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면담 등 명칭과 관계 없이"…형사소송법에 녹음 의무 조항 신설
피의자·변호인이 요청하면 녹음해야…제244조의6 2027년 8월 5일 시행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자리라면 조사든 면담이든 명칭과 관계 없이, 피의자나 변호인의 요청이 있으면 진술을 녹음해야 한다는 조항이 형사소송법에 새로 들어갔다.
지난달 4일 공포된 법률 제21857호는 형사소송법에 제244조의6(피의자신문 등의 녹음)을 신설했다. 법률 전체의 시행일은 오는 10월 2일이지만, 이 조항의 개정규정은 부칙 제1조 제2호에 따라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인 2027년 8월 5일부터 시행된다.
제1항은 사법경찰관이 제244조의2에 따라 영상녹화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피의자신문의 전 과정을 녹음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미리 녹음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정했다.
제2항은 사법경찰관이 사건의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조사, 면담 등 명칭과 관계 없이” 피의자의 진술을 듣는 경우, 피의자 또는 변호인의 요청이 있으면 피의자의 진술을 “녹음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같은 조문 안에서 항에 따라 어미가 갈린다. 제1항의 녹음은 “녹음할 수 있다”는 재량으로 적혀 있고, 제2항의 녹음은 요청이 있을 때 “녹음하여야 한다”는 의무로 적혀 있다.
제2항이 대상으로 삼는 것은 피의자의 진술이며, 의무를 지는 주체는 사법경찰관으로 적혀 있다. 조문 문언 자체는 피의자가 아닌 사람의 진술을 듣는 경우를 규율 대상으로 들고 있지 않다.
제3항은 “제244조의2제2항 및 제3항은 피의자신문 등의 녹음에 준용한다”고 정하면서, 준용할 때 “영상녹화”는 “녹음”으로, “영상녹화물”은 “녹음물”로, “시청”은 “청취”로 본다고 밝혔다.
준용되는 제244조의2 제2항은 영상녹화가 완료된 때에 피의자 또는 변호인 앞에서 지체 없이 그 원본을 봉인하고 피의자로 하여금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도록 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3항은 피의자 또는 변호인의 요구가 있는 때에는 재생해 시청하게 하고, 그 내용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하는 때에는 그 취지를 기재한 서면을 첨부하도록 정하고 있다. 제244조의6 제3항의 준용에 따라 이 절차는 녹음물에도 따라붙는다.
번호가 비슷한 두 조문은 서로 다른 조문이다. 제244조의2는 ‘피의자진술의 영상녹화’를 정한 2007년 6월 1일 신설 조항으로 이미 시행 중이고, 제244조의6은 ‘피의자신문 등의 녹음’을 정한 신설 조항으로 아직 시행 전이다.
영상녹화를 다룬 제244조의2와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단이 나와 있다. 대법원은 2016년 2월 18일 선고한 판결에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으로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영상녹화물이나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조사관이나 조사 과정에 참여한 통역인 등의 증언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2022년 7월 14일 선고한 판결에서는 영상녹화물에 봉인절차를 둔 취지를 밝히면서, 수회의 조사가 이루어진 경우 최초의 조사부터 모든 조사 과정을 빠짐없이 영상녹화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두 판결은 모두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에 관한 것으로, 녹음을 정한 제244조의6에 관한 판단은 아니다.
부칙 제5조 제2항은 제244조의6의 개정규정을 “같은 개정규정 시행 당시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제244조의6은 아직 시행 전이어서, 이 조항을 참조조문으로 하는 대법원 판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참고 법령
형사소송법 제244조의6(피의자신문 등의 녹음) 제1항, 제2항, 제3항 (법률 제21857호, 2026년 8월 4일 공포, 2027년 8월 5일 시행 예정)
형사소송법 제244조의2(피의자진술의 영상녹화) 제1항, 제2항, 제3항 (2007년 6월 1일 본조신설, 시행 중)
법률 제21857호 부칙 제1조 제2호(시행일)
법률 제21857호 부칙 제5조 제2항(영상녹화 및 진술녹음에 관한 적용례)
관련 판례
사건명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마약)·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이다. 판시사항은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에 규정된 ‘영상녹화물이나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의 의미 및 조사관 또는 조사 과정에 참여한 통역인 등의 증언이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다. 주문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이다. 이 판결은 제244조의2(피의자진술의 영상녹화)와 관련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에 관한 것이며, 2027년 8월 5일 시행 예정인 제244조의6(피의자신문 등의 녹음)에 관한 판례가 아니다. 제244조의6은 2026년 9월 1일 현재 미시행 조문이어서, 이 조문을 참조조문으로 하는 판례는 확인하지 못했다.
사건명은 정치자금법위반이다. 판시사항은 세 갈래다. [1]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구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에 예시된 ‘영상녹화물’의 의미. [2] 형사소송법 및 형사소송규칙에서 영상녹화물에 대한 봉인절차를 둔 취지,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하려면 봉인되어 피의자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한 영상녹화물을 조사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예외적으로 영상녹화물을 법정 등에서 재생·시청하는 방법으로 조사할 수 있는 경우. [3] 조사 전 과정이 영상녹화되는 것을 요구하는 취지, 수회의 조사가 이루어진 경우 최초의 조사부터 모든 조사 과정을 빠짐없이 영상녹화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 및 같은 날 수회의 조사가 이루어진 경우 조사 과정 전부를 영상녹화하여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주문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이다. 이 판결도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에 관한 것이고, 녹음을 정한 제244조의6에 관한 판례가 아니다. 제244조의6 제3항의 준용으로 녹음물에도 봉인·재생·이의 절차가 대응하지만, 그 판단이 그대로 녹음물에 관한 판례가 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