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고소 뒤 협박이 이어질 때, 피해자보호명령의 요건은 무엇인가
가정폭력으로 고소한 뒤에도 배우자가 협박하는 상황에서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지 묻는 경우, 출발점은 ‘고소를 했는가’가 아니라 법이 정한 청구권자와 발령 요건이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5조의2제1항은 고소를 피해자보호명령의 명문 요건으로 두지 않는다.
같은 조항은 판사가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피해자·그 법정대리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따라 결정으로 피해자보호명령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따라서 고소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명령이 자동 발령되는 것도 아니고, 고소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청구 가능성이 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관련 행위가 법에서 말하는 가정폭력범죄에 해당하는지와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이 함께 판단 대상이 된다.
먼저 확인할 법의 구조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는 가정폭력을 가정구성원 사이에서 신체적·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배우자 및 배우자였던 사람은 가정구성원에 포함된다. 다만 관계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가정폭력범죄는 제2조제3호 각 목에 열거된 죄에 해당해야 하며, 협박에 관해서는 「형법」상 협박죄 등이 그 열거에 포함되어 있다.
대법원 2024. 3. 29. 자 2024터2 결정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피해자보호명령의 전제가 되는 가정폭력행위가 특정되지 않거나, 그 행위 사실이 인정되지 않거나, 행위가 제2조제3호 각 목의 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에는 피해자보호명령을 발령할 수 없다고 보았다. 즉 ‘협박이라고 말했는지’가 아니라, 법이 요구하는 행위의 특정과 범죄 해당성, 그리고 보호 필요성이 판단의 축이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간 사법경찰관리는 진행 중인 가정폭력범죄에 대하여 필요한 응급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5조제5호는 이때 피해자보호명령 또는 신변안전조치를 청구할 수 있음을 고지하도록 정한다. 이는 피해자보호명령의 발령 요건을 고소로 한정하지 않는 조문 구조와도 연결된다.
피해자보호명령으로 가능한 조치
제55조의2제1항은 판사가 결정으로 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을 다섯 가지로 정한다.
-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의 주거 또는 점유하는 방실로부터의 퇴거 등 격리
-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 또는 그 주거·직장 등에서 100미터 이내의 접근금지
-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 친권자인 가정폭력행위자의 피해자에 대한 친권행사의 제한
- 가정폭력행위자의 피해자에 대한 면접교섭권행사의 제한
이 다섯 조치는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제55조의2제2항은 각 호의 피해자보호명령을 병과할 수 있다고 정한다. 명령의 취소나 종류 변경은 피해자, 그 법정대리인 또는 검사가 신청할 수 있고, 판사는 직권 또는 신청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취소하거나 종류를 변경할 수 있다.
법원은 별도로 피해자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의 청구나 직권으로 검사에게 신변안전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법원의 요청을 받은 검사는 피해자의 주거지 또는 현재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장에게 신변안전조치를 요청할 수 있으며, 해당 경찰서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 피해자보호명령과 신변안전조치는 같은 조문에 함께 규정되어 있지만, 전자는 판사의 명령이고 후자는 법원·검사·경찰서장 사이의 요청 절차를 포함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기간: 처음부터 1년으로 고정되는 제도는 아니다
피해자보호명령의 기간은 제55조의3제1항에 따라 1년을 초과할 수 없다. 이는 최초 명령의 상한이다.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직권 또는 피해자·법정대리인·검사의 청구에 따른 결정으로 2개월 단위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연장이나 종류 변경이 있더라도 종전 처분기간을 합산한 전체 기간은 3년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러므로 ‘무조건 1년’이나 ‘항상 6개월’처럼 고정된 기간으로 설명하면 조문과 다르다.
본안인 피해자보호명령의 청구가 있는 경우에는, 판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제55조의4에 따라 임시보호명령을 할 수 있다. 임시보호명령의 기간은 원칙적으로 피해자보호명령의 결정 시까지다. 이는 제29조의 임시조치나 제8조의2의 긴급임시조치와는 다른 제도이므로, 명칭과 제재를 서로 바꾸어 이해해서는 안 된다.
접근금지 등을 어기면 과태료만 내는가
피해자보호명령 위반의 제재는 제55조의2에 직접 적혀 있지 않다. 벌칙은 같은 법 제63조제1항제2호에 있다. 피해자보호명령 또는 임시보호명령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가정폭력행위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고 정한다. 세 법정형은 조문상 또는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피해자보호명령 위반을 300만원 이하 과태료나 범칙금으로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제66조의 300만원 이하 과태료는 신고의무 위반 또는 일정한 긴급임시조치 미이행에 관한 규정이며, 제55조의2에 따른 피해자보호명령 위반의 제재가 아니다.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1도15745 판결은 임시보호명령의 효력과 불이행죄가 문제 된 사안에서, 적법한 보호명령의 고지와 효력 발생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 2023. 6. 1. 선고 2020도5233 판결은 피해자보호명령을 받고 이행하지 않은 경우의 제63조제1항제2호 해석을 다루었다. 이러한 판단들은 명령의 내용, 고지와 효력, 절차를 구별해 살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고소 여부와 보호 필요성을 분리해서 보는 이유
피해자보호명령은 고소의 유무만으로 결론 나는 절차가 아니다. 제55조의2제1항의 문언상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피해자, 법정대리인, 검사이며, 판사가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해야 한다. 여기에 제2조의 가정폭력범죄 해당성과 대법원이 밝힌 행위의 특정·인정 문제가 더해진다.
정리하면, 배우자 사이의 협박이 문제 되는 상황에서는 다음을 같은 층위에서 구별해야 한다. 첫째, 당사자 관계가 법상 가정구성원에 해당하는지. 둘째, 문제 되는 행위가 제2조제3호의 가정폭력범죄에 해당하는지. 셋째,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명령이 필요한지. 넷째, 청구가 피해자·법정대리인·검사 중 법정 청구권자에 의해 이루어졌는지다. 고소는 이 네 항목을 대신하는 독립된 자동 발령 요건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관할은 가정폭력행위자의 행위지·거주지 또는 현재지와 피해자의 거주지 또는 현재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있다. 가정법원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해당 지방법원이 관할한다. 심리와 결정은 판사가 하며, 제55조의8은 피해자보호명령, 임시보호명령, 취소·종류 변경 및 기각 결정에 관한 항고와 재항고의 틀을 둔다.
핵심 정리
- 고소는 피해자보호명령의 명문 요건이 아니다.
- 피해자, 법정대리인 또는 검사가 청구할 수 있고, 판사가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 배우자 관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행위의 특정·인정 및 가정폭력범죄 해당성이 필요하다.
- 보호명령은 퇴거 등 격리,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친권 제한, 면접교섭권 제한으로 구성되며 병과할 수 있다.
- 최초 기간은 최대 1년, 연장은 2개월 단위, 전체 합산 기간의 상한은 3년이다.
- 피해자보호명령 또는 임시보호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가 규정되어 있다.
- 300만원 이하 과태료는 피해자보호명령 위반의 제재가 아니다.
참고 법령 및 조문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제1호, 제2호가목, 제3호라목, 제4호, 제5호, 제7호의2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제5호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5조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5조의2제1항부터 제6항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5조의3제1항·제2항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5조의4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5조의5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5조의8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3조제1항제2호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6조
- 「형법」 제283조
관련 판례
보호명령은 전제가 되는 가정폭력행위의 특정·인정과 법정 범죄 해당성을 필요로 한다. 원심결정을 취소하고 환송한 결정이다.
종기가 제한되지 않은 임시보호명령의 효력과 후속 보호명령 고지 사이의 위반을 다룬다. 원심의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환송했다.
피해자보호명령을 받고 이행하지 않은 뒤 전제 행위에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안에서 보호처분 불이행죄의 성립을 인정했다.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