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죄의 갈림길은 '기분'이 아니라 '평가'다
욕을 들으면 기분이 상한다. 그런데 형법이 모욕죄로 지키려는 것이 그 상한 기분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는 조문만 봐서는 알 수 없다. 조문이 짧기 때문이다. 대법원 2026. 5. 8. 선고 2025도3012 판결은 그 빈칸을 정면으로 채웠다. 보호법익은 ‘외부적 명예’라고 판시사항 첫 줄이 괄호로 못 박았다.
한눈에
- 형법 제311조가 적어 놓은 요건은 **‘공연히’**와 ‘사람을 모욕한’ 두 개뿐이다. ‘모욕’이 무엇인지는 조문에 없다.
- 대법원 2026. 5. 8. 선고 2025도3012 판결은 **모욕죄의 보호법익을 ‘외부적 명예’**로 밝혔다. 내가 얼마나 불쾌했는지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만한 표현이었는지가 축이다.
- 같은 판결 판시사항은 두 유형에 대해 구성요건 해당 여부를 **‘원칙적 소극’**으로 적었다. ‘원칙적’이라는 한정어가 붙어 있다.
- 모욕죄는 형법 제312조 제1항 쪽이다.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제2항(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과는 다른 장치다.
이 글은 특정 표현이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판정하지 않는다. 조문 문언과 공개된 판시사항 원문이 어디까지 말하고 있는지만 정리한다.
1. 조문에는 ‘모욕’의 뜻이 없다
기준일 2026. 8. 25. 현재 시행 중인 「형법」(법률 제21307호, 2025. 12. 31. 일부개정)의 제311조 전문은 다음과 같다.
제311조(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한 문장이다. 항도 하나, 호도 목도 없다. 여기서 뽑아낼 수 있는 요건은 둘뿐이다.
| 조문이 정한 것 | 조문이 정하지 않은 것 |
|---|---|
| 공연히 | ‘모욕’의 정의 |
| 사람을 모욕할 것 | 어떤 표현이 모욕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 법정형: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 | 표현의 수위·맥락을 어떻게 볼지 |
이 문언은 1995. 12. 29. 공포된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되어 1996. 7. 1.부터 시행되고 있다. 30년 가까이 같은 문장이 유지돼 온 셈이다. 조문이 정의를 비워 둔 자리를, 판례가 사건마다 채워 왔다.
2. 축은 ‘명예감정’이 아니라 ‘외부적 명예’다
대법원 2026. 5. 8. 선고 2025도3012 판결의 판시사항 [1]은 이렇게 시작한다.
[1] 모욕죄의 보호법익(=외부적 명예) / 모욕죄에서 ‘모욕’의 의미 및 어떠한 표현이 모욕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의 표현이거나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ㆍ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모욕죄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를 평가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맨 앞의 괄호가 결정적이다. 보호법익 = 외부적 명예.
‘외부적 명예’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말한다. 개인이 스스로 느끼는 명예감정과는 층위가 다르다. 이 구분을 놓치면 질문 자체가 어긋난다.
- 잘못된 질문: 그 말을 듣고 내가 얼마나 모욕감을 느꼈는가
- 판례가 세운 질문: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그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었는가
기분이 상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구성요건을 채우지 않는다. 판례가 든 보호법익이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3. ‘원칙적 소극’이라고 적힌 두 유형
판시사항 [1]은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방향(원칙적 소극)으로 분류되는 경우를 원문 어순대로 둘 열거한다.
①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의 표현
②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ㆍ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
→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칙적 소극)
②를 뜯어보면 조건이 겹쳐 있다.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맥락이 있을 것, 그리고 그때 쓰인 것이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일 것. 욕설이라는 형식 하나만으로 이 칸에 들어가는 구조가 아니다.
4. ‘원칙적’을 빼면 틀린 문장이 된다
판시는 “욕설은 모욕죄가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원칙적 소극이라고 말했다. 법률 문서에서 ‘원칙적’은 반대 방향의 결론이 열려 있다는 표시다.
그러니 양쪽 단정이 모두 조문·판시와 어긋난다.
- ✗ “욕을 하면 무조건 모욕죄다”
- ✗ “경미한 욕설은 언제나 모욕죄가 아니다”
- ○ 원칙적으로 구성요건 해당성이 부정되는 유형이 판시사항에 적시돼 있고, 개별 사안의 판단은 그 사안의 사정에 달려 있다
5. 확인하지 못한 것 — ‘고려하여야 할 사항’의 내용
판시사항 [1]의 마지막 항목은 **“모욕죄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를 평가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다. 제목만 이렇게 확인됐다.
그 아래에 어떤 요소들이 몇 개나 열거돼 있는지는 이 글을 쓰면서 확인하지 못했다(확인 실패). 흔히 짐작되는 항목들을 여기에 나열하면 그것은 판시가 아니라 추측이 된다. 그래서 비워 둔다. 이 부분이 필요하다면 판결 원문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6. 판시사항 [2] — 판단이 어떻게 갈렸는지
판시사항 [2]는 익명화된 형태로 다음과 같이 공개돼 있다. 인용 범위를 넘겨 사건을 좁히지 않기 위해 원문 그대로 옮긴다.
[2] 피고인이 아파트 내 생활문화센터 회의실에서 입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甲을 향해 “야, 야, 친구냐? 어린놈의 새끼가 어디서 건방지게.”라는 등의 욕설(발언)을 하여 공연히 甲을 모욕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위 발언은 甲의 반말 사용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다소 거칠게 표현한 것에 불과할 뿐, 객관적으로 甲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이와 달리 피고인의 위 발언이 형법 제311조의 ‘모욕’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문장 안에 두 개의 서술이 마주 서 있다.
| 판시가 인정한 성격 | 판시가 부정한 성격 |
|---|---|
| 불편한 감정을 다소 거칠게 표현한 것에 불과 | 객관적으로 甲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행위 |
원심은 그 발언이 형법 제311조의 ‘모욕’에 해당한다고 봤고, 대법원은 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했다. 공개된 판시사항이 알려 주는 범위는 여기까지다. 주문과 그 이후 절차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다(확인 실패).
7. 절차 — 모욕죄는 ‘고소가 있어야’ 쪽이다
여기서 자주 뒤집히는 대목이 있다. 형법 제312조 전문이다.
제312조(고소와 피해자의 의사) ①제308조와 제311조의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개정 1995. 12. 29.> ②제307조와 제309조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개정 1995. 12. 29.>
두 항은 서로 다른 장치다.
| 제312조 제1항 | 제312조 제2항 | |
|---|---|---|
| 조문 문언 |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
| 조문이 열거한 죄 | 제308조, 제311조 | 제307조, 제309조 |
| 강학상 명칭 | 친고죄 | 반의사불벌죄 |
모욕(제311조)은 제1항에 들어 있다. 그러므로 “모욕죄는 반의사불벌죄”라는 설명은 조문 배치와 어긋난다. 제1항은 고소라는 적극적 행위가 있어야 공소 제기가 가능하다는 구조이고, 제2항은 피해자가 반대 의사를 명시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구조다. 출발점이 반대다.
한 가지 덧붙이면, 제312조가 인용하는 제307조·제308조·제309조가 각각 어떤 죄인지는 이 글에서 조문 원문을 확인하지 못했다(확인 실패). 확인된 것은 어느 조가 제1항에 있고 어느 조가 제2항에 있는지라는 배치뿐이다. 제312조 제1항의 현재 문언 역시 1995. 12. 29. 공포된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되어 1996. 7. 1.부터 시행되고 있다.
8. 자주 나오는 질문 정리
Q. 욕을 하면 모욕죄로 처벌받나요?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처벌한다고만 정하고, ‘모욕’의 뜻은 정의하지 않는다. 대법원 2026. 5. 8. 선고 2025도3012 판결의 판시사항은,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의 표현이거나,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 구성요건 해당 여부에 관해 원칙적 소극이라고 적었다. ‘원칙적’이므로 욕설이면 언제나 아니라는 뜻도, 욕설이면 언제나 그렇다는 뜻도 아니다.
Q. 기분 나쁜 말도 모욕죄가 되나요? 판시사항 [1]이 밝힌 보호법익은 외부적 명예다. 기준은 듣는 사람이 느낀 불쾌감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그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이었는지다. 판시사항 [2]도 문제 된 발언을 “불편한 감정을 다소 거칠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Q.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는 언제인가요? 판시사항 [1]에 원칙적 소극으로 분류되는 두 유형이 적혀 있다(위 3항). 다만 같은 판시사항의 마지막 항목인 “구성요건 해당 여부를 평가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의 구체적 내용은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다(확인 실패).
Q. 모욕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끝나나요? 그 구조는 형법 제312조 제2항(제307조·제309조)의 문언이다. 모욕(제311조)은 제1항에 있고, 제1항은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한다. 두 항을 바꿔 읽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9. 이 글이 확인한 범위
- 확인함: 형법 제311조·제312조 전문과 시행 연혁, 대법원 2026. 5. 8. 선고 2025도3012 판결의 판시사항 [1]·[2] 원문.
- 확인 실패: 판시사항 [1]의 ‘고려하여야 할 사항’의 열거 내용, 위 판결의 주문과 후속 절차, 제307조·제308조·제309조의 조문 원문.
개별 발언이 모욕죄에 해당하는지는 그 사안의 사정에 따라 판단된다. 이 글은 그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다.
참고 법령·판례
법령
- 「형법」 제311조(모욕) — 법률 제21307호, 2025. 12. 31. 일부개정 (2026. 8. 25. 기준 시행 중). 해당 문언은 법률 제5057호(1995. 12. 29. 공포)로 개정, 1996. 7. 1. 시행
- 「형법」 제312조(고소와 피해자의 의사) 제1항·제2항 — 위와 같음
- 「형법」 부칙(법률 제5057호, 1995. 12. 29.) 제1조(시행일), 제2조(일반적 적용례), 제3조(1개의 행위에 대한 경과조치), 제4조(형에 관한 경과조치), 제5조(다른 법령과의 관계)
판례
- 대법원 2026. 5. 8. 선고 2025도3012 판결
관련 판례
판시사항 [1]은 모욕죄의 보호법익을 괄호로 '외부적 명예'라고 못 박고, 모욕죄에서 '모욕'의 의미 및 어떠한 표현이 모욕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함께 든다. 이어 ①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의 표현이거나 ②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ㆍ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원칙적 소극'으로 적었다. ②는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ㆍ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라는 결합 조건과 함께 읽어야 하는 유형이고, 경미한 수준의 욕설만으로 원칙적 소극이라고 한 판시가 아니다. 판시사항 [1]의 마지막 항목인 '모욕죄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를 평가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은 제목만 확인됐고 그 열거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 판시사항 [2]는 피고인이 아파트 내 생활문화센터 회의실에서 입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甲을 향해 욕설(발언)을 하여 공연히 甲을 모욕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이다. 대법원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위 발언이 甲의 반말 사용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다소 거칠게 표현한 것에 불과할 뿐, 객관적으로 甲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이와 달리 그 발언이 형법 제311조의 '모욕'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다. 이 판결의 주문과 후속 절차는 확인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