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한 마약을 감정에 쓰고 폐기했다면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나 — 제67조 단서를 갈라 읽는다
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5도6739 판결에는 판시사항이 두 개 붙어 있다. 두 판시 끝에 모두 **(소극)**이 달려 있는데, 묻는 것이 서로 달라서 결론의 방향은 반대로 읽힌다. 하나는 “이중처분에 해당하는가”를 부정했고, 다른 하나는 “추징할 수 있는가”를 부정했다. 이 둘을 묶어 “대법원이 추징을 넓혔다” 또는 “좁혔다”라고 한 방향으로만 정리하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틀린 문장이 된다.
출발점은 판례가 아니라 조문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가 몰수와 추징을 어떤 순서로 배치해 두었는지를 먼저 보면, 두 판시가 왜 갈라지는지가 보인다.
요약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는 본문에서 몰수를, 단서에서 “몰수할 수 없는 경우”의 가액 추징을 정한다. 추징은 몰수를 대신하는 자리다.
- 판시 [1] — ‘죄에 제공한 마약류의 가액’과 ‘죄로 인한 수익금의 가액’을 각각 추징하는 것이 이중처분에 해당하는지: (소극). 이중처분에 해당한다는 쪽을 부정한 것이다.
- 판시 [2] — 수사기관이 필로폰을 압수하고, 이를 감정에 사용한 다음 폐기한 경우 제67조 단서에 따라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는지: (소극). 추징할 수 있다는 쪽을 부정한 것이다.
- 두 판시는 모두 추징의 가부에 관한 것이지 유무죄에 관한 것이 아니다.
1. 조문 원문 — 제67조는 한 문장 안에 본문과 단서를 담고 있다
제67조(몰수) 이 법에 규정된 죄에 제공한 마약류ㆍ임시마약류 및 시설ㆍ장비ㆍ자금 또는 운반 수단과 그로 인한 수익금은 몰수한다. 다만, 이를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가액(價額)을 추징한다.
이 조문은 항 번호가 표기되지 않은 단일 항이다. 따라서 “제67조 제1항”이라는 인용은 성립하지 않고, 제67조, 제67조 본문, 제67조 단서로 가리키는 것이 정확하다.
본문 — 몰수 대상의 목록
본문이 몰수 대상으로 든 것은 다음 두 갈래다.
- 이 법에 규정된 죄에 제공한 것 — ㉠ 마약류ㆍ임시마약류 ㉡ 시설ㆍ장비ㆍ자금 ㉢ 운반 수단
- 그로 인한 수익금
문언은 “몰수한다”이지 “몰수할 수 있다”가 아니다. 즉 필요적 몰수 형식의 문언이다.
단서 — 추징이 열리는 조건
단서는 “다만, 이를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가액(價額)을 추징한다”고 적는다. 추징이 먼저 있고 몰수가 뒤따르는 구조가 아니다. 몰수가 원칙이고, 몰수를 할 수 없을 때 그 대신 가액을 추징하는 종속 구조가 문언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 종속 구조가 판시 [2]를 읽는 문언상의 출발점이다. 어떤 물건에 대해 추징이 문제가 되려면, 그 앞에 “몰수할 수 없는 경우”라는 관문이 먼저 놓여 있다.
2. 가액이 두 개로 갈리는 이유 — 본문의 목록이 둘이기 때문이다
비교적 덜 알려진 지점부터 짚는다. 제67조 단서가 말하는 ‘가액’은 하나가 아니다.
본문의 몰수 대상이 ① 제공한 것과 ② 그로 인한 수익금 두 갈래로 되어 있으므로, 단서의 “그 가액” 역시 그 대응관계를 따라 두 갈래로 갈린다. 판시 [1]이 쓰는 표현이 정확히 그 둘이다.
| 조문 본문의 몰수 대상 | 단서가 대신 잡는 가액 |
|---|---|
| 이 법에 규정된 죄에 제공한 마약류ㆍ임시마약류 등 | ‘같은 법에 규정된 죄에 제공한 마약류의 가액’ |
| 그로 인한 수익금 | ‘같은 법에 규정된 죄로 인한 수익금의 가액’ |
‘마약을 팔아 번 돈’과 ‘팔려고 내놓은 마약’은 조문상 서로 다른 항목이다. 이 구분이 판시 [1]의 질문을 만든다.
3. 판시 [1] — 각각 추징하는 것은 이중처분이 아니다
[1]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 단서에 따라 몰수에 갈음하여 추징하는 ‘같은 법에 규정된 죄에 제공한 마약류의 가액’과 ‘같은 법에 규정된 죄로 인한 수익금의 가액’을 각각 추징하는 것이 이중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여기서 물은 것은 “이중처분에 해당하는가”다. 그에 대한 부정이므로, 읽히는 결론은 이중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두 가액을 각각 추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쪽이다.
조문 문언과 나란히 놓으면 흐름이 맞다. 본문이 제공한 물건과 수익금을 별개 항목으로 세워 두었으니, 단서가 그 각각을 가액으로 대신 잡는 것도 같은 항목을 두 번 잡는 일이 아니라는 정리다.
다만 대법원이 왜 그렇게 보았는지, 그 논거는 이 글이 확보한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다. 판결요지와 판결이유의 원문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4. 판시 [2] — 압수 → 감정에 사용 → 폐기, 이 경과에서는 추징할 수 없다
[2] 수사기관이 필로폰을 압수하고, 이를 감정에 사용한 다음 폐기한 경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 단서에 따라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여기서 물은 것은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는가”다. 그에 대한 부정이므로, 읽히는 결론은 추징할 수 없다는 쪽이다. 판시 [1]과는 방향이 반대다.
주의해서 볼 것은 판시가 든 사실관계의 범위다. 판시사항 문언에 적힌 것은 세 단계뿐이다.
- 수사기관이 필로폰을 압수하고
- 이를 감정에 사용한 다음
- 폐기한 경우
‘압수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판시가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압수에서 감정 사용을 거쳐 폐기에 이르는 경과 전체가 판시의 전제로 들어가 있다. 누가, 어디서, 얼마나 되는 양이었는지 등 나머지 사실관계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 판시가 정한 것이 추징의 가부라는 점도 그대로 옮겨야 한다. 유죄냐 무죄냐를 정한 것이 아니고, “처벌을 면했다”는 식의 서술은 판시 내용과 다르다.
5. 두 (소극)을 나란히 놓으면
| 판시가 던진 질문 | (소극)이 부정한 것 | 읽히는 결론 | |
|---|---|---|---|
| [1] | 두 가액을 각각 추징하는 것이 이중처분에 해당하는가 | 이중처분에 해당한다는 쪽 | 이중처분이 아니다 → 각각 추징 가능 |
| [2] | 압수·감정 사용·폐기된 필로폰의 가액을 추징할 수 있는가 | 추징할 수 있다는 쪽 | 추징할 수 없다 |
같은 제67조 단서 하나를 두고, 한쪽 물음에서는 넓게 읽히고 다른 쪽 물음에서는 좁게 읽혔다. 이 판결의 뼈대가 그것이다. “(소극)“이라는 같은 표기에 이끌려 방향을 하나로 합치면 반드시 한쪽이 틀어진다.
6. 자주 갈리는 질문
Q. 마약 사건에서 추징금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조문 구조까지는 말할 수 있다. 제67조 본문의 몰수가 먼저이고,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 단서가 열려 그 가액을 추징한다. 대상은 죄에 제공한 마약류ㆍ임시마약류 및 시설ㆍ장비ㆍ자금 또는 운반 수단과 그로 인한 수익금이다. 반면 그 가액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하는지에 관한 조문이나 기준은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시가가 어떻고 거래가가 어떻다는 설명은 근거를 확인하지 못한 채로는 붙일 수 없다.
Q. 압수된 마약도 추징 대상인가요? ‘압수됐다’는 사실 하나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2025도6739의 판시 [2]가 전제로 삼은 것은 압수 그 자체가 아니라 압수 → 감정에 사용 → 폐기라는 경과이고, 그 경우에 제67조 단서에 따른 가액 추징이 가능한지에 대해 (소극)이라고 적혀 있다. 이 판시를 압수와 관련된 다른 유형의 사안으로 넓혀 옮기는 것은 판시가 든 범위를 벗어난다.
Q. 마약을 팔아 번 돈은 전부 추징되나요? ‘전부’인지에 답할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조문 문언상 수익금은 본문의 몰수 대상에 명시되어 있고,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단서가 그 가액을 잡는다. 그리고 판시 [1]에 따르면 ‘제공한 마약류의 가액’과 ‘수익금의 가액’은 서로 다른 항목이어서, 그 각각을 추징하는 것이 이중처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7. 제67조의 개정 이력과 부칙
제67조에는 [전문개정 2011. 6. 7.] 표기가 붙어 있다. 공포일과 법률번호는 2011. 6. 7., 법률 제10786호이고, 시행일은 **2012. 6. 8.**이다. 다만 제67조의 개정규정 중 임시마약류와 관련된 부분은 2011. 9. 8.에 시행됐다. 같은 조문 안에서 임시마약류 부분만 시행일이 앞선 구조다. 시행일 조문(부칙 제1조)의 원문 자체는 확인하지 못했다.
같은 부칙의 다른 조문 두 개는 원문이 확인된다. 둘 다 제67조와는 별개 조문에 관한 적용례·경과조치다.
제2조(원료물질의 제조ㆍ거래 보고에 관한 적용례) 제51조제7항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제조ㆍ거래하는 원료물질부터 적용한다.
제3조(벌칙에 관한 경과조치) 이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하여 벌칙(제68조는 제외한다)을 적용할 때에는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
여기 나오는 제51조 제7항과 제68조의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그 조문들이 무엇을 정하는지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는다.
법령 전체의 최근 표기는 이와 별개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법률 제21065호, 2025. 10. 1., 타법개정 / 2026. 1. 2. 시행으로 표기돼 있다(현행 기준 2026. 8. 25.). 법령 전체의 개정 표기와 제67조 자체의 개정 이력은 섞어 쓰면 안 된다.
8.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한 것
정확도를 위해 확인 범위를 밝혀 둔다. 아래 항목은 원문을 확인하지 못했고, 따라서 이 글에 서술하지 않았다.
- 2025도6739의 판결요지·판결이유·참조조문·참조판례 원문 — 판시 [1]과 [2]가 그렇게 결론난 논거
- 원심의 판단과 환송 후 절차 — 파기인지 상고기각인지, 이후 경과
- 판시 [2] 사안의 나머지 사실관계
- 마약류의 가액 산정 기준에 관한 조문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1조 제7항·제68조의 내용, 이 사건 관련 처벌 조항
- 형법의 몰수·추징 조문 원문
참고한 법령·판례
법령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몰수) — [전문개정 2011. 6. 7.] / 공포 2011. 6. 7. 법률 제10786호, 시행 2012. 6. 8.(임시마약류 관련 부분은 2011. 9. 8. 시행)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법령 전체 표기 — 법률 제21065호, 2025. 10. 1., 타법개정 / 2026. 1. 2. 시행 (현행 기준 2026. 8. 25.)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부칙(법률 제10786호, 2011. 6. 7.) 제2조 — 원료물질의 제조ㆍ거래 보고에 관한 적용례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부칙(법률 제10786호, 2011. 6. 7.) 제3조 — 벌칙에 관한 경과조치
판례
- 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5도6739 판결 — 판시사항 [1]·[2]
관련 판례
사건명은 확인하지 못했다. 판시사항 원문은 두 문단이다. "[1]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 단서에 따라 몰수에 갈음하여 추징하는 '같은 법에 규정된 죄에 제공한 마약류의 가액'과 '같은 법에 규정된 죄로 인한 수익금의 가액'을 각각 추징하는 것이 이중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 "[2] 수사기관이 필로폰을 압수하고, 이를 감정에 사용한 다음 폐기한 경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 단서에 따라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두 판시의 (소극)은 부정하는 질문이 서로 달라 결론의 방향이 반대로 읽힌다. [1]의 (소극)은 '이중처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부정이므로 이중처분이 아니라는 쪽, 즉 두 가액을 각각 추징할 수 있다는 쪽이고, [2]의 (소극)은 '추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정이므로 추징할 수 없다는 쪽이다. [2]가 든 사실관계는 압수, 감정에 사용, 폐기의 세 단계가 전부이고 그 밖의 경위는 확인하지 못했다. 판결요지ㆍ판결이유ㆍ참조조문ㆍ참조판례의 원문과 주문은 확인하지 못했으며, 원심의 판단과 파기 여부를 비롯한 이후 절차도 확인하지 못했다. 두 판시는 모두 추징이라는 부가 처분의 가부에 관한 것이지 유무죄에 관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