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성·본 변경, 아버지 동의는 요건 아니다…법원이 복리 따져 허가
민법 제781조 제6항, 청구권자는 부·모·자…대법원 “일방의 희망과 타방 동의만으로 요건 충족 안 돼”
자녀의 성과 본을 바꿀 때 법이 요건으로 정해 둔 것은 아버지의 동의가 아니라 자녀의 복리라는 점이 민법 조문과 대법원 결정에서 확인된다.
민법 제781조 제6항 본문은 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부, 모 또는 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다고 정한다. 요건은 자녀의 복리이고, 부·모·자는 청구권자이며, 허가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법원이다.
동의라는 말은 이 조항의 요건 자리에도, 청구권자 자리에도 들어 있지 않다.
같은 항 단서는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을 넓힌다. 다만 자가 미성년자이고 법정대리인이 청구할 수 없는 경우라는 두 조건이 함께 갖춰질 때에만 민법 제777조에 따른 친족 또는 검사가 청구할 수 있다. 제777조가 정한 친족은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 세 가지다.
대법원은 2022년 3월 31일 자 2021스3 결정에서 동의를 둘러싼 오해를 양쪽에서 정리했다. 대법원은 “법령상 부, 모 등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 점”을 들면서도, 부모 중 일방이 성·본 변경을 희망하고 다른 일방이 동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변경허가의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재항고를 기각했다.
같은 결정은 성·본 변경허가 심판에서 법원이 성·본 변경이 청구된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후견적 입장에서 허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2009년 12월 11일 자 2009스23 결정에서 자의 복리를 위하여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를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판단할 것인지를 다루면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2016년 1월 26일 자 2014으4 결정에서는 성·본 변경허가 청구를 인용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세 건 모두 판결이 아니라 결정이다.
이 청구는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 6)에 따라 가정법원의 전속관할인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분류된다. 가사소송규칙 제23조 제1항은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사실을 조사하고 필요한 증거조사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증거조사를 다른 가정법원에 촉탁할 수 있다고 정한다.
자녀의 나이를 둘러싼 오해도 조문과 어긋난다. 가사소송규칙 제59조의2 제2항은 성·본 변경허가 청구가 있는 경우 가정법원이 부, 모 및 자가 13세 이상인 때에는 그 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정한다.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며,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문언은 없다.
같은 항은 자의 부모 중 자와 성과 본이 동일한 사람의 사망 그 밖의 사유로 의견을 들을 수 없는 경우에는 자와 성과 본이 동일한 최근친 직계존속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기간에 관한 표현도 자리가 다르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00조 제1항은 민법 제781조 제6항에 따라 자녀의 성·본을 변경하고자 하는 사람이 재판확정일부터 1개월 이내에 재판서의 등본 및 확정증명서를 첨부하여 신고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 1개월은 법원에 허가를 청구할 기한이 아니라 재판이 확정된 뒤 신고할 기한이다. 이 글의 확인 범위에서는 허가 청구기간을 정한 조문이 확인되지 않았다.
신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기간 내에 신고 또는 신청을 하지 않으면 같은 법 제122조에 따라 5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가사소송법 제67조 제1항의 1천만원 이하 과태료는 제64조의 이행명령 등을 위반한 경우의 제재다. 제64조 제1항의 이행명령 대상은 금전의 지급 등 재산상의 의무, 유아의 인도 의무, 자녀와의 면접교섭 허용 의무이며, 성·본 변경허가 청구 자체에 붙는 제재가 아니다.
민법 제781조 제6항 자체에는 벌칙이나 법정형이 없다. 가족관계등록법 제118조 제2항이 정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은 등록부에 기록할 필요가 없는 사항의 거짓신고와 등록 관련 거짓보증 등에 관한 것이고, 성·본 변경을 청구한 것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다.
현행 제781조의 문언은 2005년 3월 31일 공포된 법률 제7427호의 전문개정으로 만들어졌고, 부칙 제1조 단서에 따라 제4편 제2장 개정규정으로서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조문 상단에 표시된 법률 제21454호는 상속 관련 조문을 고친 최근 개정번호로, 제781조를 개정하지 않았다.
법률 제7427호 부칙 가운데 제781조 제6항에 관한 별도의 적용례나 경과조치는 없다. 같은 법 부칙 제7조는 가사소송법에 성·본 변경허가를 가사비송사건으로 넣었다.
조문이 요건 자리에 세워 둔 것은 자녀의 복리 하나이고, 부·모·자의 청구와 법원의 허가가 그 판단이 이뤄지는 통로다. 동의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변경이 막히는 것도, 동의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변경이 이뤄지는 것도 조문과 대법원 결정이 정한 구조는 아니다.
참고 법령
민법 제777조(친족의 범위), 제781조(자의 성과 본) 제6항
민법 일부개정법률(법률 제7427호, 2005. 3. 31. 공포) 부칙 제1조, 제7조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 6), 제64조, 제67조, 제68조
가사소송규칙 제23조, 제59조의2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00조, 제118조, 제122조
관련 판례
자녀 성ㆍ본 변경에서 부모 동의는 법정 요건이 아니며, 부모의 희망과 동의만으로 허가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가정법원은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으로 판단해야 한다. 재항고를 기각한 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