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원 송금메모도 '통신매체'…대법, 무죄 본 원심 법리오해 지적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대법원, 송금메모 기능도 여기 포함된다고 판단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계좌이체를 하면서 송금메모 칸에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을 적어 보냈다면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3월 1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의 상고심에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은행계좌로 1원씩 입금하면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문구를 송금메모에 적어 각각 전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시사항에는 전송된 구체적 문구가 그대로 인용돼 있다.
수단은 휴대전화였다. 휴대전화로 돈을 이체하면서 메모를 작성한 뒤 송금메모 기능을 통해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통신매체이용음란 조항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조항이 열거한 대상은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 여섯 가지다.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이 가운데 ‘말’을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했다는 것이었다.
다툼의 초점은 수단을 열거한 문언 가운데 “그 밖의 통신매체”의 범위였다. 돈을 보내는 데 쓰이는 송금 기능이 여기에 포함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원심은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 원심이 어떤 이유로 그렇게 봤는지는 판시사항에 드러나 있지 않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휴대전화로 돈을 이체하면서 송금메모 메시지를 작성한 후 송금메모 기능을 통해 이를 도달하게 한 일련의 행위가 “일반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물체나 수단으로 인식되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의 보호법익과 ‘통신매체’의 의미를 함께 짚으면서, 전자금융거래에서 사용되는 이른바 ‘송금메모’가 통신매체에 해당한다고 봤다.
조문 자체는 그대로다. 통신매체이용음란 조항이 마지막으로 개정된 것은 2020년 5월 19일로, 그 뒤 문언은 바뀌지 않았다.
조항에는 이체 금액에 관한 요건이 없다. 대법원은 이체 행위 자체가 아니라 송금메모 기능을 통해 함께 도달한 말을 두고 구성요건 충족 여부를 따졌다.
대법원은 이 같은 행위가 조항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참고 법령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부칙(법률 제17264호, 2020. 5. 19.) 제1조(시행일)
참고 판례
- 대법원 2026. 3. 12. 선고 2025도12709 판결
관련 판례
판시사항 [1]은 성폭력처벌법 제13조에서 정한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보호법익, 그 죄에서 말하는 ‘통신매체’의 의미, 그리고 전자금융거래에서 사용되는 이른바 ‘송금메모’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를 다뤘다. 여기서 (적극)은 송금메모가 제13조의 ‘통신매체’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판시사항 [2]의 사안은 피고인이 甲의 은행계좌로 1원씩 입금하면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송금메모 메시지를 각 전송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으로 기소된 것이다. 대법원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돈을 이체하면서 송금메모 메시지를 작성한 후 송금메모 기능을 통해 이를 도달하게 한 일련의 행위가 “일반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물체나 수단으로 인식되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경우에 해당하여 같은 법 제13조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통신매체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주문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는 내용이므로, 이 판결로 특정 피고인의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보호법익이 무엇이라고 보았는지와 ‘통신매체’의 정의 문장, 원심이 무죄로 본 구체적 논거, 메모 전송 횟수·기간·당사자들의 관계, 환송 후의 절차와 결과는 확인하지 못했다. 판시사항 원문에는 전송된 메모의 구체적 문구가 인용되어 있으나 여기에는 옮기지 않으며, “甲”과 “○○”는 판결문 원문의 익명·가림 표기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