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서 몸이 닿으면 곧 추행인가…조문은 장소와 행위를 따로 적었다
공중 밀집 장소는 요건의 한 축일 뿐…대법원 “추행의 고의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돼야”
대중교통수단에서 몸이 닿았다는 사실만으로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죄가 곧바로 성립하지는 않는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ㆍ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문언은 장소를 적은 앞부분과 행위를 적은 뒷부분으로 이어져 있다. 지하철은 앞부분을 채우는 장소일 뿐이고, 뒷부분의 추행은 따로 검토해야 하는 요건이다.
제11조는 항 번호가 표시되지 않은 문장 하나로 되어 있고 호와 목도 없다. 요건이 번호로 나뉘어 보이지 않을 뿐, 장소와 행위는 조문 안에서 각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2020년 6월 25일 선고한 2015도7102 판결에서 이 죄가 기수에 이르기 위해 대상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반드시 실제로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2024년 1월 4일 선고 2023도13081 판결은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로 이를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원심을 파기해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같은 판결은 검사와 피고인이 낸 증거를 종합해 공소사실에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그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유죄를 선고할 수는 없다고도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3월 25일 2019헌바413 결정에서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 가운데 추행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반대 방향의 오해도 문언과 어긋난다. 제11조에는 폭행이나 협박이라는 수단 요건이 들어 있지 않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 것은 형법 제298조다.
행위자의 성적 목적을 제11조의 요건으로 읽는 것도 조문이 적은 바가 아니다.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라는 문구는 화장실, 목욕장ㆍ목욕실, 탈의실 등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하거나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은 행위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같은 법 제12조에 있다.
형법 제305조는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ㆍ추행을 따로 정하면서 피해자의 연령과 행위자의 연령을 요건으로 삼고 있다.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일이라도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검토 대상 조문이 달라진다.
법정형은 선택형이다. 조문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닫고 있어 두 숫자는 각각 상한이며, 징역과 벌금을 함께 얹는다는 뜻이 아니다. 조문이 정한 것은 현장에서 부과하는 범칙금이 아니라 벌금이다.
현행 법정형을 만든 개정법률은 법률 제17264호다. 2020년 5월 19일 공포된 이 법률은 제11조의 1년을 3년으로, 300만원을 3천만원으로 고쳤고, 부칙 제1조 본문에 따라 공포한 날부터 시행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본 상단에는 법률 제21066호가 표시돼 있으나, 이 법률은 제23조의2 제1항의 기관 명칭을 바꾼 타법개정으로 제11조를 고치지 않았다. 제11조 끝에 붙은 개정 표시도 2020년 5월 19일이다.
미수범 처벌 범위도 조문에 열거돼 있다. 같은 법 제15조는 제3조부터 제9조까지와 제14조, 제14조의2 및 제14조의3의 미수범을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11조는 그 열거에 들어 있지 않다.
다만 신상정보 등록과 등록정보 공개는 같은 법 제42조~제47조가 각각 요건을 달리 정한 절차다. 유죄가 확정되면 곧바로 인터넷에 공개된다는 설명은 서로 다른 두 절차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참고 법령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행위)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5조(미수범)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제47조(신상정보 등록ㆍ공개)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법률 제17264호, 2020. 5. 19.) 부칙 제1조
-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 형법 제305조(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
관련 판례
추행의 고의를 판단하는 법리를 밝히고 원심을 파기하여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했다.
추행의 객관적 판단 기준과 실제 수치심·혐오감이 기수에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법리를 밝히고 상고를 기각했다.
구 제11조의 추행 부분이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