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수신을 금지한 법에 피해자 신고 절차는 없다…'신고'는 돈 받은 쪽의 의무
제3조는 금지 한 문장뿐…접수기관ㆍ절차ㆍ기한을 정한 문언이 없어
같은 5천만원도 하나는 제3조 위반의 벌금, 다른 하나는 제5조 위반의 과태료
원금 보장을 약속받고 돈을 넣은 사람이 어디에 어떻게 신고하는지를 정한 조문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없다.
이 법은 제1조부터 제8조까지로 이뤄져 있고, 그중 ‘신고’라는 말이 나오는 자리는 제2조 한 곳뿐이다.
그 신고는 피해자가 하는 신고가 아니라 자금을 받는 쪽이 다른 법령에 따라 미리 했어야 할 등록ㆍ신고다. 그것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유사수신행위의 요건이 된다.
제3조는 “누구든지 유사수신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한 문장으로 돼 있다. 항 번호도 호도 단서도 없고, 신고 접수기관이나 절차, 기한을 정한 문언 역시 없다.
제2조는 유사수신행위를 다른 법령에 따른 인가ㆍ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록ㆍ신고 등을 하지 아니하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행위로서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원금 보장 약정이 걸리는 자리는 제2호의 “장래에 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예금ㆍ적금ㆍ부금ㆍ예탁금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받는 행위”다. 다만 인가ㆍ허가나 등록ㆍ신고가 없을 것, 불특정 다수인일 것, 업으로 조달할 것이라는 나머지 요건은 그와 별개의 판단 대상이다.
제재는 두 갈래다. 제3조를 위반해 유사수신행위를 한 자는 제6조제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둘을 함께 매기는 병과형이 아니라 둘 중 하나를 정하는 선택형이다.
같은 5천만원이 제8조제1항에도 나오지만 성질이 다르다. 제8조제1항의 5천만원 이하 과태료는 제5조를 위반해 금융업으로 인식될 수 있는 명칭을 상호에 사용한 경우에 부과되고, 금융위원회가 부과ㆍ징수한다.
또 제4조는 유사수신행위를 하기 위한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하며, 이를 위반하면 제6조제2항의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된다. 제7조는 양벌규정으로 법인이나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하되,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는 제외한다.
대법원은 제3조를 단속규정으로 본다. 대법원 2024. 4. 25. 선고 2023다310471 판결은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의 사법상 효력이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판시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불특정’의 범위는 형사 사건에서 여러 차례 쟁점이 됐다.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도9769 판결과 같은 날 선고된 2012도6674 판결은 누구든 희망하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라면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직접 권유했거나 모집 대상이 특정 직업군으로 제한돼 있어도 불특정 다수인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대 방향의 선을 그은 판결도 있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8도5519 판결은 진정한 상품 거래가 매개된 자금은 출자금으로 보지 않되, 상품 거래를 가장하거나 빙자한 사실상의 금전거래라면 유사수신행위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기망은 제3조의 요건이 아니다.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0414 판결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죄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를 실체적 경합범 관계로 판단했다.
조문의 연혁은 법령 상단의 표시와 갈린다. 현행 법령은 시행 2024. 5. 28., 법률 제20367호로 표시돼 있으나, 이 개정은 제2조 각 호 외의 부분에 가상자산과 신고에 관한 문구를 넣은 것이고 제3조는 고치지 않았다.
제3조의 현행 문언을 만든 개정법률은 법률 제10045호다. 이 법률은 제1조부터 제7조까지를 전문개정하고 제8조를 신설했으며, 부칙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정하면서 시행 전의 행위에 벌칙을 적용할 때에는 종전의 규정에 따르도록 했다.
이 글의 확인 범위에서 이 법에는 피해 신고의 접수기관ㆍ절차ㆍ기한을 정한 문언이 없다. 제2조의 등록ㆍ신고는 자금을 받는 쪽의 영업 적법성에 관한 요건이다.
참고 법령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같은 법 제2조(정의) 제1호부터 제4호까지 ▲같은 법 제3조(유사수신행위의 금지) ▲같은 법 제4조(유사수신행위의 표시ㆍ광고의 금지) ▲같은 법 제5조(금융업 유사상호 사용금지) ▲같은 법 제6조(벌칙) 제1항ㆍ제2항 ▲같은 법 제7조(양벌규정) ▲같은 법 제8조(과태료) 제1항ㆍ제2항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금융업유사상호의 범위) ▲같은 영 제3조(과태료의 부과기준)
관련 판례
제3조는 단속규정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하여 체결된 계약의 사법상 효력은 인정된다.
참여를 희망하면 참여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구조라면 평소 아는 사람이나 특정 직업군으로 권유 상대를 제한하였더라도 불특정 다수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유사수신행위의 불특정 다수인은 자금조달 구조와 성격에 따라 판단하며, 특정 직업군이나 지인에게만 권유했다는 사정으로 곧바로 배제되지 않는다.
진정한 상품 거래가 매개된 자금 수령과 상품 거래를 가장하거나 빙자한 사실상 금전거래를 구별하여 유사수신행위 여부를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