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몸이 닿으면 성추행인가 — 조문이 장소 뒤에 따로 세워둔 요건
요약 및 결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ㆍ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다. 지하철이라는 장소는 앞부분을 채울 뿐이고, 뒷부분의 `추행`은 별도 요건이므로 신체가 닿았다는 사실만으로 이 조문이 자동으로 성립한다고 말할 수 없다. 법정형은 징역과 벌금을 함께 얹는 것이 아니라 `또는`으로 이어진 선택형이고, 두 숫자는 모두 상한이다.
성폭력처벌법 제11조의 법정형은 법률 제17264호(2020. 5. 19. 공포)로 `1년`이 `3년`으로, `300만원`이 `3천만원`으로 올라갔고, 그 개정규정에는 별도 시행 단서가 없어 공포일인 2020. 5. 19.부터 시행됐다. 그 뒤 대법원은 2020년과 2024년에 이 죄의 `추행`이 무엇이고 고의를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지를 이어서 판시했고, 헌법재판소는 2021년 이 조문의 `추행`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조문 문언은 짧은 한 문장인데, 그 한 문장 안에서 판단이 갈리는 자리는 장소ㆍ행위ㆍ고의로 나뉜다.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정확히 무엇을 처벌하나
제11조는 항 번호가 표시되지 않은 단일 문장 하나로 되어 있고, 호와 목은 없다. 문언은 “대중교통수단, 공연ㆍ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이다. 문장 어미는 처한다로, 의무나 재량을 정한 조문이 아니라 벌칙 조문이다.
이 한 문장은 두 덩어리로 읽힌다. 앞 덩어리는 장소를 적었다. 대중교통수단, 공연ㆍ집회 장소, 그리고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다. 뒤 덩어리는 행위를 적었다. 사람을 추행한 사람이다. 조문은 장소를 갖춘 사람을 처벌한다고 쓰지 않았고, 그 장소에서 추행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썼다.
공중(公衆)의 괄호는 한자 병기이지 정의 조항이 아니다. 조문 안에 별도의 정의 괄호는 없다.
장소요건만 갖추면 성립하나
아니다. 장소요건과 추행은 서로 다른 요건이고, 장소가 행위를 대신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제11조의 추행을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밀집한 차량 안에서 몸이 닿았다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추행이라는 요건을 채운다고 쓸 수 없다.
고의도 따로 서 있는 자리다.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은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해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통해 이를 증명해야 한다고 보았고,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인이거나 지적장애인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같은 판결은 공소사실에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있다면, 피고인이 낸 증거가 그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했다.
반대 방향도 조문 문언대로 읽어야 한다. 제11조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라는 수단 요건이 없다. 그 문구는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문언이다.
제11조와 형법 제298조는 어디서 갈리나
두 조문은 수단 요건과 장소 요건에서 갈린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다. 이 조문은 장소를 묻지 않는 대신 폭행ㆍ협박이라는 수단을 문언에 두었다.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거꾸로다. 수단은 문언에 없고, 장소가 문언에 있다. 그래서 같은 접촉을 두고도 어떤 사실이 인정되느냐에 따라 검토되는 조문이 달라진다.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지는 구체적 사건의 사실관계에 달린 문제이고, 이 글은 특정 사건의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는다.
행위자의 성적 목적이 드러나야 하나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라는 문언은 제11조가 아니라 성폭력처벌법 제12조에 있다. 제12조는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화장실, 목욕장ㆍ목욕실 또는 발한실(發汗室), 모유수유시설, 탈의실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하거나 같은 장소에서 퇴거의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다.
제12조의 행위는 침입 또는 퇴거불응이다. 대중교통수단 안에서 몸이 닿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제12조의 문언과 맞지 않는다. 두 조문은 목적ㆍ장소ㆍ행위가 각각 다르게 적힌 별개 조문이다.
행위별 분해 — 어떤 행위가 어느 조문에 걸리나
| 어떤 행위 | 적용 조문 | 법정형 |
|---|---|---|
| 대중교통수단, 공연ㆍ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 | 성폭력처벌법 제11조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
|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 | 형법 제298조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
|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화장실ㆍ목욕장ㆍ탈의실 등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하거나 퇴거 요구에 불응 | 성폭력처벌법 제12조 |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
|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한 간음 또는 추행 | 형법 제305조 제1항 |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제301조 또는 제301조의2의 예에 의함 |
| 19세 이상인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한 간음 또는 추행 | 형법 제305조 제2항 |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제301조 또는 제301조의2의 예에 의함 |
형법 제305조는 피해자 연령과 행위자 연령을 문언에 둔 조문이다. 연령 요건이 걸리는 사안인지에 따라 검토 조문이 달라지므로, 제11조와 같은 자리에 놓고 설명할 수 없다.
3천만원은 범칙금인가
아니다. 제11조가 정한 것은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벌금은 형벌이고, 현장에서 통고로 끊는 범칙금과는 절차와 성질이 다르다. 조문 어디에도 범칙금이라는 말은 없다.
법정형이 선택형이라는 점도 문언 그대로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에서 또는은 둘 중 하나를 고른다는 뜻이고, 징역과 벌금을 함께 부과한다는 뜻이 아니다. 또한 3년 이하와 3천만원 이하는 모두 상한이므로, 이 죄로 유죄가 되면 3천만원을 낸다는 식으로 읽을 수 없다.
실제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인가
이 글의 확인 범위에서는 제11조 위반 사건의 선고형 분포에 관한 공표 자료 없음이다. 사법기관이 공표한 통계나 양형기준 수치를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평균 형량이나 벌금액을 숫자로 적지 않는다.
문언으로 확실한 것은 상한과 선택형이라는 구조뿐이다. 법정형은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최대치를 정한 것이지, 실제 사건에서 선고되는 형이 그 숫자라는 뜻이 아니다. 법정형의 상한은 2020. 5. 19.자 개정 전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었고, 그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라갔다.
현행 문언은 언제 만들어졌나
제11조의 현행 법정형 문언을 만든 것은 법률 제17264호(2020. 5. 19. 공포, 일부개정)다. 이 개정은 제11조의 1년을 3년으로, 300만원을 3천만원으로 고쳤고, 조문 끝에도 <개정 2020. 5. 19.>로 표시되어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현행 성폭력처벌법 상단에는 [시행 2025. 10. 1.] [법률 제21066호, 2025. 10. 1., 타법개정]이 적혀 있지만, 이 법률 제21066호는 제11조를 고치지 않았다. 제21066호가 고친 것은 제23조의2 제1항의 기관 명칭이다. 현행본 상단의 공포번호를 그 조문을 만든 개정법률로 읽으면 개정 연혁이 틀어진다.
시행일도 부칙 문언대로다. 법률 제17264호 부칙 제1조 본문은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이고, 제11조 개정규정에는 별도 시행 단서가 없다. 단서로 시행이 늦춰진 것은 법률 제17086호의 제14조의2 제4항ㆍ제15조 개정규정(2020년 6월 25일부터 시행)과 제21조 제3항 제1호 개정규정(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이다. 부칙 제2조는 제목이 공소시효 진행에 관한 적용례이고 그 대상은 제21조 제3항 제1호 개정규정이므로, 제11조에 붙은 적용례가 아니다.
미수도 처벌되나
성폭력처벌법 제15조(미수범)의 열거에 제11조는 들어 있지 않다. 문언은 “제3조부터 제9조까지, 제14조, 제14조의2 및 제14조의3의 미수범은 처벌한다”이다. 제11조의 미수를 따로 처벌한다고 적은 이 법의 조문은 이 글의 확인 범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기수 시점에 관해서는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5도7102 판결이 있다. 이 판결은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죄가 기수에 이르기 위해 행위자의 행위로 말미암아 대상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반드시 실제로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 조문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은 어떻게 됐나
헌법재판소는 2021. 3. 25. 2019헌바413 결정에서 구 성폭력처벌법 제11조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심판 대상은 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되고 2020. 5. 19. 법률 제17264호로 개정되기 전의 제11조였다.
결정 요지는 두 가지다. 심판대상조항 중 추행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내놓은 것은 판결이 아니라 결정이다.
이 글이 단정하지 않는 것
성폭력처벌법에는 제11조 유죄와 이어질 수 있는 후속 조문들이 있다. 제16조의 수강명령ㆍ이수명령, 제20조의 심신장애 감경 특례, 제21조의 공소시효 특례, 제42조부터 제47조까지의 신상정보 등록ㆍ공개, 제52조의 과태료가 그것이다. 이 글의 확인 범위에서는 이들 조문의 원문 전체와 적용요건을 대조하지 않았으므로 구체적 요건과 숫자를 단정하지 않는다.
특히 등록과 공개명령은 같은 말이 아니다. 신상정보 등록은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 확정과 연결되는 절차이고, 공개명령은 별도의 요건과 근거 조문에 따른 처분이다. 유죄가 되면 곧바로 인터넷에 공개된다는 식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관련 법령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ㆍ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을 처벌한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징역과 벌금 사이에 ‘또는’이 놓인 선택형이다.
제12조는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하거나, 그 장소에서 퇴거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사람을 처벌한다.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사람을 처벌한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제11조와 달리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수단 요건이 문언에 있다.
법률 제17264호 부칙 제1조 본문은 이 법을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정한다. 제11조 개정규정에는 별도 시행 단서가 없으므로, 제11조의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문언은 2020년 5월 19일부터 시행됐다.
관련 판례
추행의 고의를 판단하는 법리를 밝히고 원심을 파기하여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했다.
추행의 객관적 판단 기준과 실제 수치심·혐오감이 기수에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법리를 밝히고 상고를 기각했다.
구 제11조의 추행 부분이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자주 묻는 질문
지하철에서 몸이 닿으면 무조건 성추행인가요
아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1조의 문언은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이고, 장소요건과 `추행`은 별개 요건이다. 대법원은 제11조의 추행을 일반인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았으므로,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이 요건이 자동으로 충족된다고 말할 수 없다.
공중밀집장소 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성립하나요
성폭력처벌법 제11조의 문언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라는 수단 요건이 없다. 그 문구는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에 있는 것이고, 제298조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다만 제11조도 장소요건 외에 `추행`과 그 고의가 따로 인정되어야 하므로, 수단 요건이 없다는 말이 요건이 하나뿐이라는 뜻은 아니다.
지하철 추행의 벌금은 법에 얼마로 정해져 있나요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고 있고, 이는 상한을 정한 선택형이다. 3천만원은 반드시 내야 하는 금액이 아니라 법원이 벌금형을 택할 때의 최대치이며, 범칙금이 아니라 형벌인 벌금이다. 2020. 5. 19.자 개정 전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