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이 들었다고 곧바로 상관모욕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연히’와 ‘공연한 방법’의 차이
여러 사람이 듣는 자리에서 한 거친 말은 언제 범죄가 될까. 이 질문에 답할 때 가장 먼저 구별해야 할 것은 누가 들었는지와 어떤 수단·방식으로 말했는지다. 2026년 7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군형법상 상관모욕죄의 ‘공연한 방법’을 좁게 해석하면서, 형법의 ‘공연히’와 같은 뜻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핵심부터 말하면, 군형법 제64조 제2항에서 문제 되는 것은 단순히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알아들을 수 있었는지가 아니다. 문서·도화·우상의 공시나 연설에 해당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정도로 공개성을 가진 수단·방식이어야 한다. 따라서 여러 사람이 발언을 들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조항의 상관모욕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 조문 안의 두 표현은 서로 다르다
군형법 제64조는 상관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나누어 규정한다. 이 가운데 제2항은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 또는 그 밖의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경우를 다룬다. 반면 제3항과 제4항은 각각 사실 또는 거짓 사실을 적시해 “공연히” 명예를 훼손한 경우를 규정한다.
두 표현의 차이는 다음처럼 정리할 수 있다.
| 표현 | 판단의 초점 | 의미 |
|---|---|---|
| 공연히 | 인식 가능한 상태 |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인지 |
| 공연한 방법 | 행위의 수단·방식 | 수단이나 방식 자체가 공개적으로 의견·주장을 알리는 성격인지 |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연한 방법’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공개적으로 자신의 주의·주장·의견을 분명히 알리는 수단이나 방식을 뜻한다고 보았다. 즉 제2항은 모욕의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이 알게 된 상황이 아니라, 모욕이 이루어진 수단·방식 자체의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요구한다는 해석이다.
이 해석은 같은 조항 안에서 입법자가 ‘공연한 방법’과 ‘공연히’를 다르게 쓴 점을 중요하게 본다. 서로 다른 말을 같은 의미로 읽으면 문언의 차이가 사라진다. 형사처벌 조항은 처벌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쉽게 해석할 수 없다는 원칙도 이 구별의 배경이 됐다.
왜 ‘여럿이 들었다’만으로는 부족한가
이번 판단에서 기준으로 제시된 것은 법 조문에 열거된 방법, 곧 문서·도화·우상의 공시 또는 연설이다. 대법원은 이에 해당하거나 상응하는 정도의 공연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모욕만 제64조 제2항의 처벌 범위에 들어간다고 봤다.
따라서 판단은 단순한 인원수 계산이 아니다. “몇 명이 들어야 공연성이 인정되나요?”라는 질문에 하나의 숫자로 답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2항에서는 듣는 사람이 여러 명이라는 사실과 별도로, 발언이나 표현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알리는 수단·방식에 해당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각 발언의 장소, 전달 경로, 표현 형식, 공개를 위한 준비와 사용 방식 등은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제64조 제2항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이고 벌금형은 규정하지 않는다. 전원합의체는 이처럼 자유형만 정한 조항의 처벌 범위를 해석할 때 형벌과 행위의 책임 사이의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불쾌하거나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평가와, 해당 조항이 정한 범죄의 구성요건 충족 여부가 언제나 같지는 않다는 뜻이다.
1999년 판례와 달라진 점
종전 판례는 제64조 제2항에 대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상관을 모욕하면 성립할 수 있고, 그 공연성이 열거된 방법에 상응할 정도일 필요는 없다고 보았다. 2026년 전원합의체는 이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1999년 판결 등을 변경했다.
변경 뒤의 기준은 더 분명하다. ‘공연히’라는 상태가 있었다고 해서 곧바로 ‘공연한 방법’이라는 수단·방식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제2항의 문언에 맞는 공개적 수단·방식이 별도로 확인돼야 한다.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여러 군인이 들은 발언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제2항의 공연한 방법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른 법원으로 이송했다. 이는 무죄가 확정됐다는 뜻이 아니다. 파기이송은 변경된 법리를 기준으로 추가 판단을 하도록 사건을 돌려보내는 절차적 결론이다.
판례가 바뀌면 재판 중인 사건에는 어떻게 되나
판례 변경과 형벌법규의 소급효는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법률이 새로 만들어지거나 개정돼 과거 행위에 적용되는 문제는 법률의 시간적 적용 문제다. 반면 판례 변경은 법원이 기존 조문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문제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건은 법원이 재판 시점에 적용하는 해석 기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이 파기이송된 것도 그 구조를 보여준다. 다만 이 일반론만으로 개별 사건의 결론을 미리 정할 수는 없다. 적용 조항, 표현의 내용, 사실관계, 절차 단계가 모두 판단에 영향을 준다.
민간의 모욕 문제와는 기준이 다르다
이 판결을 “여럿 앞에서 욕해도 모욕죄가 되지 않는다”는 일반 규칙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민간에서의 모욕은 형법 제311조가 정한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가 문제 되며, 이때의 ‘공연히’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는 쟁점과 연결된다. 형법 제311조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정하고 있다.
반대로 군형법 제64조 제2항은 ‘공연한 방법’이라는 별도 문언을 둔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단은 바로 그 조항의 해석에 관한 것이다. 같은 ‘여러 사람이 듣는 자리’라는 사실이 있어도, 적용되는 법률과 조문이 무엇인지에 따라 질문과 판단 기준은 달라진다.
정리
이번 판례 변경의 요지는 간단하다. 군형법 제64조 제2항에서 ‘공연한 방법’은 단지 많은 사람이 인식할 수 있었던 상태가 아니라, 문서 공시나 연설에 상응하는 공개적 수단·방식을 뜻한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기준은 민간의 형법상 모욕죄에 그대로 옮겨지는 것이 아니며, 확정되지 않은 사건에서는 바뀐 해석이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판결의 구체적 내용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2022도5937 판례속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고한 법령 및 조문
- 군형법 제64조 제1항부터 제4항
- 형법 제307조 제1항·제2항
- 형법 제311조
관련 판례
판시사항: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하는 것'에 상응하는 정도가 아닌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행위가 군형법 제64조제2항 상관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다수의견: "군형법 제64조 제2항에서 말하는 '공연한 방법'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공개적으로 자기의 주의나 주장 또는 의견을 분명히 알리는 수단이나 방식을 가리키는 것임이 문언상 명백하다", "'공연한 방법'은 모욕의 수단이나 방식이 그 자체로 공연성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구성요건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공연히'와는 명확히 구별되는 개념이다." 변경 대상은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3801 판결 등이고 결론은 파기이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