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추행은 준비해도 처벌 안 되고 미성년자 추행은 처벌되나요 — 형법과 청소년성보호법의 예비·음모 범위
“성범죄를 준비만 해도 처벌된다”는 말을 들으면 흔히 모든 성범죄에 적용되는 원칙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형법과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은 예비·음모 처벌 대상을 각각 다르게, 그리고 상당히 제한적으로 정해 두고 있다. 특히 성인 대상 강제추행(형법 제298조)과 미성년자 대상 추행 관련 규정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 글에서는 두 법률의 조문을 그대로 비교해 그 차이를 정리한다.
핵심 결론 먼저
- 형법 제305조의3(예비, 음모)이 정한 처벌 대상은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제305조의 죄뿐이다. 제298조(강제추행)는 이 목록에 들어 있지 않다.
-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의2(예비, 음모)는 “제7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라고만 정하고 있어 한정하는 괄호가 없다. 제7조는 1항부터 5항까지 전부를 포괄하므로, 제3항(아동ㆍ청소년에 대한 형법 제298조의 죄, 즉 강제추행)과 제5항(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의 예비·음모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 이 차이가 “성인 대상 추행은 준비해도 처벌 안 되고 미성년자 대상은 처벌된다”는 말이 성립하는 지점이다. 다만 이는 조문의 목적·범위 구조에서 나오는 결과이고, “준비만 하면”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두 조문 모두 요건은 “그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것이지, 단순한 준비 행위 자체가 아니다.
형법 제305조의3 — 예비·음모 처벌 대상은 제한적이다
형법 제305조의3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305조의3(예비, 음모)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9조(준강간죄에 한정한다), 제301조(강간 등 상해죄에 한정한다) 및 제305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 조문을 읽을 때 주의할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목록에 들어간 죄는 다섯 가지뿐이고, 그중 두 가지는 범위가 다시 괄호로 좁혀진다. 제299조는 “준강간죄에 한정”되므로 같은 조문의 다른 유형(준강제추행 등)은 예비·음모 처벌 대상에서 빠진다. 제301조도 “강간 등 상해죄에 한정”되므로 같은 조문의 다른 유형은 대상이 아니다. 즉 조문 번호가 목록에 있다고 해서 그 조문의 모든 죄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성인에 대한 강제추행을 정한 제298조는 이 목록에 전혀 들어 있지 않다. 따라서 형법 체계에서 성인 대상 강제추행을 예비하거나 음모한 행위는 형법 제305조의3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다만 이것이 “형법이 추행 관련 예비를 일절 처벌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목록에 있는 ‘제305조의 죄’는 여전히 예비·음모 처벌 대상이다. 다시 말해 형법 안에서도 추행이라는 행위 유형 전체가 예비·음모 처벌에서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제298조라는 특정 조문만 목록에서 제외되어 있는 구조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며 벌금형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의2 — 한정 괄호가 없다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의2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7조의2(예비, 음모) 제7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 조문의 특징은 형법 제305조의3과 비교할 때 선명하게 드러난다. 형법 제305조의3은 특정 조문 중에서도 일부 유형만 괄호로 한정했지만,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의2는 “제7조의 죄”라고만 쓰고 별도의 한정이 없다. 그러므로 제7조 전체, 즉 제1항부터 제5항까지 정한 모든 죄가 예비·음모 처벌 대상에 들어간다.
제7조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제7조(아동ㆍ청소년에 대한 강간ㆍ강제추행 등) ① 폭행 또는 협박으로 아동ㆍ청소년을 강간한 사람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아동ㆍ청소년에 대하여 폭행이나 협박으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 구강ㆍ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는 행위
- 성기ㆍ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나 도구를 넣는 행위 ③ 아동ㆍ청소년에 대하여 「형법」 제298조의 죄를 범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④ 아동ㆍ청소년에 대하여 「형법」 제299조의 죄를 범한 자는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른다. ⑤ 위계(僞計) 또는 위력으로써 아동ㆍ청소년을 간음하거나 아동ㆍ청소년을 추행한 자는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른다. ⑥ 제1항부터 제5항까지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이 중 제3항은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형법 제298조의 죄, 즉 강제추행을 정한 항이다. 제7조의2는 이 제3항을 한정 없이 포함하므로,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을 예비하거나 음모한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제4항(형법 제299조의 죄, 한정 없음)과 제5항(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의 예비·음모도 마찬가지로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여기서 형법 제305조의3과의 차이가 또렷해진다. 형법은 제299조를 “준강간죄에 한정”해서 목록에 넣었지만,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의2가 포괄하는 제7조제4항은 형법 제299조의 죄 전체(준강간뿐 아니라 준강제추행 포함)를 한정 없이 끌어안는다. 즉 같은 조문 번호(제299조)를 참조하더라도, 두 법률에서 예비·음모 처벌이 미치는 범위가 서로 다르다.
법정형은 형법 제305조의3과 같이 “3년 이하의 징역”이며, 벌금형은 없다. 이는 제7조제3항 본죄의 법정형(“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과는 전혀 다른 수치이므로, 예비·음모와 본죄의 형량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예비·음모는 본죄보다 가볍게, 그리고 벌금형 없이 징역형으로만 규정되어 있다.
또한 제7조제6항이 정한 미수범 처벌(“제1항부터 제5항까지의 미수범은 처벌한다”)과 제7조의2가 정한 예비·음모 처벌은 서로 다른 조항에 따른 별개의 규정이다. 미수(실행에 착수했으나 결과에 이르지 못한 경우)와 예비·음모(실행에 착수하기 전 단계)는 범죄 성립 단계가 다르므로 함께 섞어 이해해서는 안 된다.
왜 “준비만 하면”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은가
두 조문 모두 요건의 핵심은 “그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것이다. 조문에 ‘준비’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예비·음모는 특정 범죄를 범하려는 목적이 있어야 성립하는 개념이고, 목적 없는 단순 행위나 우연한 준비 행위와는 구별된다. “준비만 하면 처벌된다” 또는 “처벌 안 된다”는 식의 단순화된 표현은 이 목적 요건을 빠뜨린다는 점에서 조문의 실제 구조와 다르다.
법률 번호와 시행일에 관한 참고 사항
형법 제305조의3은 2020년 5월 19일 공포된 법률 제17265호로 신설되었고,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의2는 2020년 6월 2일 공포된 법률 제17338호로 신설되었다.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는 2023년 4월 11일 공포된 법률 제19337호로 현재의 문언으로 개정되었다. 이 글이 인용한 현행 조문은 각각 형법(법률 제22007호, 2026년 9월 29일 일부개정, 2026년 10월 2일 시행)과 청소년성보호법(법률 제22027호, 2026년 9월 29일 일부개정, 2026년 10월 2일 시행)에 따른 것이며, 두 법률 번호는 실제로 제305조의3·제7조의2 문언을 만든 개정 법률 번호와는 다르다. 다만 문언 자체는 앞서 신설·개정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청소년성보호법의 부칙(법률 제22027호)은 시행일 외에 적용례를 두고 있는데, 이는 제25조의11(사법경찰관의 사건송치)에 관한 것이며 제7조나 제7조의2에 관한 경과조치나 적용례는 아니다.
한편 청소년성보호법을 고치는 또 다른 법률(법률 제21790호, 2026년 6월 9일 공포)이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2026년 12월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이 개정은 제46조를 고치는 것이고 제7조·제7조의2의 문언은 개정 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즉 이 개정은 예비·음모의 범위를 바꾸는 개정이 아니다.
이와 관련한 판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리
- 성인에 대한 강제추행(형법 제298조)은 형법 제305조의3의 예비·음모 처벌 목록에 들어 있지 않으므로, 이를 예비·음모한 행위는 형법상 처벌되지 않는다.
-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추행(청소년성보호법 제7조제3항, 형법 제298조를 아동ㆍ청소년에게 범한 경우)은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의2가 “제7조의 죄”를 한정 없이 포함하므로 예비·음모가 처벌 대상이 된다.
- 두 조문 모두 목적 요건(“그 죄를 범할 목적으로”)이 있어야 하고, 법정형은 모두 “3년 이하의 징역”으로 벌금형은 없다.
- 형법 제305조의3이 참조하는 제305조의 죄 역시 예비·음모 처벌 대상이므로, 형법에서 해당 예비·음모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참고 법령
- 형법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제299조, 제301조, 제305조, 제305조의3
-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제1항~제6항), 제7조의2
-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부칙 <제22027호,2026.9.29> 제1조, 제2조
-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부칙 <제21790호,202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