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고소하지 못한다는 법, 가정폭력이면 달라질까
원칙: 부모 고소는 금지된다
형사소송법 제224조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직계존속은 부모·조부모 같은 윗세대를 뜻한다. 따라서 자신의 부모 또는 배우자의 부모(배우자의 직계존속)를 피해자로 삼아 형사 고소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법의 원칙이다.
이 규정이 존재하는 이유는 가정의 화목과 윤리를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법은 가장 가까운 혈족 관계에서의 고소를 제한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이 원칙도 절대적이지는 않다.
예외: 가정폭력범죄라면 고소할 수 있다
가정폭력범죄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가정폭력처벌법 제6조제2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피해자는 「형사소송법」 제224조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행위자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인 경우에도 고소할 수 있다. 법정대리인이 고소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여기서 핵심은 “제224조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이다. 이는 원칙적으로 금지된 부모 고소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뜻이다. 즉, 가정폭력 피해라면 부모를 직계존속이라는 이유로 고소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정폭력의 범위: 어떤 피해가 해당하는가
다만 모든 부모에 대한 행위가 고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정폭력처벌법이 정한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가정폭력처벌법 제2조는 “가정폭력”을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또한 “가정폭력범죄”는 이러한 가정폭력으로서 법에 구체적으로 열거된 죄들을 의미한다.
법에 열거된 가정폭력범죄는 광범위하다:
- 신체적 피해: 상해, 폭행, 감금, 유기 등 (형법 제257~280조 등)
- 정신적 피해: 협박, 명예훼손, 모욕 등 (형법 제283~311조)
- 성적 피해: 강간, 강제추행 등 (형법 제297~305조)
- 재산상 피해: 공갈, 재산 손괴 등 (형법 제350조, 제366조 등)
- 기타: 주거침입, 강요 등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가정폭력범죄 중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런 경우라면 형사소송법 제224조의 고소 제한을 넘어 고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고소했다면 처벌이 확정되는가
여기서 또 하나 주의할 점이 있다. 고소가 가능하다고 해서 반드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정폭력처벌법 제9조제1항은 검사에게 재량을 준다. 검사는 “사건의 성질·동기 및 결과, 가정폭력행위자의 성행 등을 고려하여 이 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민사법적 보호처분 중심의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다.
즉, 고소가 인수되었다 하더라도, 검사가 판단하기에 형사처벌보다는 가정폭력행위자에 대한 보호처분(상담, 치료 등)이 더 적절하다고 보면 그 방향으로 처리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가정관계의 회복을 함께 염두에 둔 제도이다.
또한 특이한 점은 고소가 취소되거나 처음부터 없었어도 검사가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검사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진다.
정리: 원칙, 예외, 그리고 현실
정리하면:
- 원칙: 부모를 고소하지 못한다 (형사소송법 제224조)
- 예외: 가정폭력범죄라면 부모를 고소할 수 있다 (가정폭력처벌법 제6조제2항)
- 단서: 고소가 가능하다고 해서 자동으로 처벌이 따르는 것은 아니며, 검사의 판단에 따라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될 수 있다 (가정폭력처벌법 제9조)
부모의 가정폭력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법이 고소의 길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다만 이후 진행 과정에서 가정의 회복을 돕는 다양한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도 함께 알아두면 좋다.
참고 법령
- 형사소송법 제224조(고소의 제한)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정의), 제6조(고소에 관한 특례), 제9조(가정보호사건의 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