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몸이 닿으면 성추행인가: 장소요건과 추행은 따로 본다
지하철에서 신체가 닿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이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처럼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경우를 처벌한다. 장소와 추행은 하나의 요건이 아니라 각각 살펴야 할 요소다.
먼저 적용 조문은 다음과 같다.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대중교통수단, 공연ㆍ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지하철은 문언상 대중교통수단에 해당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조문 전체가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법은 장소에서의 모든 접촉을 처벌 대상으로 적지 않고, 그곳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을 처벌 대상으로 정한다.
핵심: 장소는 출발점이고, 추행 판단은 별도다
제11조를 읽을 때는 다음 두 질문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 행위가 대중교통수단 등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이루어졌는가.
- 그 행위가 법적으로 말하는 추행에 해당하는가.
첫 질문에 답이 긍정적이어도 둘째 질문이 자동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어떤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더라도, 제11조를 적용하려면 이 조문이 정한 장소요건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대법원은 제11조의 추행을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면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기준으로 판단해 왔다.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이유다.
또한 대법원은 2024년 판결에서 추행의 고의를 다루면서, 고의를 뒷받침하는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 따라서 우연하거나 단순한 신체 접촉만으로 제11조가 자동 성립한다고 말할 수 없고, 접촉의 경위와 행위의 모습 등은 추행 및 고의 판단에서 분리해 살펴야 한다.
폭행ㆍ협박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뜻도 아니다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과 강제추행은 문언상 출발점이 다르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한다. 반면 성폭력처벌법 제11조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라는 수단 요건이 적혀 있지 않다.
이는 제11조에서 장소요건과 추행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과 모순되지 않는다. 제11조에 폭행ㆍ협박이라는 문구가 없다고 해서 장소에서 일어난 모든 신체 접촉이 추행이 되는 것도 아니며, 반대로 폭행ㆍ협박이 있어야만 제11조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각 조문의 문언과 구체적 행위의 내용은 구별해서 보아야 한다.
성적 목적은 제11조에 적힌 요건이 아니다
성적 목적이라는 표현은 성폭력처벌법 제12조에 나온다. 제12조는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하거나 그곳에서 퇴거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않은 행위를 정한 조문이다.
제11조의 문언은 다르다. 제11조에 제12조의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라는 표현을 덧붙여 요건으로 만들 수는 없다. 또한 지하철에서 몸이 닿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침입 또는 퇴거불응을 요건으로 하는 제12조의 문언과 맞지 않는다.
벌금은 범칙금이 아니라 법정형의 상한이다
제11조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또는’으로 연결된 선택형이며, 두 수치는 각각 상한이다. 따라서 이를 ‘3천만원 범칙금’이라고 표현하면 조문의 뜻과 다르다. 제11조가 정한 것은 현장에서 부과하는 범칙금이 아니라 징역 또는 벌금의 법정형이다.
현재의 ‘3년 이하’와 ‘3천만원 이하’ 문언은 2020년 5월 19일 법률 제17264호 개정으로 마련되었다. 이 개정은 제11조의 ‘1년’을 ‘3년’으로, ‘300만원’을 ‘3천만원’으로 바꾸었고, 제11조 개정규정에는 별도 시행 단서가 없어 같은 날부터 시행되었다. 현행 법령 상단에 표시된 2025년 법률 제21066호는 제11조를 고친 법률이 아니라 다른 조문의 기관 명칭을 바꾼 타법개정이다.
판례가 보여 주는 구별
대법원 2020년 판결은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죄가 기수에 이르기 위해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실제로 느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는 실제 감정의 표명 여부만으로 추행 판단을 끝내지 않는다는 취지다.
한편 대법원 2024년 판결은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고의와 관련된 간접사실을 통해 이를 판단하되,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헌법재판소도 2021년 결정에서 구 제11조의 ‘추행’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판례들은 특정 상황에서의 결론을 미리 정하는 기준이 아니다. 다만 제11조를 이해할 때 장소, 추행, 고의를 한 덩어리로 생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 준다.
자주 묻는 질문
지하철에서 몸이 닿으면 무조건 성추행인가요?
아니다. 지하철은 제11조의 대중교통수단이라는 장소요건과 관련되지만, 사람을 추행했는지도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우연하거나 단순한 접촉만으로 자동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
공중밀집장소 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성립하나요?
제11조에는 형법 제298조와 달리 ‘폭행 또는 협박으로’라는 문언이 없다. 다만 제11조가 적용되려면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라는 요건과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가 함께 문제 된다.
지하철 추행의 벌금은 법에 얼마로 정해져 있나요?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한다. 이는 선택형 법정형이며, ‘3천만원 범칙금’이라는 뜻은 아니다.
정리
‘지하철에서 몸이 닿았다’는 표현은 장소와 접촉 사실을 말할 뿐, 제11조의 판단을 모두 대신하지 않는다. 공중 밀집 장소라는 문턱을 지났는지,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고의가 증명되는지는 각각 구별하여 보아야 한다. 제11조에는 폭행ㆍ협박 요건이나 제12조의 성적 목적 문언이 없지만, 그렇다고 장소에서의 모든 접촉이 처벌 조문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참고 법령과 조문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
- 형법 제298조
관련 판례
추행의 고의를 판단하는 법리를 밝히고 원심을 파기하여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했다.
추행의 객관적 판단 기준과 실제 수치심·혐오감이 기수에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법리를 밝히고 상고를 기각했다.
구 제11조의 추행 부분이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