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속법 개정, 먼저 확인할 것은 ‘어느 조문’과 ‘상속개시일’이다
2026년 3월 17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된 민법 일부개정법률(법률 제21454호)은 유류분과 상속권 상실 제도를 함께 손봤다. 다만 “개정법이 시행됐으니 모두 같은 날부터 적용된다”는 이해는 정확하지 않다. 이 개정은 조문별로 적용되는 상속개시일이 다르고, 계속 중인 사건에는 별도의 판단도 나왔다.
상속에서 ‘상속개시’는 통상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이 시작되는 때를 말한다. 따라서 같은 2026년 개정이라도 사망일과 쟁점 조문이 무엇인지에 따라 적용 법률이 달라질 수 있다. 2024년에 시작된 상속에도 바뀐 유류분법이 적용되는지 묻는다면, 답은 하나가 아니라 아래처럼 나뉜다.
한 개정법, 세 갈래의 적용 시점
첫째, 유류분 부족분을 받는 방식에 관한 민법 제1115조 제1항은 2026년 3월 17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부터 적용된다. 개정 조문은 유류분에 부족이 생긴 경우 부족한 한도에서 “그 재산의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즉 개정 후의 기본 표현은 특정 부동산이나 주식을 그대로 돌려받는 방식이 아니라 그 재산의 가액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이 경우 이자는 가액 지급을 청구한 날부터 가산된다.
그래서 “유류분을 부동산 대신 돈으로 받나요”라는 질문에는 상속개시일을 함께 붙여 답해야 한다. 2026년 3월 17일 이후 개시된 상속이라면 제1115조 제1항의 새 문언이 적용 대상이다. 반대로 그보다 앞서 개시된 상속에 이 조항을 일률적으로 소급 적용한다고 볼 수는 없다. 부칙 제3조가 적용 범위를 시행 이후 개시된 상속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둘째, 특별한 부양이나 재산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한 증여·유증에 관한 민법 제1008조 단서는 더 이른 시점으로 적용 범위를 정했다. 상당한 기간의 동거·간호 등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의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데 대한 보상으로 증여·유증이 이뤄졌다면,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서는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 단서는 2024년 4월 25일 이후 개시된 상속에도 적용된다.
셋째, 상속권 상실 선고를 정한 민법 제1004조의2도 원칙적으로 2024년 4월 25일 이후 개시된 상속에 적용된다. 시행 전에 해당 조항의 사유가 되는 행위가 있었더라도 같은 범위에서 적용하도록 부칙이 정했다. 대습상속과 관련해 제1001조 및 제1010조에서 제1004조의2를 언급하는 개정 부분에도 같은 적용례가 연결된다.
‘돌보지 않았다’만으로 곧바로 결론이 나지는 않는다
민법 제1004조의2는 피상속인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사유와, 유언이 없는 경우 공동상속인이 청구할 수 있는 사유를 둔다. 그중 하나는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다. 또 피상속인이나 그 배우자 또는 직계혈족에 대한 중대한 범죄행위, 그 밖의 심히 부당한 대우도 조문에 열거돼 있다.
여기서 핵심 단어는 ‘중대하게’다. 단순한 왕래의 단절이나 관계의 소원함이라는 표현만으로 조문의 요건이 충족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법은 사유의 경위와 정도, 관계, 상속재산의 규모와 형성 과정, 그 밖의 사정을 종합해 인용 또는 기각할 수 있도록 정한다. 사실관계의 평가가 필요한 제도라는 뜻이다.
유언이 없을 때 공동상속인의 청구 기간도 흔히 잘못 알려진다. 제1004조의2 제3항의 기준은 상속개시일부터 6개월이 아니라, 해당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6개월이다. 상속개시 후 확정된 상속권 상실 선고는 상속개시 때로 소급하지만, 확정 전에 취득한 제3자의 권리는 해치지 못한다.
2026년 9월 16일: 경과규정이 만든 별도 기한
부칙 제4조는 과도기에만 적용되는 특례를 뒀다. 2024년 4월 25일 이후부터 2026년 3월 17일 시행 전까지 상속이 개시됐고, 공동상속인이 시행 전에 상속권 상실 사유와 그 사람이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경우가 대상이다. 이 경우에는 시행일부터 6개월 이내에 청구할 수 있다.
시행일이 2026년 3월 17일이므로 이 특례의 기간은 2026년 9월 16일까지다. 이는 모든 상속권 상실 청구에 공통인 기간이 아니라, 부칙이 정한 과도기 요건을 갖춘 경우의 특례라는 점이 중요하다.
계속 중인 유류분 사건에는 왜 적용 범위가 달라졌나
2024년 4월 25일에는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정한 민법 제1112조 제4호에 위헌 결정이 있었고, 유류분 상실 사유 및 기여분 준용의 공백에는 잠정 적용을 전제로 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다. 형제자매 유류분 조항의 삭제는 2026년 개정이 아니라 2024년 법률 제20432호에 따른 것이다. 두 개정 시점은 구별해야 한다.
공개된 2026년 6월 25일 선고 2025다219693 판결은, 위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해당 구법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계속 중이던 사건에는 그 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2026년 3월 17일 개정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 판단을 파기·환송했다. 이는 부칙의 일반 적용례와 별개로, 당시 계속 중이던 사건이라는 조건을 전제로 한 판단이다.
빠르게 구별하는 기준
상속 관련 개정법을 읽을 때는 “언제 법이 바뀌었나”만 보지 말고 다음 순서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 상속이 개시된 날은 언제인가.
- 쟁점이 가액 지급 방식(제1115조 제1항)인가, 기여 보상 증여의 제외(제1008조 단서)인가, 상속권 상실(제1004조의2)인가.
- 2024년 4월 25일 이후의 상속인지, 2026년 3월 17일 이후의 상속인지.
- 부칙 제4조의 과도기 특례 또는 2025다219693에서 말한 계속 중인 사건에 해당하는지.
결국 2026년 개정의 핵심은 ‘유류분이 바뀌었다’는 한 문장보다, 어떤 조문이 어느 상속개시일에 적용되는지에 있다. 가액 지급은 시행 이후 상속에, 기여 보상 증여 제외와 상속권 상실은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에 적용될 수 있으며, 계속 중이던 일부 사건은 공개 판결의 법리에 따라 별도로 검토된다.
참고 법령과 조문
- 민법 제1000조, 제1001조, 제1003조, 제1004조, 제1004조의2, 제1008조, 제1008조의2, 제1010조, 제1112조, 제1114조, 제1115조, 제1118조
- 민법 일부개정법률(법률 제21454호) 부칙 제1조, 제2조, 제3조, 제4조
관련 판례
구 민법 제1112조·제1118조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이 잠정 적용을 명하였더라도 위헌성이 지적된 두 부분은 적용중지 상태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헌법불합치결정 당시 구법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하여는 소급효가 미치므로 2026. 3. 17. 개정된 민법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