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연락을 피하면, 보험회사에 직접 청구할 수 있을까
교통사고 뒤 상대방과 연락이 닿지 않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할 문장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0조제1항이다. 이 조문은 보험가입자등에게 제3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면, 피해자가 보험회사등에 보험금등을 자신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여기에는 가해자의 동의나 연락이 청구요건으로 적혀 있지 않다. 그렇다고 연락두절만으로 보험금이 곧바로 지급되거나, 모든 손해가 자동으로 인정된다는 뜻도 아니다. 조문이 실제로 묻는 것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보험금등의 한도, 그리고 대통령령이 정한 청구 절차다.
먼저 구별할 것: 피해자의 청구와 먼저 배상한 보험가입자등의 청구
제10조는 두 항으로 이루어져 있고, 두 청구를 분리한다.
- 제1항의 청구 주체는 피해자다. 보험회사등에 보험금등을 자기에게 직접 지급해 달라고 청구하는 구조다.
- 제2항의 청구 주체는 보험가입자등이다. 보험회사등이 보험금등을 지급하기 전에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먼저 지급한 경우, 그 지급액을 보험금등의 보상한도에서 청구할 수 있다.
둘은 같은 청구권이 아니다. 특히 제2항은 피해자가 하는 직접청구가 아니라, 먼저 배상한 보험가입자등의 청구에 관한 규정이다. 두 항 모두 문언은 청구할 수 있다이며, 제10조 자체가 일반 보험금등의 지급기한을 정하지는 않는다.
가해자 동의가 없다는 것과, 지급이 확정된다는 것은 다르다
제10조제1항은 「상법」 제724조제2항에 따라 직접지급을 청구하도록 정한다. 상법 제724조제2항은 제3자가 보험금액의 한도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항변으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정한다.
따라서 다음 사항은 별도로 확인 대상이 된다.
- 자동차의 운행으로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 제3조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했는지
- 가입된 보험 또는 공제와 보험금등의 한도가 무엇인지
- 사고 내용과 청구금액을 뒷받침하는 청구서 및 첨부서류가 갖추어졌는지
- 보험자가 사고에 관하여 주장할 수 있는 항변이 있는지
핵심은 간단하다. 가해자의 동의나 연락은 법문에 명시된 요건이 아니지만, 손해배상책임과 보험 범위, 절차까지 생략되는 것은 아니다.
직접청구에는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
시행령 제7조는 보험금등을 청구하려는 사람이 보험회사등에 청구서를 제출하도록 한다. 청구서에는 청구인과 피해자의 성명·주소, 가해자의 성명, 사고 일시·장소·개요, 자동차의 종류 및 등록번호, 보험가입자 성명, 청구금액과 산출 기초 등이 들어간다. 청구서에는 진단서 또는 검안서, 관계 증명서류, 사고 신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청구금액 산출 기초에 관한 증명서류 등을 첨부해야 한다.
운전자등이 사고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경찰 신고 사실 확인서류만이 가능한 자료는 아니다. 시행령 제7조제2항제3호는 보험회사등이 발급한 자동차사고 접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로 대신할 수 있도록 정한다. 다만 이는 해당 서류에 관한 대체 규정이며, 다른 청구서 기재사항이나 첨부서류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보험회사등은 피해자에게 제10조의 보험금등 청구와 제11조의 가불금 청구에 필요한 사항을 안내해야 한다.
진료비: 피해자의 선택과 의료기관의 청구는 같은 문제가 아니다
제10조제1항 후문은 피해자가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해당하는 금액을 진료한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는 제1항의 단서가 아니라, 이 경우로 이어지는 별도 문장이다.
한편 제12조는 의료기관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청구와 지급을 따로 규율한다. 보험회사등이 지급 의사와 한도를 알린 경우 의료기관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할 수 있고, 그 청구액에는 원칙적으로 30일 이내 지급 규정이 있다. 이 30일은 의료기관이 청구한 진료수가에 관한 규정으로, 피해자의 제10조 직접청구 전체에 적용되는 지급기한으로 볼 수는 없다.
제12조제5항은 의료기관이 보험회사등에 진료수가를 청구할 수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환자에게 해당 진료비를 청구하지 못하게 한다. 다만 피해자가 제10조제1항 또는 제11조제1항에 따라 진료수가를 자신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청구한 경우 등은 예외로 둔다. 즉, 의료기관으로 직접 지급해 달라는 요청과 피해자 자신에게 직접 지급해 달라는 요청은 구별된다.
연락두절과 보유자 불명은 다른 말이다
상대방이 연락을 받지 않는 사정만으로 자동차보유자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제30조제1항은 자동차보유자를 알 수 없는 자동차의 운행으로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 또는 보험가입자등이 아닌 사람이 제3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 등에 정부가 책임보험 한도에서 보상하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을 정한다.
이 정부 보상은 상대 보험회사등에 하는 제10조 직접청구와 다른 경로다. 제35조제1항이 정부 보상금 청구에 제10조부터 제13조까지 등을 준용하지만, 단순 연락두절과 자동차보유자 불명을 같은 사정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기간과 처분 제한도 함께 본다
제41조에 따르면 제10조에 따른 청구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 다만 이 조문은 그 3년의 기산점을 적고 있지 않으므로, 사고일부터 무조건 3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제40조제1항은 제10조제1항에 따른 청구권을 압류하거나 양도할 수 없다고 정한다.
정리
가해자가 연락을 피하면 피해자가 보험회사에 직접 청구할 수 있나요?
제10조제1항은 가해자의 동의나 연락을 명시 요건으로 두지 않는다. 다만 제3조상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보험금등의 한도, 상법상 보험자의 항변, 시행령상 청구서와 첨부서류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교통사고 보험금을 직접 청구하려면 가해자 동의가 필요한가요?
동의는 제10조제1항의 문언상 청구요건이 아니다. 그러나 동의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지급이 확정되거나 즉시 지급기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교통사고 피해자의 직접청구와 병원의 진료비 청구는 같은가요?
같지 않다. 피해자는 제10조제1항에 따라 보험금등을 자신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청구할 수 있고, 진료수가를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하도록 청구할 수도 있다. 의료기관의 진료수가 청구는 제12조가 별도로 정한다.
참고 법령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2조제5호부터 제7호, 제3조, 제5조, 제9조부터 제12조, 제30조, 제35조, 제40조, 제41조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제7조, 제8조
- 「상법」 제724조
관련 판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자신의 업무 편의와 효율성을 위하여 일방적으로 만든 내부 규정을 들어 진료실시 의료기관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청구에 대한 실체적 심사를 거부하는데도 보험회사 등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업무위탁계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진료실시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회사 등에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