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부결의 95.4%가 걸린 '4호 요건', 조문이 적은 기준은 '의도 입증'이 아니다
핵심 요약
-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3조 제1항은 피해자 결정의 요건 네 가지를 정하고, 원칙적으로 모두 갖출 것을 요구한다.
- 그중 제4호는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를 기준으로 삼는다. 조문 문언은 임차인에게 임대인의 고의를 증명하라고 적고 있지 않다.
- 피해자로 결정되는 것과 임대인이 사기죄로 처벌되는 것은 근거 법률도, 판단 기준도, 절차도 다르다.
- 부결 결정에 이의가 있으면 결정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제15조 제1항), 국토교통부장관은 이의신청을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같은 조 제2항).
- 부결 후 재신청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이 법에 명시적 규정이 없다.
부결 사유가 한 요건에 몰려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2026년 1~4월 총 6,030건을 심의해 2,594건을 가결하고 2,150건을 피해자 요건 미충족으로 부결했다. 이 부결 2,150건 가운데 ‘4호 요건 미충족이 포함된’ 사례가 2,051건으로, 비율로는 95.4%였다.
숫자를 읽을 때 세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 2,051건은 “4호 요건 미충족이 포함된” 건수다. 4호 하나 때문에만 떨어졌다는 뜻이 아니다. 제3조 제1항의 요건은 원칙적으로 모두 갖춰야 하므로, 한 건에서 둘 이상의 요건이 동시에 문제될 수 있다.
- 95.4%는 부결 2,150건에 대한 비율이지, 심의 6,030건에 대한 비율이 아니다.
- 심의 건수와 가결·부결 건수의 합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도에 설명이 없다. 이 글에서도 추정해 채우지 않는다.
보도에 인용된 한 임차인은 “임차인이 집주인의 사기를 입증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개인이 계약 당시 집주인의 재정 상태나 사기 고의성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 체감과 조문 문언 사이에는 실제로 간격이 있다. 그 간격이 어디서 생기는지가 이 글의 주제다.
제3조 제1항이 요구하는 네 가지 요건
현행법은 2026년 5월 12일 시행된 법률 제21634호이며, 제3조 제1항의 각 호 문언은 2024년 9월 10일 공포·시행된 법률 제20429호 개정으로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 호 | 요건의 내용 |
|---|---|
| 제1호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에 따라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치고(전입신고를 한 때 주민등록을 한 것으로 본다), 같은 법 제3조의2 제2항에 따라 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를 갖출 것. 같은 법 제3조의3에 따른 임차권등기를 마친 경우 또는 「민법」 제303조에 따른 전세권이 설정된 경우도 포함한다. |
| 제2호 | 임차보증금이 5억원 이하일 것. 다만 상한액은 위원회가 시·도별 여건 및 피해자의 여건 등을 고려해 2억원의 범위에서 상향 조정할 수 있다. |
| 제3호 | 임대인의 파산 또는 회생절차 개시, 임차주택의 경매 또는 공매절차의 개시(국세 또는 지방세 체납으로 압류된 경우를 포함한다), 임차인의 집행권원 확보 등에 해당하여 2인 이상의 임차인에게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의 변제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것이 예상될 것. |
| 제4호 | 임대인등에 대한 수사 개시, 임대인등의 기망, 임차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 자에 대한 임차주택의 양도 또는 임차보증금을 반환할 능력 없이 다수의 주택 취득·임대 등 임대인이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
신청 대상은 자연인인 임차인으로 한정된다.
4호 문언을 끊어 읽으면 구조가 보인다
4호는 길지만 구조는 단순하다. 앞부분은 사정의 예시이고, 뒷부분이 최종 판단 기준이다.
앞부분(예시로 열거된 사정)
- 임대인등에 대한 수사 개시
- 임대인등의 기망
-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 자에게 임차주택을 양도한 사정
-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 없이 다수의 주택을 취득·임대한 사정
이 열거는 “등”으로 닫힌다. 즉 한정 열거가 아니라 예시다. 보도 역시 4호가 “보증금 미반환 외에도 수사 개시, 기망 행위, 반환 능력 없는 임대 행위, 다수 주택 취득·임대 정황 등을 종합해 의도성을 따진다”고 설명한다.
뒷부분(최종 기준)
임대인이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여기서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의도가 있었다”는 증명이 아니라,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의 존재다. 언론이 흔히 쓰는 ‘의도 입증’이라는 표현과 조문 문언은 요구 강도가 다르다. 판단 주체도 임차인이 아니라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이며, 위원회가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는 구조다.
다만 문언의 기준이 ‘상당한 이유’라고 해서 소명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4호가 예시로 든 사정들은 대체로 임대인 쪽에 있는 정보이고, 임차인이 계약 시점에 알기 어려운 것들이다. 부결 사유가 4호에 몰리는 현상은 이 정보 비대칭과 무관하지 않다.
‘피해자 인정’과 ‘사기죄’는 서로 다른 문이다
가장 자주 섞이는 지점이다. 두 절차는 근거도 기준도 다르다.
| 구분 | 전세사기피해자 결정 | 사기죄 |
|---|---|---|
| 근거 |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3조·제14조 | 「형법」 제347조 |
| 성격 | 지원을 위한 행정 결정 | 형사 처벌 |
| 판단 주체 |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국토교통부장관이 결정 | 수사기관의 수사와 형사재판 |
| 핵심 기준 |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 | 편취의 고의에 대한 증명 |
| 결과 | 피해자등 결정, 특별법상 지원의 전제 | 유죄·무죄의 판단 |
보도에 인용된 한 전문가는 “전세사기특별법은 원래 민사 영역인데 범죄로 인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피해자를 먼저 도와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하면서,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다고 해서 곧바로 임대인이 형사 사기범이 되는 것은 아닌 만큼, 피해 보장 및 긴급 지원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피해자로 결정되어도 임대인이 곧바로 형사 사기범이 되는 것은 아니고,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이 아니더라도 4호의 다른 갈래로 요건이 검토될 수 있다.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두 절차의 결론이 갈릴 수 있는 구조다.
신청부터 이의신청까지, 법정 기한을 한 화면에
| 단계 | 근거 조문 | 기한 |
|---|---|---|
| 임차인의 신청 | 제12조 제1항 |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신청 |
| 피해사실 조사 | 제13조 제5항 | 신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 |
| 위원회 심의·의결 | 제14조 제3항 | 안건 상정일부터 30일 이내,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15일 이내의 범위에서 한 차례만 연장 |
| 결정문 정본 송달 | 제14조 제6항 | 국토교통부장관이 신청인에게 송달 |
| 이의신청 | 제15조 제1항 | 결정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 |
|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 | 제15조 제2항 | 이의신청을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 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하고 그 의결에 따라 결정 |
두 개의 기간이 자주 혼동된다. 30일은 임차인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고, 20일은 국토교통부장관이 이의신청을 처리해야 하는 기간이다. 20일이라는 숫자는 제15조 제2항에만 나온다.
이의신청의 기산점도 ‘결정일’이 아니라 ‘결정을 송달받은 날’이다. 그래서 제14조 제6항의 결정문 정본 송달이 절차상 의미를 가진다.
한편 일부 보도는 “부결됐다면 30일 내에 이의신청과 함께 임대인을 사기죄로 고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매체의 조언이지 법령이 정한 의무가 아니다. 특별법 제15조는 이의신청 기간과 처리 기간을 정할 뿐, 형사 고소를 이의신청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경·공매가 끝난 임차인에게는 1호·3호가 빠진다
비교적 덜 알려진 갈래다. 제3조 제1항 단서는 이렇게 정한다.
다만, 경매 또는 공매 절차가 완료된 임차인의 경우에는 제1호 및 제3호의 요건은 제외한다.
즉 경매·공매 절차가 완료된 임차인에게는 대항요건·확정일자(제1호)와 2인 이상 피해 발생(제3호)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 경우 남는 것은 보증금 상한(제2호)과 4호다. 절차가 이미 종료된 사안에서 4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이유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으면 무엇을 할 수 있나요?
특별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결정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장관은 이의신청을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하며, 이때 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하고 위원회가 재심의해 의결한 결정안에 따라 결정합니다. 부결의 사유가 어느 요건인지는 결정문에 기재된 내용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Q. 집주인이 일부러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것을 임차인이 증명해야 하나요?
제3조 제1항 제4호의 문언은 임대인의 의도에 대한 증명이 아니라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를 요건으로 합니다. 수사 개시, 기망, 반환 능력 없는 자에 대한 임차주택 양도, 반환 능력 없이 다수 주택을 취득·임대한 정황 등이 예시로 열거되어 있고, 위원회가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형사 사기죄에서 요구되는 편취 고의의 증명과는 기준이 다릅니다.
Q. 부결되면 다시 신청할 수 있나요?
특별법은 제15조에서 이의신청 절차를 명시하고 있으나, 부결 이후 동일한 사안에 대한 재신청의 가부나 요건을 정한 규정은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규정이 없다는 것이지 불가능하다고 확정된 것은 아니므로, 이 부분은 조문만으로 단정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Q. 피해자로 결정되면 임대인은 사기죄가 되나요?
아닙니다. 피해자 결정은 특별법에 따른 행정 결정이고, 사기죄 성립 여부는 「형법」 제347조에 따른 별개의 형사 절차에서 판단됩니다. 두 절차는 기준과 주체가 다릅니다.
Q. 보증금이 5억원을 넘으면 무조건 안 되나요?
제2호는 임차보증금 5억원 이하를 요건으로 하되, 상한액은 위원회가 시·도별 여건과 피해자의 여건 등을 고려해 2억원의 범위에서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참고 법령
-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시행 2026. 5. 12.] [법률 제21634호, 2026. 5. 12., 일부개정]
- 제3조(전세사기피해자의 요건) 제1항 제1호·제2호·제3호·제4호 및 같은 항 단서
- 제12조(임차인의 신청) 제1항
- 제13조(피해사실의 조사) 제5항
- 제14조(전세사기피해자등 결정) 제2항·제3항·제6항
- 제15조(이의신청) 제1항·제2항
- 제3조 제1항 개정: 법률 제20429호, 2024. 9. 10. 공포·시행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대항력 등), 제3조의2(보증금의 회수) 제2항, 제3조의3(임차권등기명령)
- 「민법」 제303조(전세권의 내용)
- 「형법」 제347조(사기)
이 글은 법령 문언과 공개된 보도 내용을 정리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안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거나 예측하지 않는다. 통계 수치는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언론 보도를 인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