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미터 금지는 한 줄, 예외는 장소마다 두 겹으로 읽어야 한다
국회의장 공관 근처에서는 집회를 무조건 할 수 없나요? 총리 공관 근처에서 소규모 집회를 열면 허용되나요? 집회 금지 장소에서 집회하면 주최자와 참가자 처벌이 같나요?
이 질문들은 모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를 한 문장으로만 읽으면 답하기 어렵다. 2026년 2월 27일부터 시행 중인 법률 제21395호의 현행 제11조는, 열거된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에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다. 다만 이 문장만으로 100미터 이내가 언제나 예외 없는 금지 장소라고 결론내릴 수는 없다.
제11조에는 번호가 붙은 항이 없고, 제1호부터 제5호까지의 호가 이어진다. 제4호는 삭제 상태이며, 제5호 다목도 삭제 상태다. 현재 의미를 확인해야 하는 것은 살아 있는 각 호의 단서와 그 안의 조건이다.
단서는 목 하나와 공통 조건을 함께 본다
제1호, 제2호, 제3호, 제5호에는 모두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라는 구조가 있다. 여기서 “어느 하나”는 각 목이 대안 관계라는 뜻이다. 그러나 목 하나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단서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이어지는 공통 조건, 즉 해당 장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라는 요건도 함께 충족되어야 한다.
정리하면 각 호의 예외는 다음의 두 겹으로 읽는다.
- 각 호의 가목 또는 나목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것
- 해당 장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될 것
제11조 문언은 누가 어떤 절차로 이를 인정하는지까지 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조문만으로 특정 기관이나 담당자가 판단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같은 100미터라도 장소별 가목은 다르다
국회의사당에 관한 제1호는 국회의 활동을 방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 또는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를 목의 조건으로 둔다.
각급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관한 제2호는 법관이나 재판관의 직무상 독립이나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 경우 또는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를 둔다. 이 호에서는 재판의 독립과 구체적 재판에 대한 영향이 별도의 문언으로 제시된다.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 관저(官邸),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국무총리 공관에 관한 제3호는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의 직무를 방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 또는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를 둔다. 이 제3호의 현행 문언은 법률 제21395호가 2026년 2월 27일 공포·시행하며 마련한 내용이다. 이 개정은 제3호를 교체하고 제4호를 삭제했으며, 제5호 가목의 문언을 바꾸고 같은 호 다목을 삭제했다. 100미터 본문과 제1호·제2호까지 모두 새로 만든 개정은 아니다.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에 관한 제5호는 해당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의 업무를 방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 또는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를 둔다. 제5호 다목은 삭제되어 있다.
따라서 국회의장 공관이나 국무총리 공관 인근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정적인 답을 내릴 수 없다. 제3호의 두 목 중 하나와 기능·안녕 침해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지라는 공통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소규모라는 사정은 조문상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라는 나목과 관련될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 공통 조건까지 충족했다고 볼 수는 없다.
위반에 대한 제재는 제11조가 아니라 제23조에 있다
제11조는 금지 장소를 정한다. 제11조 위반에 관한 처벌의 구분과 법정형은 제23조가 정한다. 제23조는 주최자, 질서유지인, 그 사실을 알면서 참가한 자를 구별한다.
- 주최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
- 질서유지인: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ㆍ구류 또는 과료
- 그 사실을 알면서 참가한 자: 50만원 이하의 벌금ㆍ구류 또는 과료
세 구분의 법정형은 같지 않다. 특히 알면서 참가한 자에 대한 제23조 제3호에는 징역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 또한 법정형의 “또는”과 “ㆍ”는 선택형을 나타내는 문언이므로, 일부만 떼어 제재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법률 제21395호는 제23조를 개정하지 않았다.
헌법불합치 결정과 현재 조문을 구별하기
헌법재판소는 2018헌바48, 2019헌가1(병합) 결정과 2021헌가1 결정에서 각각 대통령 관저 및 국회의장 공관 관련 구법·당시 현행법 조항을 심사했다. 두 결정은 헌법불합치 결정이며, 구법 조항에는 적용 중지를, 당시 현행법 조항에는 2024년 5월 31일까지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구조를 포함했다.
이 결정들을 현재 무조건 집회가 허용된다는 뜻으로 옮길 수는 없다. 현행 제11조는 2026년 2월 27일 시행된 법률 제21395호에 따라 제3호의 문언을 두고 있으며, 현재의 적용 문언은 그 현행 조문을 기준으로 확인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판결”이 아니라 “결정”으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
핵심 정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의 100미터 기준은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 지점에서 계산하는 금지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제1호·제2호·제3호·제5호에는 장소별 목 조건과 기능·안녕 침해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지라는 공통 조건이 결합된 단서가 있다. 법원·헌법재판소, 공관, 외교기관 관련 호의 가목 문언도 서로 다르다.
따라서 “100미터 이내면 언제나 금지” 또는 “목 하나만 맞으면 가능”이라는 두 설명 모두 현행 조문의 구조를 충분히 담지 못한다. 제11조의 장소별 단서와 제23조의 사람별 제재를 분리해 읽는 것이 출발점이다.
참고 법령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3조
관련 판례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 금지 부분에 헌법불합치를 선고했다. 구법 조항은 적용을 중지하고, 당시 현행 조항은 2024년 5월 31일까지 개선입법 시한을 두고 계속 적용하도록 했다. 2026년 개정 조문의 예외 요건과 구별한다.
국회의장 공관 인근 집회 금지와 관련 벌칙 부분에 헌법불합치를 선고했다. 구법 부분은 적용 중지, 당시 현행 부분은 2024년 5월 31일까지 개정 시한을 두고 계속 적용하도록 구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