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개정 민법인데 적용 시점 세 갈래…대법 "계속 중이던 사건에도 신법"
유류분 가액 지급은 시행 이후 상속부터…상속권 상실 조항은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까지 적용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민법이 상속 규정을 한꺼번에 손질하면서도 조항마다 적용되는 상속 개시 시점을 달리 정하고 있다.
개정 민법은 지난 3월 17일 공포됐다. 부칙이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정해 공포일과 시행일이 같다.
바뀐 내용 가운데 하나는 유류분의 보전 방법이다. 개정 조항은 증여와 유증으로 유류분에 부족이 생긴 때 부족한 한도에서 그 재산의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가액의 지급을 청구한 날부터 이자를 가산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이 조항은 개정법 시행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부칙이 적용례를 따로 두어 시행 전에 개시된 상속에는 미치지 않도록 했다.
반면 두 개의 개정 조항은 2024년 4월 25일 이후 개시된 상속까지 거슬러 적용된다.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데 대한 보상으로 이뤄진 증여·유증을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는 조항과, 상속권 상실 선고 조항이다.
상속권 상실 선고는 대상이 넓어졌다. 종전에는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저버린 직계존속만이 대상이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직계존속과 직계비속, 배우자 등 상속인 전반이 대상에 포함됐다.
청구 경로는 두 갈래다. 피상속인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의사를 표시하면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청구하고, 그런 유언이 없었던 경우에는 공동상속인이 사유가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청구할 수 있다.
기산점은 상속이 개시된 날이 아니라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이다. 사유도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등으로 한정돼 있다.
가정법원은 사유의 경위와 정도,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 상속재산의 규모와 형성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청구를 받아들이거나 기각한다. 선고가 확정되면 상속이 개시된 때로 소급해 상속권을 잃지만, 확정 전에 취득한 제3자의 권리는 해치지 못한다.
대습상속 조항도 함께 손질됐다. 상속권 상실 선고를 받은 사람의 직계비속은 대습상속인이 될 수 있는 반면, 상속권을 상실했거나 결격 사유가 있는 사람의 배우자는 대습상속을 받을 수 없다.
부칙에는 기한이 붙은 특례도 있다. 2024년 4월 25일 이후 개정법 시행 전에 상속이 개시된 경우로서 사유가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시행 전에 이미 알고 있던 공동상속인은 시행일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시행일이 지난 3월 17일이므로 이 기한은 오는 9월 16일까지다.
여기에 대법원은 지난 6월 25일 개정 조항의 적용 범위를 한 걸음 더 넓히는 판단을 내놨다. 유류분 상실 사유를 따로 두지 않고 기여분에 관한 조항을 유류분에 준용하지 않은 옛 민법 조항이 쟁점이 된 사건이다.
대법원은 “위헌성이 지적된 두 부분은 적용중지 상태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옛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하여는 소급효가 미치므로 2026년 3월 17일 개정된 민법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부칙이 정한 소급 범위 밖에 있던 사건에도 개정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다.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정한 부분이 삭제된 것은 이번 개정과는 별개다. 헌법재판소가 2024년 4월 25일 해당 호에 단순위헌 결정을 내린 뒤, 2024년 9월 20일 공포된 다른 개정 법률로 조문에서 지워졌다.
참고 법령
민법 제1001조(대습상속), 제1004조(상속인의 결격사유), 제1004조의2(상속권 상실 선고), 제1008조(특별수익자의 상속분) 단서, 제1008조의2(기여분), 제1010조(대습상속분), 제1068조(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제1112조(유류분의 권리자와 유류분), 제1114조(산입될 증여), 제1115조(유류분의 보전) 제1항, 제1118조(준용규정)
민법 일부개정법률(법률 제21454호, 2026년 3월 17일 공포·시행) 부칙 제1조, 제2조, 제3조, 제4조
민법 일부개정법률(법률 제20432호, 2024년 9월 20일 공포)
관련 판례
구 민법 제1112조·제1118조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이 잠정 적용을 명하였더라도 위헌성이 지적된 두 부분은 적용중지 상태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헌법불합치결정 당시 구법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하여는 소급효가 미치므로 2026. 3. 17. 개정된 민법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