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모욕

'공연히'와 '공연한 방법'은 다른 말이다 — 상관모욕죄 판례가 바뀐 지점

입력 2026.08.24.

30초 요약

  •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6년 7월 22일, 군형법 제64조 제2항이 정한 ‘공연한 방법’을 좁게 해석하고 1999년에 나온 종전 판례를 변경했다(사건번호 2022도5937, 사건명 상관모욕, 결론 파기이송).
  • 핵심은 두 단어의 구별이다. ‘공연히’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하고, ‘공연한 방법’은 모욕의 수단이나 방식 자체가 공연할 것을 요구한다. 대법원은 이 둘이 “명확히 구별되는 개념”이라고 했다.
  • 따라서 여러 사람이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군형법 제64조 제2항이 성립하지 않는다. 문서·도화·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하는 것에 상응하는 정도의 방법이어야 한다.
  • 이 판결은 군형법 조항에 관한 것이다. 민간에서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모욕한 경우에 적용되는 형법 제311조의 ‘공연히’ 해석이 이 판결로 바뀐 것은 아니다.
  • 이 사건은 무죄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 원심이 파기되고 사건이 다른 법원으로 이송됐다.

1. 무슨 사건이었나

보도된 사실관계는 이렇다. 2019년 10월경, 해군 소속 함정이 기지로 입항하던 중이었다. A씨는 상관에게 여러 차례 의견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여기 지휘관 엉망이다. 권고도 듣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 자리에서 다른 군인 3명이 이 발언을 듣거나 목격했다고 보도됐다. 헤드셋을 벗어 집어 던진 행위도 함께 기소됐다.

하급심 결과도 보도로 확인된다. 1심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고, 2심은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사건에서 상관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른 법원으로 이송했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3801 판결 등 종전 판례가, 새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됐다.

참고로 이 판례 변경을 두고 일부 매체는 “27년 만”, 일부 매체는 “26년”이라고 표기했다. 변경 대상 판결의 선고일이 1999년 11월이라는 점만 사실로 확인된다.


2. 같은 조문 안에 두 표현이 함께 있다

이 판결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은 조문을 통째로 보는 것이다. 군형법 제64조는 네 개 항으로 되어 있다.

군형법 제64조(상관모욕 등) [시행 2022. 7. 1.] [법률 제18465호, 2021. 9. 24., 타법개정]

① 상관을 그 면전에서 모욕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문서, 도화(圖畵) 또는 우상(偶像)을 공시(公示)하거나 연설 또는 그 밖의 공연(公然)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공연히 거짓 사실을 적시하여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제2항은 “공연한 방법”이라고 쓰고, 제3항과 제4항은 “공연히”라고 쓴다. 같은 조문 안에서 표현이 갈라진다. 입법자가 같은 조 안에서 굳이 다른 말을 골라 썼다면 그 차이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는 것 — 이것이 이번 판결의 출발점이다.


3. 대법원이 가른 두 단어: 상태냐, 수단이냐

다수의견의 문장을 그대로 옮긴다.

“군형법 제64조 제2항에서 말하는 ‘공연한 방법’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공개적으로 자기의 주의나 주장 또는 의견을 분명히 알리는 수단이나 방식을 가리키는 것임이 문언상 명백하다.”

“이와 같이 군형법 제64조 제2항의 ‘공연한 방법’은 모욕의 수단이나 방식이 그 자체로 공연성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구성요건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공연히’와는 명확히 구별되는 개념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공연히’ (제3항·제4항, 형법 제307조·제311조)‘공연한 방법’ (군형법 제64조 제2항)
무엇을 묻나결과적으로 만들어진 상태행위자가 선택한 수단·방식
기준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인가문서·도화·우상 공시나 연설에 상응하는 정도인가
여럿이 들었다면상태 판단의 자료가 된다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판시사항 자체가 이 결론을 한 문장으로 담고 있다.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하는 것’에 상응하는 정도가 아닌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행위가 군형법 제64조제2항 상관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즉 제2항이 예시한 방법 — 문서를 붙이는 것, 그림이나 형상을 내거는 것, 연설하는 것 — 과 상응하는 정도의 공개적 전달 방식이어야 한다. 우연히 옆에 몇 사람이 있었다는 사정은 방식 자체의 공연성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4. 왜 좁게 해석했나 — 두 개의 논거

(1) 법정형의 불균형

군형법 제64조 제2항에는 벌금형이 없다. 징역이나 금고만 규정되어 있다. 반면 민간에 적용되는 형법 제311조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다.

조항행위법정형
군형법 제64조 제1항상관을 그 면전에서 모욕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군형법 제64조 제2항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형법 제311조공연히 사람을 모욕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

다수의견은 이 지점을 짚었다.

“결국 군형법 제64조 제2항에 예시된 방법에 상응하는 정도의 공연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상관에 대한 모욕행위만을 위 조항의 처벌범위로 보는 것이, 위와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고, 나아가 징역형(금고형)만으로 규정된 위 조항에 대해 형벌과 죄질·책임 사이에 균형을 도모하는 조화로운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공연한 방법’을 ‘공연히’와 같은 뜻으로 읽으면, 민간에서 같은 말을 했을 때보다 무거운 법정형이 벌금형 선택지 없이 적용된다. 조항이 예정한 죄질과 실제 형벌 사이의 균형이 어긋난다는 것이다.

(2) 확장해석 금지

한 매체는 파기 논거를 이렇게 전했다. 종전 판례가 “‘공연한 방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형벌조항의 문언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넓혀 읽어서는 안 된다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이다.

공개된 선고 자료 기준으로 이 판결에는 다수의견 외에 별개의견 5인, 그리고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2인이 확인된다.


5. 자주 헷갈리는 세 가지

Q. 여러 사람이 듣는 자리에서 욕하면 모욕죄인가?

두 갈래로 나눠서 봐야 한다.

민간(형법 제311조): 여기서 요구하는 것은 ‘공연히’, 즉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다. 이 판결은 이 부분을 건드리지 않았다. 형법상 공연성 판단 기준은 종전대로다.

군형법 제64조 제2항: 이 판결로 기준이 좁아졌다. 여러 사람이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모욕의 방식 자체가 문서·도화·우상 공시나 연설에 상응하는 정도로 공개적이어야 한다.

덧붙이면, 군형법 제64조 제1항은 ‘공연한 방법’이 아니라 ‘그 면전에서’를 요건으로 하는 별개의 조항이다. 제2항의 해석이 좁아졌다고 해서 상관 모욕 행위 전체가 처벌 대상에서 빠지는 것은 아니다.

Q. 몇 명이 들어야 공연성이 인정되나?

법에 정해진 숫자 기준은 없다. 조문 어디에도 인원수가 적혀 있지 않다.

형법상 ‘공연히’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하는 개념이고, 판례는 특정한 한 사람에게 말한 경우라도 그 내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쌓아 왔다. 그래서 “몇 명 이상이면 된다”는 식의 답은 성립하지 않는다. 듣는 사람의 수는 판단 자료 중 하나일 뿐이다.

반면 군형법 제64조 제2항에서는 이제 인원수 자체가 결정적이지 않다. 이 사건에서도 현장에 다른 군인 3명이 있었지만, 대법원은 그 사정만으로 ‘공연한 방법’이 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질문이 ‘몇 명이냐’에서 ‘어떤 방식이냐’로 옮겨간 셈이다.

Q. 군인이 아닌 사람에게도 이 판결이 적용되나?

원칙적으로 아니다. 군형법은 적용대상자를 따로 정하고 있고(군형법 제1조), 군인과 준군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민간인이 다른 사람을 모욕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형법 제311조이고, 명예훼손이라면 형법 제307조다.

이 판결은 군형법 제64조 제2항의 구성요건을 해석한 것이므로, 형법 조항의 해석이 여기에 따라 자동으로 바뀌지 않는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오해가 이 지점이다.


6. 판례가 바뀌면 이미 재판 중인 사건은 어떻게 되나

일반론으로 정리하면 세 층으로 나뉜다.

①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건 상급심에서 다투는 중이라면 변경된 법리가 판단 기준이 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전 판례를 변경하면 그 이후 재판하는 사건에는 새 해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 자체가 그 예다. 원심이 종전 법리에 따라 유죄로 판단했지만, 새 해석에 따라 원심이 파기되고 사건이 다른 법원으로 이송됐다. 이송받은 법원이 새 기준으로 다시 심리한다.

② 이미 확정된 사건 판례 변경은 법률의 개정이 아니다. 형법 제1조는 ‘법률의 변경’을 전제로 적용 법조를 정하는데, 대법원의 해석이 달라진 것은 여기서 말하는 법률의 변경으로 보지 않는 것이 확립된 이해다. 그리고 유죄 확정판결을 다시 다투는 재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가 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한데, 판례 변경은 그 목록에 없다.

③ 위헌결정과는 다르다 비슷해 보이지만 구조가 다른 경우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다. 형벌에 관한 법률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되면, 그 조항에 근거한 유죄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 조항 자체가 효력을 잃는 것과, 조항은 그대로 두고 해석만 달라지는 것은 효과가 다르다.

요약하면 이렇다. 판례 변경은 아직 끝나지 않은 재판에 힘을 발휘한다. 이미 끝난 재판을 되돌리는 장치는 아니다. 행위 시점이 판례 변경 전인지 후인지는, 형벌법규 자체가 소급 적용되는 문제(헌법 제13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와 층위가 다른 논점이다.


7. 이 판결이 남긴 것

  • 형벌조항을 읽을 때 같은 조문 안의 표현 차이가 결정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공연히’와 ‘공연한 방법’은 두 글자 차이지만, 하나는 상태를 묻고 하나는 수단을 묻는다.
  • 벌금형 없는 법정형이 해석의 근거가 됐다. 조문에 적힌 형벌의 무게가, 그 조문의 처벌 범위를 되짚는 재료가 된 사례다.
  • 27년 가까이 유지된 해석도 문언과 죄형법정주의 앞에서 다시 검토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무죄가 확정된 사건이 아니라는 점은 다시 짚어 둔다. 대법원은 이 발언이 군형법 제64조 제2항의 ‘공연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른 법원으로 보냈다. 남은 쟁점의 판단은 이송받은 법원의 몫이다.


참고 법령·조문

참고 판례

  • 대법원 2026. 7. 22. 선고 2022도5937 전원합의체 판결 (상관모욕, 파기이송)
  •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3801 판결 (이 판결로 변경된 종전 판례)

법령 원문과 판결 전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와 대법원 홈페이지(scourt.go.kr)에서 조문 번호와 사건번호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관련 법령: 군형법 제64조 · 형법 제311조·제307조

관련 판례

대법원 2022도5937 전원합의체 — '공연한 방법'의 축소 해석

판시사항: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하는 것'에 상응하는 정도가 아닌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행위가 군형법 제64조제2항 상관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다수의견: "군형법 제64조 제2항에서 말하는 '공연한 방법'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공개적으로 자기의 주의나 주장 또는 의견을 분명히 알리는 수단이나 방식을 가리키는 것임이 문언상 명백하다", "'공연한 방법'은 모욕의 수단이나 방식이 그 자체로 공연성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구성요건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공연히'와는 명확히 구별되는 개념이다." 변경 대상은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3801 판결 등이고 결론은 파기이송이다.

판결문 원문 (2026-07-22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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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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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법률브리프 에디터가 작성 및 검수하였으며, 일부는 AI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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