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으로 재산을 준다는데 답이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 민법 제1074조부터 제1078조까지
유언자가 유언으로 재산을 남겼는데, 정작 재산을 받을 사람이 “받겠다” 또는 “안 받겠다”라는 답을 하지 않으면 법률관계는 어떻게 될까. 민법은 이 물음에 대해 제1074조부터 제1078조까지 몇 개의 조문으로 답을 마련해 두고 있다.
유증을 받을 자는 ‘유언자의 사망 후에’ 언제든지 승인·포기할 수 있다
민법 제1074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유증을 받을 자는 유언자의 사망후에 언제든지 유증을 승인 또는 포기할 수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언제든지’ 앞에 붙은 “유언자의 사망후에”라는 단서다. 이 조문이 정하는 승인·포기는 유언자가 사망한 이후의 문제다. 유언자가 살아 있는 동안 수증자가 미리 유증을 포기하는 문제는 이 조문이 다루는 대상이 아니다.
제2항은 그렇게 한 승인이나 포기의 효력에 관한 것이다.
전항의 승인이나 포기는 유언자의 사망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다.
즉 제1항은 “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는 선택권을 정한 조문이고, 제2항은 그 선택의 효력이 언제로 거슬러 올라가는지(유언자가 사망한 때로 소급)를 정한 조문이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층위의 규정이므로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언제든지’에도 한계는 있다 — 유증의무자의 최고권
그런데 제1074조만 보면 수증자가 마음먹을 때까지 무한정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유증의무자(유증을 이행할 의무가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수증자의 답이 없는 상태가 계속되면 재산관계가 불안정해진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규정이 제1077조다.
①유증의무자나 이해관계인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기간 내에 승인 또는 포기를 확답할 것을 수증자 또는 그 상속인에게 최고할 수 있다. ②전항의 기간내에 수증자 또는 상속인이 유증의무자에 대하여 최고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유증을 승인한 것으로 본다.
즉 유증의무자나 이해관계인이 상당한 기간을 정해 수증자(또는 그 상속인)에게 승인·포기 여부를 확답하라고 최고할 수 있고, 그 기간 안에 유증의무자에 대하여 확답이 없으면 법률은 이를 “유증을 승인한 것으로 본다”고 정한다.
바로 이 부분이 처음의 질문 — “유언으로 준 재산을 받을지 물었는데 답이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 에 대한 답이다. 유증의무자나 이해관계인이 상당한 기간을 정해 확답을 최고했는데 그 기간 안에 답이 없으면, 포기한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승인한 것으로 본다는 점이 핵심이다. 침묵이 곧 포기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여기서 확답의 상대방은 “유증의무자”로 명시되어 있고, 최고할 수 있는 기간은 “상당한 기간”이라고만 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일수는 조문에 나와 있지 않다.
한 번 한 승인·포기는 취소하지 못한다
제1074조가 ‘언제든지’ 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고 해서, 이미 내린 선택을 다시 번복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1075조 제1항은 이를 분명히 한다.
①유증의 승인이나 포기는 취소하지 못한다.
승인하겠다고 확답한 뒤 마음이 바뀌어 포기로 돌리거나, 포기한 뒤 다시 승인으로 돌리는 것은 이 조문상 허용되지 않는다.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기를 제한받지 않는다는 뜻이지, 이미 정한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제1075조 제2항은 “제1024조제2항의 규정은 유증의 승인과 포기에 준용한다”고 정하는데, 제1024조 제2항의 구체적 내용은 이 글이 근거로 삼은 법제처 조문 범위 밖이라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포괄적 유증을 받은 자 — 제1078조는 따로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제1074조·제1075조·제1077조는 “유증을 받을 자” 또는 “수증자”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유증에는 특정 재산을 지정해 주는 특정유증과, 재산의 전부 또는 일정 비율을 포괄적으로 주는 포괄유증이 있고, 민법은 포괄적으로 유증을 받은 사람에 대해 별도의 조문을 두고 있다. 제1078조다.
포괄적 유증을 받은 자는 상속인과 동일한 권리의무가 있다. <개정 1990.1.13>
이 조문은 포괄적 유증을 받은 자에게 “상속인과 동일한 권리의무가 있다”고 정할 뿐이다. 포괄적 유증을 받은 자가 곧 상속인이 된다고 정하는 것은 아니고, 권리의무의 내용이 상속인과 같다는 취지다. 또한 이 조문 자체는 승인·포기의 시기나 방법을 직접 정하고 있지 않으며, 앞서 본 제1074조의 “사망후에 언제든지” 규정이 포괄적 수증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지는 이 조문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 포괄적 유증을 받은 자에게 적용되는 승인·포기의 구체적 기간이나 방식은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조문 범위에는 나와 있지 않다.
참고로 제1078조의 현재 문언은 1990년 1월 13일 공포된 법률 제4199호에 의해 개정된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반면 제1074조·제1075조·제1077조에는 별도의 개정 연혁 표시가 없어, 현재 문언이 어느 개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는 이 조문 표기만으로는 알 수 없다.
이 개정(법률 제21454호)이 유증 규정을 바꾼 것은 아니다
현행 민법은 법률 제21454호(2026. 3. 17. 공포, 2026. 3. 17. 시행)를 반영한 것이다. 이 개정의 부칙은 시행일 외에 적용례와 특례를 정하고 있는데, 그 대상은 제1001조(대습상속), 제1004조의2, 제1008조(특별수익자의 상속분), 제1010조(대습상속분), 제1115조(유류분의 보전)다. 이번에 살펴본 유증의 승인·포기에 관한 제1074조·제1075조·제1077조·제1078조는 이 개정이 함께 고친 조문 목록에 들어 있지 않다. 즉 이번 개정이 유증 승인·포기 관련 규정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다.
정리
- 유증을 받을 자는 유언자의 사망 후에 언제든지 승인 또는 포기를 선택할 수 있고, 그 효력은 유언자가 사망한 때로 소급한다(제1074조).
- 다만 유증의무자나 이해관계인이 상당한 기간을 정해 확답을 최고했는데 그 기간 안에 답이 없으면, 포기가 아니라 승인한 것으로 본다(제1077조).
- 일단 한 승인이나 포기는 취소하지 못한다(제1075조 제1항).
- 포괄적 유증을 받은 자는 상속인과 동일한 권리의무를 가지지만(제1078조),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조문 범위에서 그 승인·포기의 구체적 시기·방식까지 확인되지는 않는다.
참고 법령
- 민법 제1074조(유증의 승인, 포기)
- 민법 제1075조(유증의 승인, 포기의 취소금지)
- 민법 제1077조(유증의무자의 최고권)
- 민법 제1078조(포괄적 수증자의 권리의무)
- 민법 부칙 <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제1조~제4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