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지우면 공용서류 무효, 허위로 채우면 공전자기록 위작…조문이 갈린다
직무유기는 벌금형 없이 1년 이하 징역·금고…공전자기록 위작은 10년 이하 징역
공무원이 사건을 허위로 종결하고 전산 기록을 없애는 행위에는 성립 요건과 법정형이 서로 다른 여러 형법 조항이 각각 걸린다.
최근 실종 신고를 접수해 처리한 경찰관에 대해 직무유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고 보도됐다. 영장 발부 여부와 죄의 성립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죄명은 이처럼 한꺼번에 나열되지만, 각 죄가 요구하는 주체와 행위 대상, 목적 요건은 조문마다 다르다.
직무유기는 형법 제122조에 있다. 조문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정한다.
법정형에 벌금이 없다는 점이 이 조문의 형태상 특징이다. 자유형의 상한은 1년인 반면 자격정지의 상한은 3년으로, 자격정지 쪽이 더 길게 규정돼 있다.
기록을 없애는 행위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조문은 형법 제141조 제1항이다. 죄명은 공용서류 등의 무효로,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나 그 밖의 물건뿐 아니라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주체는 공무원이 아니라 ‘자’다. 주체를 공무원으로 한정한 제122조와 갈리는 지점이다.
같은 조 제2항은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건조물과 선박, 기차, 항공기를 파괴한 경우를 따로 규정하고 있어, 전산 기록이 문제되는 국면과는 적용 대상이 다르다.
허위 내용을 새로 써넣는 행위는 조문이 다시 갈린다. 형법 제227조는 공무원이 행사할 목적으로 그 직무에 관하여 문서 또는 도화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변개한 때를 허위공문서작성등으로 정하고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한다.
형법 제227조의2는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위작 또는 변작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한다. 주체를 공무원으로 한정하지 않고, 벌금형도 두지 않았다.
두 조문은 1995년 개정으로 나란히 놓였다. 종이 문서를 전제한 제227조 옆에 전자기록을 대상으로 한 제227조의2가 신설되면서 행위 대상과 목적 요건, 법정형이 각각 달라졌다.
‘위작 및 행사’라는 죄명이 붙는 이유는 형법 제229조에 있다. 이 조문은 제225조부터 제228조까지의 죄로 만들어진 문서, 도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 등을 행사한 자를 그 각 죄에 정한 형에 처하도록 해, 행사죄의 법정형을 따로 두지 않고 원래 죄의 형을 따르게 한다.
제227조의2는 그 범위 안에 있어, 이 죄로 만들어진 전자기록을 행사한 경우도 문언상 포함된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는 형법 제137조다. 위계로써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해,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하는 제136조와 행위 수단에서 구분된다.
법정형만 나란히 놓으면 ▲직무유기 1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3년 이하 자격정지 ▲공용서류 등의 무효 7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허위공문서작성등 7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공전자기록위작·변작 10년 이하 징역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위작’의 범위에 관해서는 2020년 8월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다. 직접 적용된 조항은 사전자기록등위작죄였으나, 대법원은 공전자기록등위작죄의 ‘위작’에 관한 법리를 함께 확인했다.
판시사항에 따르면 위작에는 전자기록의 생성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기록을 만들어 내는 경우뿐 아니라, 시스템의 설치·운영 주체로부터 각자의 직무 범위에서 단위정보의 입력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해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권한을 가진 사람이 한 입력이라는 사정만으로 위작에서 빠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종전 견해를 정리한 전원합의체 판결이라는 점에서 이 법리의 위치가 확인된다.
다만 죄의 성립에는 해당 기록이 공전자기록에 해당하는지, 입력된 정보가 허위인지,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이 있었는지가 각각 따로 판단돼야 한다.
여러 죄가 한 사안에서 함께 문제될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사안마다 법원이 판단하는 영역이다.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등위작,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가 함께 성립한 경우의 죄수 관계를 직접 판시한 대법원 판례는 공개된 판결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수사 단계에서 붙는 죄명은 혐의이며, 각 죄의 성립 여부는 조문별 구성요건에 따라 재판에서 따로 가려진다.
참고 법령
- 형법 제122조(직무유기)
- 형법 제136조(공무집행방해)
- 형법 제137조(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 형법 제141조(공용서류 등의 무효, 공용물의 파괴) 제1항·제2항
- 형법 제227조(허위공문서작성등)
- 형법 제227조의2(공전자기록위작·변작)
- 형법 제229조(위조등 공문서의 행사)
-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1294 전원합의체 판결
관련 판례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1294 전원합의체 판결의 판시사항 [4]는 공전자기록등위작죄의 '위작'에, 전자기록의 생성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전자기록을 작출하는 경우 외에 시스템의 설치·운영 주체로부터 각자의 직무 범위에서 개개의 단위정보의 입력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직접 적용 조항은 사전자기록등위작죄(형법 제232조의2)다. 다만 실제 죄 성립에는 공전자기록성, 허위성,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 등 각 구성요건의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