제로 하고, 제2항은 손해배상 규정의 적용을 배제한다
매매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에서 빠져나오는 일을 민법은 ‘취소’가 아니라 ‘해제’라고 정하고 있다.
민법 제565조는 표제가 ‘해약금’이고 2개 항으로 이뤄져 있다. 각 항에 호나 목은 없고 삭제된 항도 없으며, 제1항은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조문이 정한 대상은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교부한 경우이고, 계약금이 매매대금의 몇 퍼센트여야 한다는 비율은 조문에 없다.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이라는 전제도 제1항 안에 함께 들어 있어, 계약서에 다른 약정이 있으면 그 약정이 먼저 걸린다.
해제할 수 있는 기간의 기준은 날짜가 아니라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다. 계약 후 며칠 이내나 중도금 지급일 같은 고정된 기한은 이 조문에 규정돼 있지 않다.
대법원은 2024년 1월 4일 선고한 2022다256624 판결에서 이행의 착수를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채무이행의 일부이거나 이행에 필요한 전제행위로 보고 단순한 이행 준비와 구별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행기 전에도 착수할 수 있으나 매도인의 기한 이익 같은 예외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으며, 주문은 상고기각이다.
앞서 대법원은 2008년 10월 23일 선고한 2007다72274, 72281 판결에서 매도인이 매매계약의 이행을 최고하고 매매잔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만으로는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문은 상고기각이다.
또 대법원은 1993년 1월 19일 선고한 92다31323 판결에서 매도인에게 기한의 이익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매수인이 임의로 앞당겨 이행하더라도 해제권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유효한 배액의 제공과 해제 통지의 도달을 나누어 판단했고, 주문은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배액을 상환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대법원 1992년 5월 12일 선고 91다2151 판결이 있다. 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해약금의 성질을 함께 가질 수 있고 배액의 이행제공이면 충분하며 상대방이 수령을 거절한다는 이유만으로 공탁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으로, 주문은 상고를 모두 기각한 것이다.
해제하겠다는 뜻은 제543조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고, 그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 제111조는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에 그 효력이 생긴다고 정한다.
제565조 제2항은 “제551조의 규정은 전항의 경우에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정한다. 제551조는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가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조문으로, 해약금에 의한 해제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제565조는 징역이나 벌금, 과태료에 관한 규정이 없는 민사 규정이다. 법률행위의 취소는 별개 제도로, 제140조는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를 제한능력자와 착오로 인하거나 사기·강박에 의하여 의사표시를 한 자, 그의 대리인 또는 승계인만이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141조는 취소된 법률행위를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본다.
현행 민법의 상단 표기는 ‘시행 2026. 3. 17., 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일부개정’이지만 이 개정은 제565조를 고치지 않았다. 제565조의 문언은 법률 제471호로 1958년 2월 22일 제정돼 1960년 1월 1일 시행된 민법의 내용 그대로이고, 조문 말미에 개정 표기가 없다.
법률 제471호의 부칙 제2조는 표제가 ‘본법의 소급효’이고,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시행일 전의 사항에 대하여도 적용하되 이미 구법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정한다. 제565조만 시행을 늦춘 부칙은 없다.
제567조는 “본절의 규정은 매매 이외의 유상계약에 준용한다”고 하면서 “그 계약의 성질이 이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를 두고 있다.
참고 법령
- 민법 제111조(의사표시의 효력발생시기)
- 민법 제140조(법률행위의 취소권자)
- 민법 제141조(취소의 효과)
- 민법 제543조(해지, 해제권)
- 민법 제551조(해지, 해제와 손해배상)
- 민법 제565조(해약금)
- 민법 제567조(유상계약에의 준용)
- 민법 부칙 제2조(본법의 소급효, 법률 제471호, 1958. 2. 22. 제정)
관련 판례
이행착수는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채무이행의 일부 또는 이행에 필요한 전제행위로서 단순한 준비와 구별된다. 이행기 전 착수의 가부와 매도인의 기한 이익에 관한 특별한 사정을 판단하며 상고를 기각했다.
매도인이 계약 이행을 최고하고 매매잔대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만으로는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권발행 전 주식매매에서의 이행착수 시기도 다뤘으며 상고를 기각했다.
매도인에게 기한의 이익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과 해약금 제공의 적법성 및 공탁통지 도달 시점을 판단했다.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해약금의 성질을 함께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계약금 배액의 이행제공이면 충분하고 상대방의 수령 거절만으로 공탁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으며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