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안전시설, 같은 조문 안에서도 재량과 의무는 다르다
보도에 방호울타리 같은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하는지 판단할 때는 「도로법」 제54조를 항별로 나누어 읽어야 한다. 같은 조문 안에서도 제1항은 할 수 있다라고 정한 재량 규정이고, 제2항은 설치하여야 한다라고 정한 의무 규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제2항의 의무는 모든 보도에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보도 구간에 한정된다. 이 구분을 놓치면 재량 규정과 의무 규정의 적용 범위를 뒤섞게 된다.
먼저 답하면
- 도로관리청은 보행자의 안전과 차량의 원활한 통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보도를 설치하고 관리할 수 있다. 이는 「도로법」 제54조제1항의 재량 규정이다.
- 차량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보도에는 방호울타리 등 보행자 안전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 이는 같은 조 제2항의 의무 규정이다.
- 제2항은 2026년 6월 3일부터 시행되었으며, 2026년 9월 8일에는 이미 시행 중이다.
- 도로법에는 제54조제2항 위반을 직접 대상으로 한 벌칙 또는 과태료 조문이 없다.
제54조의 세 항은 각각 무엇을 정하나
「도로법」 제54조는 세 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삭제로 남아 있는 항은 없다.
제1항은 도로관리청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보도를 설치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정한다. 법문이 할 수 있다를 사용하므로, 이 항만으로 특정 보도에 설치 의무가 곧바로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반면 제2항은 차량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보도에 방호울타리 등 보행자 안전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설치하여야 한다는 제1항과 다른 문언이다. 따라서 먼저 해당 보도 구간이 부령이 정한 대상인지 확인하고, 대상이라면 제2항의 의무 규정을 검토하는 구조다.
제3항은 보도의 설치 기준과 구조, 보행자 안전시설의 설치 기준 및 종류 등에 필요한 사항을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다. 대상 구간과 시설의 구체적 내용은 이 위임에 따라 「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확인한다.
의무가 적용되는 보도 구간
「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16조제5항은 차량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보도 구간에 보행자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정한다.
- 급커브ㆍ급경사 등 도로의 구조적 특성으로 차량이 보도로 이탈할 위험이 큰 구간
- 교통사고 발생 현황, 차량 교통량, 주행속도 등 교통여건을 고려할 때 보행자 사고 위험이 큰 구간
- 어린이ㆍ노인ㆍ장애인 이용시설 또는 대중교통시설 등이 인접해 보행자 통행이 빈번하고 사고 위험이 큰 구간
- 그 밖에 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구간
이 네 범주는 제54조제2항의 의무가 적용되는지를 판단하는 출발점이다. 따라서 “보도에 안전시설 의무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그 보도 구간이 제16조제5항의 대상인가”라는 질문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방호울타리만을 뜻하지 않는다
법률은 “방호울타리 등 보행자 안전시설”이라고 정한다. 방호울타리는 예시 중 하나일 뿐, 안전시설 전체와 같은 뜻은 아니다.
같은 규칙 제16조제6항은 보행자 안전시설의 종류로 방호울타리, 조명시설, 「도로교통법」 제2조제16호에 따른 안전표지,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5조제1항제5호에 따른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 그 밖에 보행자 안전을 위하여 필요한 시설을 든다. 제16조제7항은 차량의 보도침범 또는 도로이탈 위험으로부터 보행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보행자의 통행 동선과 보도의 유효폭을 고려하는 등의 설치 기준도 정한다.
의무 규정과 벌칙 규정은 별개다
제54조제2항은 설치 의무를 정하지만, 그 위반을 직접 열거한 도로법상 벌칙 또는 과태료 조문은 없다. 도로법 제114조와 제115조의 벌칙 열거, 제117조의 과태료 열거에 제54조제2항 위반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는 안전시설 설치 의무의 범위를 줄여 읽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의무가 있다는 점과 그 의무 위반에 도로법상 직접 벌칙ㆍ과태료가 붙는다는 점은 서로 다른 문제다. 후자는 이 조항에 관하여는 구별해 설명해야 한다.
안전시설이 없으면 책임을 물을 수 있나
안전시설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특정 주체의 책임이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우선 해당 장소가 「도로법」 제54조제2항과 「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16조제5항의 대상 구간인지, 그리고 관련 사실관계와 법적 요건이 무엇인지가 별도로 검토되어야 한다.
다만 2026년 6월 3일부터 대상 구간에는 법정 설치 의무가 시행 중이라는 점은, 안전시설의 설치ㆍ관리 상태를 살필 때 구별해야 할 법규상 기준이다. 제1항의 재량만 적용되는 경우와 제2항의 의무가 적용되는 경우를 같은 기준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자주 묻는 질문
보도에 방호울타리를 설치할 의무가 있나요?
모든 보도에 대한 일률적 의무는 아니다. 「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16조제5항이 정한 보도 구간이라면 「도로법」 제54조제2항에 따라 방호울타리 등 보행자 안전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 방호울타리 외에 조명시설, 안전표지,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 등이 시설의 종류에 포함될 수 있다.
인도에 안전시설이 없으면 도로관리청에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법률상 “보도”에 해당하는지와 제16조제5항의 대상 구간인지부터 구분해야 한다. 제54조제2항의 설치 의무가 적용된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이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 책임 판단은 별도의 사실관계와 법적 요건에 따라 이루어진다.
도로법 보도 안전시설 규정은 어떤 보도에 적용되나요?
차량 이탈 위험이 큰 급커브ㆍ급경사 구간, 교통여건상 보행자 사고 위험이 큰 구간, 보행자 통행이 빈번한 이용시설이나 대중교통시설 인접 구간, 그 밖에 안전 확보가 필요한 구간이 대상이다. 핵심은 모든 보도가 아니라 「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16조제5항이 정한 구간이라는 점이다.
정리
도로법 제54조를 읽을 때 핵심은 항별 문언이다. 제1항의 할 수 있다는 재량을, 제2항의 설치하여야 한다는 부령상 대상 보도 구간에 대한 의무를 뜻한다. 그리고 안전시설은 방호울타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 의무는 2026년 6월 3일부터 시행 중이지만, 제54조제2항 위반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도로법상 벌칙ㆍ과태료 조문은 없다.
참고 법령
- 「도로법」 제54조제1항ㆍ제2항ㆍ제3항, 제114조, 제115조, 제117조
- 「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16조제5항ㆍ제6항ㆍ제7항
- 「도로교통법」 제2조제16호
-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5조제1항제5호
- 법률 제21172호 부칙
- 국토교통부령 제1588호 부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