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몸이 닿으면 성추행인가…법은 장소와 추행을 따로 본다
공중 밀집 장소라는 사정만으로 부족…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은 선택형 법정형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과 몸이 닿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법률 문언과 대법원 판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ㆍ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정한다. 지하철은 이 조문에서 말하는 대중교통수단에 해당할 수 있지만, 장소요건이 충족됐다는 사실만으로 추행 여부까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조문은 장소와 행위를 나란히 두고 있다. 공중이 밀집한 장소인지와 사람을 추행했는지는 각각 살펴야 할 요건이다.
대법원은 2020년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사건에서 추행을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봤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대상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실제로 느껴야만 기수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며 상고를 기각했다.
다만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추행과 고의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2024년 판결에서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하며,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했다.
따라서 우연하거나 단순한 접촉만으로 제11조가 자동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반대로 이 조문에는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처럼 폭행 또는 협박으로라는 수단 요건도 적혀 있지 않다.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을 제11조의 독립 요건으로 더해서도 안 된다. 성폭력처벌법 제12조는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화장실, 목욕장ㆍ목욕실, 탈의실 등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하거나 퇴거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않은 행위를 정한 별도 조문이다.
제12조의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지하철에서 몸이 닿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침입이나 퇴거불응을 요건으로 하는 제12조의 문언과도 맞지 않는다.
제11조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징역과 벌금을 함께 부과한다는 뜻이 아니라 또는으로 연결된 선택형이며, 두 수치 모두 법정 상한이다.
이를 3천만원 범칙금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제11조는 현장에서 부과하는 범칙금이 아니라 벌칙으로서 징역 또는 벌금을 정하고 있다.
현행 법정형은 2020년 5월 19일 공포된 법률 제17264호가 제11조의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을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고치면서 마련됐다. 이 개정의 제11조 관련 규정에는 별도 시행 단서가 없어 같은 날부터 시행됐다.
현재 법령 상단에 표시된 법률 제21066호는 제23조의2제1항의 기관 명칭을 바꾼 타법개정으로, 제11조의 법정형을 고친 개정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도 2021년 구 제11조의 추행 부분이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결국 대중교통수단이라는 장소는 제11조 적용의 한 문턱일 뿐이다. 구체적 사안에서는 장소요건과 추행 해당성, 추행의 고의가 각각 증명돼야 한다.
참고 법령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
- 형법 제298조
관련 판례
추행의 고의를 판단하는 법리를 밝히고 원심을 파기하여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했다.
추행의 객관적 판단 기준과 실제 수치심·혐오감이 기수에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법리를 밝히고 상고를 기각했다.
구 제11조의 추행 부분이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