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연락을 피해도 청구는 선다 — 다만 조문이 묻는 것은 따로 있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가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을 때 생길 수 있는 질문은 “그러면 상대편 보험회사에 내가 직접 달라고 해도 되나”다. 이 질문의 답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0조에 있다. 그런데 조문을 펼쳐 보면 ‘가해자의 동의’도 ‘가해자와의 연락’도 적혀 있지 않다. 없는 요건을 확인하고 안심하는 순간, 조문이 실제로 세워 둔 요건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 글은 제10조의 문언이 무엇을 묻고 무엇을 묻지 않는지를 조문 그대로 짚는다.
한눈에 보기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0조 제1항은 피해자가 보험회사등에 보험금등을 자기에게 직접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가해자의 동의·연락은 이 항의 요건으로 적혀 있지 않다.
- 대신 조문이 요건으로 세운 것은 두 가지다. 제3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그리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 청구다.
- 제10조는 「상법」 제724조 제2항을 끌어온다. 같은 항 뒷문장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항변으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정한다. ‘동의가 필요 없다’가 ‘청구한 금액이 그대로 즉시 나온다’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 제10조의 두 항은 어미가 모두
청구할 수 있다이고, 제10조 자체에는 지급기한이 없다. 30일은 의료기관이 청구한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제12조 제4항의 기한이다. - 가해자와 연락이 끊긴 것과
자동차보유자를 알 수 없는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후자는 제30조 제1항 제1호의 정부 보상 경로이고, 그 청구에 제10조를 준용하는 조문은 제35조 제1항이다. - 제10조 청구권은 제41조에 따라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하고, 그중 제10조 제1항의 청구권은 제40조 제1항에 따라 압류하거나 양도할 수 없다.
조문 원문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0조
[시행 2025. 10. 1.] [법률 제21065호, 2025. 10. 1., 타법개정]
제10조(보험금등의 청구) ① 보험가입자등에게 제3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면 그 피해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험회사등에게 「상법」 제724조제2항에 따라 보험금등을 자기에게 직접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피해자는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해당하는 금액은 진료한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
② 보험가입자등은 보험회사등이 보험금등을 지급하기 전에 피해자에게 손해에 대한 배상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보험회사등에게 보험금등의 보상한도에서 그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금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조문의 생김새부터 확인해 두면 읽기가 쉬워진다. 제10조는 두 항뿐이고, 호도 목도 없으며, 삭제로 남아 있는 항도 없다. 제1항과 제2항의 어미는 똑같이 청구할 수 있다이고, 하여야 한다나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같은 의무·금지 문언은 한 군데도 없다.
제1항의 두 번째 문장은 다만으로 시작하는 단서가 아니라 이 경우로 이어지는 문장이다. 단서와 후문은 읽는 방법이 다르므로, 이 문장을 ‘제1항 단서’라고 부르면 이미 조문을 잘못 옮긴 것이다.
현행 문언을 만든 개정은 따로 있다
현행본 상단에는 [법률 제21065호, 2025. 10. 1., 타법개정]이 찍혀 있다. 여기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상단의 공포번호는 그 법률 전체의 최신 개정 표시일 뿐, 개별 조문을 그 개정이 손댔다는 뜻이 아니다. 법률 제21065호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서 고친 것은 제30조 제3항 제3호의 부처 명칭(여성가족부장관 → 성평등가족부장관)뿐이고, 제10조는 건드리지 않았다.
제10조의 현행 문언은 **법률 제9065호(2008. 3. 28. 전부개정, 2008. 9. 29. 시행)**에서 왔다. 그 부칙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일반 시행일을 정했을 뿐이고, 제10조의 시행을 늦춘 단서도, 제10조에 관한 적용례·경과조치도 없다. 2026년 9월 현재 제10조는 시행 예정 조문이 아니라 이미 시행 중인 조문이다.
짧은 조문이 하는 일 — 두 사람의 청구를 갈라 놓는다
제10조가 두 항으로 나뉜 이유는 청구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 구분 | 제1항 | 제2항 |
|---|---|---|
| 청구하는 사람 | 그 피해자 | 보험가입자등 |
| 전제 상황 | 보험가입자등에게 제3조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 때 | 보험회사등이 보험금등을 지급하기 전에 보험가입자등이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준 때 |
| 청구하는 내용 | 보험금등을 자기에게 직접 지급할 것 | 그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금액의 지급 |
| 한도에 관한 문언 | 「상법」 제724조 제2항에 따른다(보험금액의 한도) | 보험금등의 보상한도에서 |
| 어미 | 청구할 수 있다 | 청구할 수 있다 |
제1항은 아직 배상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보험회사등에 곧장 손을 뻗는 길이고, 제2항은 보험금등이 나가기 전에 제 돈으로 먼저 물어 준 보험가입자등이 그 금액을 되받는 길이다. 두 길을 한 덩어리로 묶어 “피해자든 가입자든 결국 보험사에 청구하는 것”이라고 요약하면, 누가 무엇을 언제 청구하는지가 통째로 뭉개진다.
여기서 보험가입자등은 제9조가 정한 말이다. 제9조는 “의무보험에 가입한 자와 그 의무보험 계약의 피보험자(이하 ‘보험가입자등’이라 한다)“라고 적는다. 보험회사등·보험금등·자동차보험진료수가는 제2조 제7호가 정의한다. 보험회사에 공제사업자를, 보험금에 공제금을 포함시키는 약칭이다.
조문에 없는 요건 하나, 있는 요건 둘
없는 것 — 가해자의 동의와 연락
제10조 제1항 어디에도 가해자가 동의해야 한다거나 가해자와 연락이 닿아야 한다는 말은 없다. 그래서 “가해자 동의 없이 상대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다”는 설명 자체는 조문과 어긋나지 않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없는 요건을 하나 확인했다고 해서 있는 요건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있는 것 ① — 제3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제1항의 첫 조건은 보험가입자등에게 제3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면이다. 그 제3조는 이렇게 정한다.
제3조(자동차손해배상책임)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승객이 아닌 자가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 자기와 운전자가 자동차의 운행에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아니하였고, 피해자 또는 자기 및 운전자 외의 제3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으며, 자동차의 구조상의 결함이나 기능상의 장해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 경우
승객이 고의나 자살행위로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
본문의 어미는 책임을 진다이고, 단서의 어미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다. 즉 제3조는 책임을 넓게 세워 두되 두 가지 예외를 남겨 둔 구조다. 직접청구는 이 책임의 발생을 전제로 선다.
한 가지 더 구별할 것이 있다. 제3조가 말하는 것은 사람이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다. 재물이 멸실·훼손된 경우의 가입의무는 제5조 제2항이 따로 정하고, 제5조 제4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동차와 도로가 아닌 장소에서만 운행하는 자동차에는 제1항·제2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사고 유형과 가입한 보험·공제의 범위를 떼어 놓고 “무조건 청구된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있는 것 ② —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 청구
제1항의 두 번째 조건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다. 이 문구가 시행령의 절차를 조문 안으로 끌어들인다.
시행령 제7조 제1항은 보험금등 또는 가불금의 지급을 청구하려는 자가 보험회사등에 제출할 청구서의 기재사항을 정한다. 호는 제3호의2를 포함해 여덟 개다.
| 호 | 기재사항 |
|---|---|
| 1 | 청구인의 성명 및 주소 |
| 2 | 청구인과 사망자의 관계(피해자가 사망한 경우만 해당) |
| 3 | 피해자의 성명 및 주소 |
| 3의2 | 가해자의 성명 |
| 4 | 사고 발생의 일시ㆍ장소 및 개요 |
| 5 | 해당 자동차의 종류 및 등록번호 |
| 6 | 보험가입자(공제가입자 포함)의 성명 |
| 7 | 청구금액과 그 산출 기초(가불금 청구는 산출 기초 제외) |
여기서 눈여겨볼 것이 제3호의2와 제6호다. 가해자의 동의는 요건이 아니지만, 가해자의 성명과 보험가입자의 성명은 청구서에 적도록 되어 있다. ‘동의는 필요 없다’와 ‘가해자에 관해 아무것도 몰라도 된다’는 다른 말이다.
첨부서류는 같은 조 제2항이 네 개 호로 정한다. 진단서 또는 검안서, 청구인과 사망자의 관계를 증명하는 서류, 국가경찰관서의 장이 발급한 「도로교통법」 제54조 제2항 본문에 따른 신고 사실 확인 서류, 산출 기초에 관한 국토교통부령이 정한 증명서류다.
세 번째 서류에는 단서가 붙어 있다. 운전자등이 「도로교통법」 제54조 제2항 본문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험회사등이 발급한 자동차사고 접수 사실 확인 서류로 이를 대신할 수 있다. 가해자 쪽이 신고를 하지 않아 경찰 확인 서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을 시행령이 이미 내다보고 대체 경로를 열어 둔 셈이다. 다만 대체되는 것은 이 한 가지 서류일 뿐, 청구서와 진단서 등 나머지 요구사항은 그대로다.
시행령은 보험회사등 쪽에도 한 줄을 걸어 둔다. 제8조 제1항은 “보험회사등은 피해자에게 법 제10조에 따른 보험금등의 청구와 법 제11조에 따른 가불금의 청구에 필요한 사항을 안내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제10조의 어미가 청구할 수 있다인 것과 달리, 이 안내는 하여야 한다로 적혀 있다.
함께 읽어야 할 것 ③ — 보험금액의 한도와 보험자의 항변
제10조 제1항은 청구의 근거를 「상법」 제724조 제2항에 걸어 둔다. 그 조문은 이렇게 이어진다.
② 제3자는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금액의 한도내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그 사고에 관하여 가지는 항변으로써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앞 문장만 떼어 인용하면 직접청구가 무제한의 권리처럼 읽힌다. 그러나 같은 항은 보험금액의 한도내에서라는 제한과 그러나로 시작하는 뒷문장을 같이 달고 있다. 제10조가 이 항을 통째로 끌어온 이상, 직접청구는 이 두 가지를 함께 지고 간다.
청구할 수 있다는 지급하여야 한다가 아니다 — 30일은 어디의 기한인가
제10조의 두 항은 모두 청구할 수 있다로 끝난다. 이 조문은 청구의 문을 열 뿐, 보험회사등이 언제까지 지급해야 하는지를 정하지 않는다.
30일이 적혀 있는 곳은 제10조가 아니라 제12조 제4항이다.
④ 제2항에 따라 의료기관이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하면 보험회사등은 30일 이내에 그 청구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보험회사등이 제12조의2제1항에 따라 위탁한 경우 전문심사기관이 심사결과를 통지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심사결과에 따라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지급하여야 한다.
주어가 다르다. 제12조 제4항의 30일은 의료기관이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한 경우의 기한이고, 위탁 심사가 있으면 심사결과 통지일부터 14일이라는 별도 기한이 단서로 붙는다. 피해자가 제10조 제1항으로 청구한 보험금등의 지급기한으로 이 숫자를 옮겨 적으면 조문에 없는 말을 만드는 것이 된다.
한편 가불금 제도는 또 다른 조문이다. 제11조 제1항은 피해자가 보험회사등에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대하여는 전액을, 그 밖의 보험금등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금액을 제10조에 따른 보험금등을 지급하기 위한 가불금으로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2항은 보험회사등이 그 청구를 받으면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간에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제11조 제3항·제4항에는 초과액이나 손해배상책임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경우의 반환 청구도 함께 적혀 있다.
제1항 후문의 수취인은 병원이다
제1항 뒷문장을 다시 본다.
이 경우 피해자는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해당하는 금액은 진료한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돈을 받는 쪽은 진료한 의료기관이다. 피해자가 자기 계좌로 받는 것이 아니라, “진료비에 해당하는 부분은 병원으로 바로 보내 달라”고 청구하는 길이다. 어미가 청구할 수 있다이므로 고를 수 있는 길이지 자동으로 그렇게 되는 장치도 아니다.
피해자가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자기에게 직접 지급해 달라고 청구하는 경우는 다른 곳에 적혀 있다. 제12조 제5항 본문은 의료기관이 보험회사등에 진료수가를 청구할 수 있는 경우에는 교통사고환자(보호자 포함)에게 그 진료비를 청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면서, 단서에서 다섯 가지 예외를 든다. 그중 제4호가 “제10조제1항 또는 제11조제1항에 따라 피해자가 보험회사등에게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자기에게 직접 지급할 것을 청구한 경우”다.
정리하면 진료비를 둘러싼 경로는 최소한 세 갈래로 갈린다.
| 경로 | 근거 조문 | 돈이 가는 곳 |
|---|---|---|
| 피해자가 진료비 부분을 병원으로 보내 달라고 청구 | 제10조 제1항 후문 | 진료한 의료기관 |
| 의료기관이 보험회사등에 진료수가를 청구 | 제12조 제2항ㆍ제4항 | 의료기관(30일 또는 심사결과 통지 후 14일) |
| 피해자가 진료수가를 자기에게 직접 지급하라고 청구 | 제12조 제5항 제4호가 전제하는 경우 | 피해자, 그리고 이때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 |
“진료비는 어차피 병원으로 간다”는 뭉뚱그린 설명이 어긋나는 자리가 여기다.
연락두절은 자동차보유자를 알 수 없는 경우가 아니다
가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그러면 정부가 대신 보상해 주는 제도로 가면 되나”라는 물음이 따라붙는다. 두 상황은 조문상 다른 말이다.
제30조(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 ① 정부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책임보험의 보험금 한도에서 그가 입은 피해를 보상한다. 다만, 정부는 피해자가 청구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직권으로 조사하여 책임보험의 보험금 한도에서 그가 입은 피해를 보상할 수 있다.
자동차보유자를 알 수 없는 자동차의 운행으로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
보험가입자등이 아닌 자가 제3조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 다만, 제5조제4항에 따른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경우는 제외한다.
자동차보유자를 알 수 없는 자동차의 운행 중 해당 자동차로부터 낙하된 물체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
제1호의 말은 자동차보유자를 알 수 없는 자동차다. 누구의 차인지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지,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제2호는 가해 차량이 의무보험에 들지 않은 경우 등을 겨냥한다.
이 정부 보상의 청구 절차에 제10조가 쓰이는 것은 준용을 통해서다. 제35조 제1항은 “제30조제1항에 따른 피해자의 보상금 청구에 관하여는 제10조부터 제13조까지, 제13조의2 및 제14조를 준용한다. 이 경우 ‘보험회사등’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을 하는 자’로, ‘보험금등’은 ‘보상금’으로 본다”고 정한다. 준용은 다른 제도에 같은 절차를 빌려 쓴다는 뜻이지, 두 제도가 같다는 뜻이 아니다.
3년의 시효, 그리고 압류ㆍ양도 금지
제41조(시효) 제10조, 제11조제1항, 제29조제1항 또는 제30조제1항에 따른 청구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
조문이 정하는 것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한다는 것까지다. 언제부터 세는지, 즉 기산점은 이 조문에 적혀 있지 않다. ‘사고가 난 날부터 무조건 3년’이라는 단정은 제41조 문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제40조(압류 등의 금지) ① 제10조제1항, 제11조제1항 또는 제30조제1항에 따른 청구권은 압류하거나 양도할 수 없다.
제40조 제1항은 제10조 제1항의 청구권을 이름으로 집어 압류와 양도를 막는다. 피해자의 몫으로 남겨 두려는 장치이므로, 이 청구권을 남에게 넘기는 방식의 처리는 조문과 어긋난다.
제10조에는 벌칙이 없다 — 섞이기 쉬운 세 제도
제10조는 청구권을 정한 조문이고, 징역·벌금·과태료를 정하지 않는다. 벌칙 조문인 제46조도 제10조를 구성요건으로 열거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제도라는 점만 분명히 해 둔다.
| 제도 | 근거 조문 | 내용 |
|---|---|---|
| 의무보험 미가입 | 제48조 제3항 제1호 |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
| 무보험 자동차 운행 | 제46조 제3항 제2호 |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
| 범칙금 | 제51조 제2항 | 차종과 위반 정도에 따라 제46조 제3항에 따른 벌금액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세 번째 줄에 금액을 적지 않은 것은 조문이 그 값을 시행령에, 시행령이 다시 별표에 맡겨 두었기 때문이다. 차종과 위반 정도를 특정하지 않은 채 하나의 액수를 적으면 틀린 글이 된다.
그리고 이 제재들은 어느 것도 피해자가 제10조로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를 좌우하는 요건이 아니다. 가해자 쪽의 제재와 피해자의 청구권은 다른 줄기다.
확인된 판결 하나
이 글의 확인 범위에서 제10조 제1항 후문의 진료수가 지급 경로와 연결되는 판결은 하나다.
- 사건번호: 2019다279962
- 선고일: 2020. 12. 10.
- 사건명: 자동차보험진료수가지급
-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판시사항은 두 갈래다. 첫째, ‘입원환자에 관하여 타 의료기관에 진료를 의뢰한 경우 진료의뢰 의료기관이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하여야 하고 진료실시 의료기관은 이를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고 규정이 진료실시 의료기관이나 보험회사 등에 구속력이 있는지 — 소극. 둘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자신의 업무 편의와 효율성을 위하여 일방적으로 만든 내부 규정을 들어 진료실시 의료기관의 청구에 대한 실체적 심사를 거부하는데도 보험회사 등이 업무위탁계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진료실시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회사 등에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지 — 적극.
의료기관이 보험회사등을 상대로 진료수가 지급을 구한 사안이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을 때 보험금이 무조건 지급된다는 취지의 판결이 아니다.
한 줄 설명이 놓치는 것들
| 자주 보는 표현 | 조문의 말 |
|---|---|
| 가해자가 동의해야 청구할 수 있다 | 제1항에 동의ㆍ연락 요건이 없다. 요건은 제3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이다 |
| 동의가 필요 없으니 청구한 대로 바로 받는다 | 어미는 청구할 수 있다다. 제10조가 끌어온 「상법」 제724조 제2항은 보험금액의 한도와 보험자의 항변을 함께 정한다 |
| 보험금은 30일 안에 나와야 한다 | 30일은 의료기관이 청구한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제12조 제4항의 기한이다. 제10조에는 지급기한 문언이 없다 |
| 연락이 끊겼으니 정부 보상 대상이다 | 제30조 제1항 제1호의 말은 자동차보유자를 알 수 없는 자동차다. 연락두절과 같은 말이 아니다 |
| 피해자 청구든 가입자 청구든 같은 조문이니 같다 | 제1항의 주체는 그 피해자, 제2항의 주체는 피해자에게 먼저 배상금을 지급한 보험가입자등이다 |
| 진료비는 언제나 병원으로 지급된다 | 제1항 후문은 피해자가 진료한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자기에게 직접 지급을 청구한 경우는 제12조 제5항 제4호가 따로 전제한다 |
| 직접청구권은 사고일부터 3년이다 | 제41조 문언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까지다. 기산점은 이 조문에 없다 |
| 제10조를 어기면 처벌된다 | 제10조는 청구권 조문이고 법정형이 없다. 제46조도 제10조를 구성요건으로 열거하지 않는다 |
자주 묻는 질문
가해자가 연락을 피하면 피해자가 보험회사에 직접 청구할 수 있나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0조 제1항은 보험가입자등에게 제3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면 그 피해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험회사등에 보험금등을 자기에게 직접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가해자의 연락 여부는 이 항의 요건으로 적혀 있지 않다. 다만 청구서에는 시행령 제7조 제1항에 따라 가해자의 성명과 보험가입자의 성명, 사고 일시ㆍ장소ㆍ개요, 자동차의 종류와 등록번호 등을 적게 되어 있고, 경찰 신고 사실 확인 서류는 운전자등이 신고하지 않은 경우 보험회사등이 발급한 자동차사고 접수 사실 확인 서류로 대신할 수 있다(시행령 제7조 제2항 제3호 단서).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제30조의 자동차보유자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되지는 않는다.
교통사고 보험금을 직접 청구하려면 가해자 동의가 필요한가요?
제10조 제1항에 가해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적은 문언은 없다. 그러나 이 문장을 ‘아무 제한이 없다’로 읽으면 틀리다. 제1항은 보험가입자등에게 제3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면이라는 요건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라는 절차를 앞에 세워 두고, 근거를 「상법」 제724조 제2항에 건다. 같은 항은 청구가 보험금액의 한도내에서 가능하다고 하면서, 뒤에 “그러나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그 사고에 관하여 가지는 항변으로써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를 붙여 두었다. 동의가 요건이 아니라는 점과, 청구한 금액이 그대로 지급된다는 점은 별개의 이야기다.
교통사고 피해자의 직접청구와 병원의 진료비 청구는 같은가요?
같지 않다. 피해자의 청구는 제10조 제1항이고, 그중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후문에 따라 진료한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 반면 의료기관 자신의 청구는 제12조에 있다. 제12조 제1항은 보험회사등이 의료기관에 지급 의사 유무와 지급 한도를 알리도록 하고, 제2항은 통지받은 의료기관이 국토교통부장관이 고시한 기준에 따라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며, 제4항은 그 청구에 대해 30일(위탁 심사가 있으면 심사결과 통지일부터 14일)의 지급기한을 둔다. 또 제12조 제5항 본문은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막되, 제4호에서 피해자가 진료수가를 자기에게 직접 지급할 것을 청구한 경우를 예외로 둔다. 청구하는 사람도, 근거 조문도, 기한 규정의 유무도 서로 다르다.
참고 법령ㆍ조문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2조 제5호ㆍ제6호ㆍ제7호(책임보험ㆍ책임공제ㆍ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정의)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자동차손해배상책임)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5조(보험 등의 가입 의무)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9조(의무보험의 가입증명서 발급 청구 —
보험가입자등의 정의)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0조(보험금등의 청구)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1조(피해자에 대한 가불금)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2조(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청구 및 지급)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0조(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5조(준용)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40조(압류 등의 금지)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41조(시효)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46조 제3항 제2호(무보험 자동차 운행에 대한 벌칙)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48조 제3항 제1호(의무보험 미가입에 대한 과태료)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51조 제2항(범칙금의 대통령령 위임)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제7조(보험금등의 지급청구 절차)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제8조(보험금등의 청구에 대한 안내 등)
- 「상법」 제724조(보험자와 제3자와의 관계)
- 대법원 2019다279962(2020. 12. 10. 선고, 자동차보험진료수가지급)
관련 판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자신의 업무 편의와 효율성을 위하여 일방적으로 만든 내부 규정을 들어 진료실시 의료기관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청구에 대한 실체적 심사를 거부하는데도 보험회사 등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업무위탁계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진료실시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회사 등에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