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빌린 기간이 끝났는데 건물이 남아 있으면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나요?
결론부터: “청구할 수 있다”이지 “당연히 연장된다”가 아니다
건물이나 그 밖의 공작물을 소유할 목적으로 땅을 빌린 경우, 임대차 기간이 끝났는데도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임차인은 계약의 갱신을 청구할 수 있다. 이것은 민법 제643조가 제283조를 준용해서 만들어지는 권리다.
다만 조문의 어미를 정확히 봐야 한다. “청구할 수 있다”는 임차인에게 그런 권리가 있다는 뜻이지, 청구하면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다거나 땅 주인(임대인)이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갱신이 성립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이고, 조문은 그 부분까지 정하지 않는다.
근거 조문: 제643조는 스스로 완결되지 않는다
민법 제643조는 이렇게 되어 있다.
건물 기타 공작물의 소유 또는 식목, 채염, 목축을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의 기간이 만료한 경우에 건물, 수목 기타 지상시설이 현존한 때에는 제283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이 조문 자체에는 갱신청구·매수청구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제283조의 규정을 준용한다”는 한 문장이 전부이고, 실제 권리의 내용은 지상권에 관한 제283조로 가서 읽어야 한다.
두 가지 요건이 함께 있어야 한다
제643조가 적용되려면 아래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 목적 요건: 토지임대차의 목적이 “건물 기타 공작물의 소유 또는 식목, 채염, 목축”이어야 한다.
- 현존 요건: 기간이 만료한 시점에 “건물, 수목 기타 지상시설이 현존”해야 한다.
이 두 요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조문이 정한 갱신청구권은 발생하지 않는다. 예컨대 애초에 건물 소유·식목·채염·목축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토지임대차, 또는 기간 만료 시점에 건물이 이미 철거되고 없는 경우는 이 조문의 범위 밖이다. “모든 토지임대차”로 넓혀서 이해하면 안 된다.
제283조: 갱신청구와 매수청구는 순서가 있다
제643조가 준용하는 제283조는 두 개의 항으로 되어 있다.
①지상권이 소멸한 경우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이 현존한 때에는 지상권자는 계약의 갱신을 청구할 수 있다. ②지상권설정자가 계약의 갱신을 원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지상권자는 상당한 가액으로 전항의 공작물이나 수목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이걸 토지임대차에 대입하면 구조가 명확해진다.
- 1단계 — 갱신청구권: 기간이 끝나고 건물이 현존하면 임차인은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다.
- 2단계 — 매수청구권: 임대인이 갱신을 원하지 않을 때, 그때 비로소 임차인은 건물을 “상당한 가액”으로 매수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즉 매수청구권은 갱신청구와 나란히 놓인 별개의 선택지가 아니라, 임대인이 갱신을 거부했을 때 작동하는 다음 단계다. 순서를 바꿔서 갱신청구 없이 곧바로 매수청구부터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조문 문언과 맞지 않는다.
매수청구의 대상은 “전항의 공작물이나 수목”, 즉 갱신청구의 대상이 된 건물·수목이며, 가격은 “상당한 가액”이라고만 정해져 있다. 상당한 가액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정하는지, 갱신청구나 매수청구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갱신되면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이 조문에 나와 있지 않다.
이 권리를 임대인이 계약으로 없앨 수 있나 — 제652조 강행규정
민법 제652조는 여러 임대차 조문을 강행규정으로 묶으면서 이렇게 정한다.
제627조, 제628조, 제631조, 제635조, 제638조, 제640조, 제641조, 제643조 내지 제647조의 규정에 위반하는 약정으로 임차인이나 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
여기 열거된 조문 중에 제643조는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임차인은 갱신청구권을 포기한다”, “매수청구를 하지 않기로 한다”는 식의 특약이 있더라도, 그것이 임차인이나 전차인에게 불리한 내용이라면 그 특약은 효력이 없다.
다만 이 열거 목록에 제283조는 들어 있지 않다. 제643조가 제283조를 준용하는 구조이므로 실질적인 권리 내용은 제283조에서 나오지만, 강행규정으로 못 박힌 조문 번호는 어디까지나 제643조 자체다. 이 차이를 정확히 구분해서, 강행규정이 미치는 범위를 열거된 조문 번호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또한 무효가 되는 특약은 “임차인이나 전차인에게 불리한 것”에 한정되고, 임차인에게 유리한 방향의 특약(예: 갱신청구권을 더 폭넓게 인정하는 약정)까지 막는 규정은 아니다.
헷갈리기 쉬운 것: 부속물매수청구권과는 다른 권리다
민법에는 제643조의 지상시설 매수청구권과 별도로, 제646조(임차인의 부속물매수청구권)·제647조(전차인의 부속물매수청구권)가 있다.
제646조① 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차인이 그 사용의 편익을 위하여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이에 부속한 물건이 있는 때에는 임대차의 종료시에 임대인에 대하여 그 부속물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이것은 건물을 빌린 임차인이 그 건물에 편익을 위해 부속시킨 물건(예: 에어컨, 붙박이 설비 등 임대인 동의를 얻어 부착한 물건)에 대한 매수청구권으로, 제643조가 다루는 “땅 위 건물 자체”에 대한 매수청구와는 대상이 다르다. 제646조·제647조도 제652조의 강행규정 목록에 함께 들어가 있어서 임차인·전차인에게 불리한 배제 특약은 효력이 없다는 점은 제643조와 같지만, 두 권리를 같은 것으로 섞어 쓰면 안 된다.
정리 — 이 조문이 답하는 것과 답하지 않는 것
조문이 정하는 것
- 건물 소유 등을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 기간이 끝났고 건물이 현존하면, 임차인은 계약 갱신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 임대인이 갱신을 원하지 않으면, 임차인은 그 건물을 상당한 가액으로 매수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 이 권리들을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배제하는 특약은 무효다(제643조에 한해, 제652조 열거 범위 내).
조문이 정하지 않는 것 (자료 범위 밖)
- 갱신청구를 하면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는지 여부(임대인이 응할 의무가 있는지는 조문에 없다).
- “상당한 가액”의 구체적 산정 기준.
- 갱신청구·매수청구를 해야 하는 기한, 갱신되는 경우 그 기간의 길이.
이 부분들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이번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으며, 관련 판례도 이 자료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참고 법령
- 민법 제283조(지상권자의 갱신청구권, 매수청구권) 제1항, 제2항
- 민법 제643조(임차인의 갱신청구권, 매수청구권)
- 민법 제646조(임차인의 부속물매수청구권) 제1항, 제2항
- 민법 제647조(전차인의 부속물매수청구권) 제1항, 제2항
- 민법 제652조(강행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