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연락 안 돼도 보험사 청구 가능할까…동의보다 먼저 확인할 조건
제3조상 손해배상책임·보험금 한도·청구서류가 기준…연락두절과 정부 보상은 다른 경로
교통사고 뒤 가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더라도, 피해자가 보험회사등에 보험금등을 직접 지급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길은 있다. 다만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0조는 가해자의 동의나 연락을 청구요건으로 적지 않는 대신, 보험가입자등에게 제3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했는지와 대통령령이 정한 절차를 기준으로 둔다.
제10조는 2항으로 구성돼 있다. 제1항은 피해자가 보험회사등에 보험금등을 자기에게 직접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제2항은 보험회사등이 보험금등을 지급하기 전에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먼저 지급한 보험가입자등이, 보상한도에서 자신이 지급한 금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두 청구는 주체와 전제가 다르다. 피해자의 청구와 보험가입자등의 선배상금 청구를 같은 권리로 섞어서는 안 된다.
제1항은 “보험가입자등에게 제3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면”이라고 정한다. 제3조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가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비승객 사고에서 정한 면책 요건이나 승객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 등은 별도로 살펴야 한다.
따라서 가해자의 동의나 연락은 조문에 명시된 요건이 아니지만, 연락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청구가 곧바로 인정되거나 지급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제10조가 인용한 상법 제724조제2항은 제3자가 보험금액의 한도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항변으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정한다.
청구 절차도 따로 정해져 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제7조는 청구서에 청구인과 피해자, 가해자의 성명, 사고 일시·장소·개요, 차량 등록번호, 보험가입자 성명, 청구금액과 산출 기초 등을 적도록 한다. 같은 조 제2항은 진단서 또는 검안서와 사고 관련 서류 등을 첨부하도록 정한다.
운전자등이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도 절차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시행령 제7조제2항제3호는 경찰 신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대신 보험회사등이 발급한 자동차사고 접수 사실 확인 서류를 낼 수 있도록 한다. 보험회사등은 피해자에게 제10조상 보험금등 청구와 제11조상 가불금 청구에 필요한 사항을 안내해야 한다.
제10조는 일반 보험금등에 관한 지급기한을 따로 두지 않는다. 조문의 어미도 모두 청구할 수 있다다.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의료기관이 청구한 경우에 적용되는 제12조제4항의 30일 지급 규정을 피해자의 직접청구 기한으로 볼 수는 없다.
진료비 지급 경로도 구별해야 한다. 제10조제1항 후문은 피해자가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해당하는 금액을 진료한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는 피해자 자신에게 직접 지급받는 경우와 다른 경로다.
제12조는 보험회사등이 지급 의사와 한도를 의료기관에 알리도록 하고, 의료기관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청구 절차를 정한다. 대법원은 2020년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지급 사건에서, 일정한 사정 아래 진료를 실시한 의료기관이 보험회사등에 직접 지급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은 가해자와 연락이 되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무조건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가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을 자동차보유자를 알 수 없는 경우와 같게 볼 수도 없다. 제30조는 자동차보유자를 알 수 없는 자동차의 운행으로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 등을 정부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 보상 대상으로 정한다. 이는 상대 보험회사등에 대한 제10조의 직접 청구와 구별되는 경로다.
제10조에 따른 청구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 다만 제41조에는 그 기산점이 적혀 있지 않아 사고일부터 무조건 3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 제40조제1항은 제10조제1항에 따른 청구권을 압류하거나 양도할 수 없다고 정한다.
제10조의 현행 문언은 2008년 전부개정 당시 마련돼 2008년 9월 29일부터 시행됐다. 현행 법령 상단에 표시된 2025년 타법개정은 제30조제3항제3호의 부처 명칭을 바꾼 것으로, 제10조를 고치거나 시행을 늦춘 규정은 아니다.
참고 법령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2조제5호부터 제7호, 제3조, 제9조부터 제12조, 제30조, 제35조, 제40조, 제41조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제7조, 제8조
- 상법 제724조
관련 판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자신의 업무 편의와 효율성을 위하여 일방적으로 만든 내부 규정을 들어 진료실시 의료기관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청구에 대한 실체적 심사를 거부하는데도 보험회사 등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업무위탁계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진료실시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회사 등에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