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갑이나 경찰봉을 쓰는 기준은 총을 쏠 때와 다른가요?
결론부터 말하면 다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수갑·경찰봉 같은 “경찰장구”와 권총·소총 같은 “무기”를 각각 다른 조문, 다른 요건으로 규정한다. 두 조문 모두 경찰관의 재량(“사용할 수 있다”)으로 시작하지만, 무기 조문에는 장구 조문에 없는 단서 하나가 더 붙어 있고 그 단서가 실질적인 문턱을 만든다.
경찰장구를 쓸 수 있는 조건 — 제10조의2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의2제1항은 경찰관이 다음 세 가지 직무 중 하나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에서 경찰장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정한다.
- 현행범이나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범인의 체포 또는 도주 방지
-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의 방어 및 보호
-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抗拒) 제지
같은 조 제2항은 “경찰장구”가 무엇인지도 밝힌다. 경찰관이 휴대하여 범인 검거와 범죄 진압 등의 직무 수행에 사용하는 수갑, 포승(捕繩), 경찰봉, 방패 등이다. 이 정의는 조문 자체에서 “제1항에서”라고 범위를 밝힌 것이라, 이 법 전체에 통용되는 정의로 넓혀 읽으면 안 된다.
여기서 요건은 딱 하나의 요건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한꺼번에 요구되는 구조다. ①위 세 직무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하고, ②그럴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③경찰관이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④사용은 “필요한 한도”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 조문에는 사람에게 위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별도의 단서가 붙어 있지 않다.
무기를 쓸 수 있는 조건 — 제10조의4
무기 사용은 별도 조문인 제10조의4가 규정한다. 제1항 본문은 범인의 체포, 범인의 도주 방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의 방어 및 보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의 제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정한다. 여기까지는 경찰장구 조문과 표현이 비슷하다.
그런데 이 조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 항의 단서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를 제외하고는 사람에게 위해를 끼쳐서는 아니 된다”고 못을 박는다. 즉 무기를 “사용”하는 것과 무기로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는” 것은 법이 별도로 취급하며, 후자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한다. 그 예외는 다음과 같다.
- 형법에 규정된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에 해당할 때
-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거나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항거하거나 도주하려는 때, 체포·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 집행 과정에서 항거하거나 도주하려는 때, 제3자가 이런 사람을 도주시키려고 경찰관에게 항거하는 때 등 여러 목에서 정한 경우로서, 무기를 사용하지 아니하고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 범인이나 소요를 일으킨 사람이 무기·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지니고 경찰관으로부터 3회 이상 물건을 버리라는 명령이나 항복하라는 명령을 받고도 따르지 아니하면서 계속 항거할 때
- 대간첩 작전 수행 과정에서 무장간첩이 항복하라는 명령을 받고도 따르지 아니할 때
제2항은 “무기”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도록 제작된 권총·소총·도검 등을 말한다고 밝힌다. 제3항은 대간첩·대테러 작전 등 국가안전에 관련되는 작전을 수행할 때는 개인화기 외에 공용화기도 쓸 수 있다고 정한다.
두 기준의 실질적인 차이
경찰장구 조문(제10조의2)과 무기 조문(제10조의4)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경찰장구는 “사용할 수 있다”는 재량 문언 하나로 규정이 끝난다. 상당한 이유, 합리적 판단, 필요한 한도라는 세 겹의 제약은 있지만, 사용 자체를 원칙적으로 막고 예외 사유를 나열하는 구조는 아니다.
무기는 본문에서 사용을 재량으로 허용하면서도, 단서에서 “위해를 끼치는” 결과에 대해서는 원칙 금지·예외 허용 구조를 별도로 얹는다. 그 예외 사유는 형법상 정당방위·긴급피난, 중한 범죄 혐의자의 항거·도주, 영장 집행 중 항거·도주, 도주 방조자의 항거, 위험한 물건을 지니고 3회 이상의 명령에 불응하며 항거를 계속하는 경우, 대간첩 작전 중 무장간첩의 불응 등으로 구체적으로 못 박혀 있다. 즉 무기를 “쓰는” 것과 무기로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는” 것을 나눠서, 후자에는 더 좁은 문턱을 세운 것이다.
싸움 현장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경찰이 수갑을 채우거나 경찰봉으로 제지하는 행위와, 실탄을 발사해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는 행위가 법적으로 같은 무게로 다뤄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두 조문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라는 점, 그리고 상당한 이유·합리적 판단·필요한 한도라는 제약이 공통으로 걸려 있다는 점은 같다.
경찰장비 전체를 규율하는 제10조 — 별도의 상위 규정
제10조의2와 제10조의4가 각각 장구·무기의 사용 요건을 정하는 것과 별개로, 제10조는 “경찰장비” 전체에 걸리는 공통 규정을 둔다.
제1항 본문은 경찰관이 직무수행 중 경찰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고 재량으로 정하면서, 단서에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경찰장비”(위해성 경찰장비)를 사용할 때는 필요한 안전교육과 안전검사를 받은 후 사용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따로 얹는다. 제2항은 “경찰장비”라는 말을 무기, 경찰장구, 경찰착용기록장치, 최루제와 그 발사장치, 살수차, 감식기구, 해안 감시기구, 통신기기, 차량·선박·항공기 등으로 정의한다. 제3항은 경찰장비를 함부로 개조하거나 임의의 장비를 부착해 일반적인 사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는 것을 금지한다. 제4항은 위해성 경찰장비를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사용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별도로 둔다.
이 조문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위임 규정이다. 제6항은 위해성 경찰장비의 종류와 그 사용기준, 안전교육·안전검사의 기준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다. 즉 개별 장비가 정확히 무엇에 해당하는지, 그 장비의 세부 사용기준이 어떤지는 법률이 아니라 대통령령에서 정해지며, 이 자료로는 그 대통령령의 구체적인 조문까지 확인되지 않는다.
분사기·최루탄은 판단 주체부터 다르다 — 제10조의3
경찰장구·무기와 별도로, 분사기와 최루탄은 제10조의3이 규정한다. 이 조문은 판단 주체와 문턱이 앞의 두 조문과 다르다. 경찰관은 범인의 체포 또는 범인의 도주 방지, 불법집회·시위로 인한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와 재산 및 공공시설 안전에 대한 현저한 위해의 발생 억제를 위해 “부득이한 경우”에 “현장책임자가 판단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분사기 또는 최루탄을 사용할 수 있다.
경찰장구 조문(제10조의2)에서는 판단 주체가 사용하는 경찰관 본인이고 요건은 “상당한 이유”였다면, 분사기·최루탄 조문은 “부득이한 경우”라는 더 좁은 문턱을 걸고, 판단도 현장책임자가 하도록 별도로 정한 것이다. 두 구조를 같은 것으로 섞어 이해하면 안 된다.
테이저건은 이 법에서 어느 쪽인가 — 조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싸움이나 대치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전자충격기(흔히 “테이저건”으로 불리는 장비)가 경찰장구인지 무기인지는 이 자료에 나오는 조문 원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조문에는 “테이저건”이나 “전자충격기”라는 표현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제10조의2제2항이 경찰장구로 예시하는 것은 수갑, 포승, 경찰봉, 방패 등이고, 제10조의4제2항이 무기로 예시하는 것은 권총·소총·도검 등이다. 두 목록 모두 “등”으로 끝나 그 밖의 물건을 포함할 여지를 열어두지만, 특정 장비가 실제로 어느 항목에 포함되는지는 앞서 본 대로 대통령령으로 위임된 “위해성 경찰장비의 종류”에서 정해질 사안이며, 이 조문 원문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이 법의 최근 개정과 시행 상황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2026년 1월 6일 법률 제21304호로 일부개정되었고, 부칙은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한 문장만을 두어 시행일을 2026년 7월 7일로 정했다. 이 개정으로 함께 고쳐진 조문 가운데 이 자료로 확인되는 것은 제8조의4(개인정보의 국외 이전)이며, 그 밖에 벌칙이나 과태료 관련 조문이 함께 개정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이 글에서 다룬 제10조, 제10조의2, 제10조의3, 제10조의4의 현재 문언 자체를 만든 개정은 2026년 개정과는 별개다. 제10조는 2024년 1월 30일 법률 제20153호로, 제10조의2와 제10조의4는 2014년 5월 20일 법률 제12600호로, 제10조의3은 2015년 1월 6일 법률 제12960호로 각각 지금의 문언이 만들어졌다. 상단에 표시되는 공포번호(제21304호)는 이 조문들의 최근 개정 이력과는 다른 번호다.
요약
- 경찰장구(수갑·포승·경찰봉·방패 등)는 제10조의2에 따라 세 가지 직무(체포·도주방지, 생명·신체 방어, 항거 제지) 중 하나에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경찰관이 합리적으로 판단해 필요한 한도에서 사용할 수 있다.
- 무기(권총·소총·도검 등)는 제10조의4에 따라 유사한 요건으로 “사용”은 재량으로 허용되지만,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정당방위·긴급피난, 중범죄 혐의자의 항거·도주, 영장 집행 중 항거·도주, 3회 이상의 명령 불응 등 법이 정한 예외에 해당할 때만 허용된다.
- 경찰장비 전체(제10조)에는 위해성 경찰장비에 대한 안전교육·안전검사 의무, 최소한도 사용 의무 등 상위 규정이 별도로 걸려 있고, 세부 기준은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다.
- 분사기·최루탄(제10조의3)은 “부득이한 경우”에 “현장책임자”가 판단하는 별도 구조다.
- 전자충격기가 이 중 어디에 속하는지는 법률 조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참고 법령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경찰장비의 사용 등)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의2(경찰장구의 사용)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의3(분사기 등의 사용)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의4(무기의 사용)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8조의4(개인정보의 국외 이전)
- 경찰관 직무집행법 부칙 제21304호(2026.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