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처분, 나중에 다시 심사받을 수 있을까 — 「행정기본법」 제37조 처분의 재심사
결론부터: 영업정지 같은 제재처분은 이 제도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행정기본법」 제37조는 ‘처분의 재심사’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쟁송기간이 지나 더 이상 행정심판·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게 된 처분이라도,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처분을 내린 행정청에 취소·철회·변경을 신청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그런데 이 조 제1항은 괄호로 적용 범위를 스스로 좁혀 놓았다.
“당사자는 처분(제재처분 및 행정상 강제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이 …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처분을 한 행정청에 처분을 취소ㆍ철회하거나 변경하여 줄 것을 신청할 수 있다.”
즉 영업정지·면허취소·과징금 부과 같은 제재처분과 강제집행 같은 행정상 강제는 제37조가 말하는 ‘처분’에서 아예 빠진다. 이 괄호는 “이하 이 조에서 같다”고 못박혀 있어, 제37조 안에서만 통하는 정의다. 법 전체에서 ‘처분’을 이렇게 좁게 본다는 뜻이 아니라, 재심사 제도 하나에 한정된 예외라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따라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쟁송기간을 놓쳤다고 해서, 제37조를 근거로 행정청에 재심사를 신청할 수는 없다. 제37조는 제재처분이 아닌 다른 유형의 처분(예: 인허가 거부, 급부 결정 등)에 쟁송기간 도과 후 예외적 구제 통로를 열어 준 것이지, 제재처분 자체를 다시 열어 주는 제도가 아니다.
그렇다면 제37조는 어떤 처분에, 어떤 요건으로 쓰이나
제재처분이 아닌 일반 처분이라도 아무 때나 재심사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문이 요구하는 요건은 다음과 같이 겹겹이 쌓여 있다.
① 다툴 수 없게 된 상태여야 하되,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는 제외 제1항은 “행정심판, 행정소송 및 그 밖의 쟁송을 통하여 다툴 수 없게 된 경우”를 전제로 하되, 괄호로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정한다. 즉 소송을 하지 않아 쟁송기간이 그냥 지나간 경우에만 열리는 통로이고, 이미 법원이 확정판결로 결론을 낸 사건은 제37조로도 다시 다툴 수 없다.
② 제1항 각 호의 사유가 있어야 함
- 처분의 근거가 된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가 추후에 당사자에게 유리하게 바뀐 경우
- 당사자에게 유리한 결정을 가져다주었을 새로운 증거가 있는 경우
- 「민사소송법」 제451조에 따른 재심사유에 준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세 번째 호의 구체적 사유는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고, 이 자료만으로는 그 내용까지 확인되지 않는다.
③ 중대한 과실 없이 그 사유를 주장하지 못했어야 함 제2항은 “해당 처분의 절차, 행정심판, 행정소송 및 그 밖의 쟁송에서 당사자가 중대한 과실 없이 제1항 각 호의 사유를 주장하지 못한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사유를 이전 절차에서 주장하지 못한 데 당사자의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한다.
④ 기간 제한 — 본문과 단서가 다르다 제3항은 “당사자가 제1항 각 호의 사유를 안 날부터 60일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고 정하면서, 단서로 “처분이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면 신청할 수 없다”는 절대적 상한을 함께 두고 있다. 사유를 안 날로부터 60일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처분일로부터 5년이 지났다면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신청한다고 바로 취소·철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1항은 “신청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다. 반면 신청을 받은 이후 행정청의 처리는 의무 규정으로 바뀐다.
- 제4항: 행정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신청을 받은 날부터 90일(합의제행정기관은 180일) 이내에 재심사 결과(재심사 여부와 처분의 유지ㆍ취소ㆍ철회ㆍ변경 등에 대한 결정 포함)를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그 기간 만료일 다음 날부터 기산하여 90일(합의제행정기관 180일)의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고, 이때는 연장 사유를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 제5항: 재심사 결과 중 처분을 유지하는 결과에 대해서는 행정심판·행정소송 및 그 밖의 쟁송수단으로 불복할 수 없다. 이는 ‘유지’ 결과에 한정된 불복 금지이지, 재심사 결과 전부에 대한 불복 금지가 아니다.
즉 신청 요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처분이 곧바로 취소·철회·변경되는 것이 아니라, 행정청이 심사한 뒤 유지할 수도, 취소·철회·변경할 수도 있고, 그중 ‘유지’ 결정만 다시 다툴 수 없게 된다.
재심사와는 별개로 작동하는 취소·철회
제37조제6항은 행정청이 제18조에 따라 처분을 취소하거나 제19조에 따라 처분을 철회하는 것은 처분의 재심사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정한다.
- 제18조(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의 취소): 행정청은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의 전부나 일부를 소급하여 취소할 수 있고,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할 가치가 있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장래를 향하여 취소할 수 있다. 다만 당사자에게 권리·이익을 부여하는 처분을 취소하려면 그로 인한 당사자의 불이익과 취소로 달성되는 공익을 비교·형량해야 하되,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처분을 받았거나 당사자가 위법성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몰랐던 경우에는 이 형량 절차가 필요 없다.
- 제19조(적법한 처분의 철회): 행정청은 적법한 처분이라도 법률에서 정한 철회 사유에 해당하게 된 경우, 법령등의 변경이나 사정변경으로 처분을 더 이상 존속시킬 필요가 없게 된 경우, 중대한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처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장래를 향하여 철회할 수 있다. 이때도 당사자의 불이익과 공익을 비교·형량해야 한다.
이 두 조문은 재심사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행정청 스스로 판단해 움직일 수 있는 별도의 권한이라는 점에서 제37조와 구별된다.
제37조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영역
제8항은 다음 사항에는 이 조 전체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 공무원 인사 관계 법령에 따른 징계 등 처분에 관한 사항
- 「노동위원회법」 제2조의2에 따라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행하는 사항
- 형사, 행형 및 보안처분 관계 법령에 따라 행하는 사항
- 외국인의 출입국ㆍ난민인정ㆍ귀화ㆍ국적회복에 관한 사항
- 과태료 부과 및 징수에 관한 사항
- 개별 법률에서 그 적용을 배제하고 있는 경우
정리
- 영업정지 같은 제재처분과 행정상 강제는 제37조제1항 괄호에 의해 처음부터 재심사 대상에서 빠진다. 쟁송기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영업정지를 다시 심사해 달라고 제37조를 근거로 신청할 수는 없다.
- 제재처분이 아닌 처분이라도, 확정판결이 있었던 사건은 재심사 대상이 아니고, 제1항 각 호 사유·제2항의 무과실 요건·제3항의 기간(사유를 안 날부터 60일, 처분일부터 5년)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신청할 수 있다.
- 신청해도 취소·철회·변경이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으며, 행정청이 90일(합의제행정기관 180일, 한 차례 연장 가능) 내에 유지·취소·철회·변경 여부를 통지한다. ‘유지’ 결과만 다시 다툴 수 없다.
- 제37조와 별개로, 행정청은 제18조(취소)·제19조(철회)에 따라 위법·부당한 처분을 취소하거나 적법한 처분을 철회할 수 있고, 이는 재심사 여부와 무관하게 작동한다.
- 제37조제1항제3호의 대통령령 위임 사항, 제7항의 방법·절차에 관한 대통령령 내용은 이 글이 근거로 한 자료 범위 밖이라 다루지 않았다.
참고 법령
- 「행정기본법」 제18조(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의 취소)
- 「행정기본법」 제19조(적법한 처분의 철회)
- 「행정기본법」 제37조(처분의 재심사) 제1항~제8항
-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37조제1항제3호에서 준용 형태로 인용)
- 「노동위원회법」 제2조의2 (제37조제8항제2호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