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행위와 정당방위가 갈리는 자리 — 대법원이 든 다섯 가지 요건
맞고 나서 대응한 사람이 도리어 피의자가 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이런 상황을 두고 사람들은 보통 “정당방위 아니냐”고 묻는다. 그런데 대법원이 2026년 6월 25일 선고한 한 사건에서 꺼내 든 조문은 정당방위가 아니라 정당행위였다. 형법 제21조가 아니라 제20조다.
이 글은 그 갈림에서 출발한다. 한 문장짜리 조문이 어떻게 다섯 갈래 요건으로 풀려 나오는지, 그리고 그 판결이 어디까지 말했고 어디서 멈췄는지를 정리한다.
핵심 요약
| 항목 | 내용 |
|---|---|
| 근거 조문 | 「형법」 제20조(정당행위) |
| 판결 |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4도12616 판결 |
| 사건명 | 특수협박 |
| 결론 | 파기환송 (무죄 확정이 아니다) |
| 대법원이 든 요건 | 목적의 정당성 /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사이의 법익균형성 / 긴급성 / 보충성 |
| 판단의 축 | “수동적, 소극적 차원에서 행한 행위”였는지 |
1. 조문은 한 문장이다
「형법」 제20조는 항 번호도, 호도, 목도 없다. 통째로 한 문장이다.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표현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다. 법령이 시킨 일도 아니고 업무상 하게 된 일도 아닌, 그 밖의 행위를 받아 주는 통로가 이 한 구절이다. 다만 문장이 짧은 만큼 “사회상규”가 무엇인지는 조문 안에 없다. 그 빈칸을 채워 온 것이 판례다.
현행 형법은 [시행 2026. 3. 12.] [법률 제21450호] 버전이다. 제20조 자체는 이 개정의 대상이 아니다. 조문 문언은 그대로다.
2. 정당방위(제21조)와 무엇이 다른가
「형법」은 정당방위를 제21조에, 정당행위를 제20조에 따로 두고 있다. 조문 번호와 표제가 다르다는 것은, 성립을 따지는 방식도 다르다는 뜻이다.
이 글에서는 제21조의 조문 문언을 인용하지 않는다. 확인된 원문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확인 실패). 조문 전문이 필요하다면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형법」 제21조를 직접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대신 분명히 짚어 둘 것은 이것이다. 2024도12616 사건에서 대법원이 요건을 열거하며 검토한 조문은 제21조가 아니라 제20조, 곧 정당행위다. 폭행을 당하다가 대응한 사안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정당방위 틀로만 다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 판결이 실물로 보여 준다.
3. 대법원 2024도12616 — 판시사항 원문
판시사항은 각색하지 않고 원문 그대로 옮긴다.
판시사항 [1]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의 의미 / 정당행위의 성립 요건 및 어떠한 행위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판단하는 방법 / 어떠한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의 의미
판시사항 [2]
피고인(여, 39세)이 자신의 주거지에 찾아와 자신을 폭행하는 甲(남, 76세)에 대항하여 주먹으로 甲의 얼굴을 폭행한 후, 싱크대 위에 있던 부엌칼을 가져와 “변태 새끼야 죽고 싶으면 너나 죽어, 죽고 싶으면 와 봐라.”라며 위해를 가할 듯이 위협함으로써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甲을 협박하였다는 특수협박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전체적으로 보아 피고인의 행위는 예고 없이 집에 찾아와 폭력을 행사하고 나아가 가위를 들어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하는 甲의 계속되는 부당한 공격에 맞서 수동적, 소극적 차원에서 행한 행위로, 그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사이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 정당행위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위라고 평가할 여지가 크다고 한 사례
판시 원문의 “피고인(여, 39세)”, “甲(남, 76세)” 표기는 판례 원문 그대로다. 그 이상으로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은 이 글에 없고, 덧붙이지도 않는다.
4. 다섯 요건 — 판시사항에 그대로 열거돼 있다
판시사항 [2]는 정당행위의 요건을 다섯 갈래로 나란히 적었다. 해설로 만들어 낸 목록이 아니라 판시 문장 안에 그대로 들어 있는 표현이다.
| # | 요건 | 판시 원문 표현 |
|---|---|---|
| 1 | 목적의 정당성 | “목적의 정당성” |
| 2 | 수단·방법의 상당성 |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
| 3 | 법익균형성 |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사이의 법익균형성” |
| 4 | 긴급성 | “긴급성” |
| 5 | 보충성 | “보충성” |
한 문장짜리 조문이 다섯 개의 이름을 갖게 되는 지점이 여기다. 조문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이라는 여섯 글자짜리 잣대만 있고, 그 잣대를 실제 사건에 대는 방법이 이 다섯 항목이다.
주의할 것이 하나 있다. 이 다섯 가지는 어떤 행동이 정당행위가 되는지 계산해 주는 공식이 아니다. 판시도 다섯 요건을 “갖춘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위라고 평가할 여지가 크다”고 했지, 요건 다섯 개를 채우면 자동으로 이렇게 된다고 하지 않았다. 개별 사안이 어느 쪽인지는 그 사건의 전체 사정을 놓고 법원이 판단할 몫이다.
5. “수동적, 소극적 차원에서 행한 행위”
판시사항 [2]에서 다섯 요건 바로 앞에 놓인 표현이 이것이다.
甲의 계속되는 부당한 공격에 맞서 수동적, 소극적 차원에서 행한 행위로
문장의 구조를 보면 순서가 드러난다. 먼저 “전체적으로 보아” 그 행위가 계속되는 부당한 공격에 맞선 수동적·소극적 대응이었는지를 놓고, 그다음에 다섯 요건을 붙인다. 행위 하나만 오려 내서 세기보다, 공격이 이어지던 흐름 속에 그 행위가 어디쯤 있었는지를 먼저 본다는 뜻으로 읽힌다.
“전체적으로 보아”라는 말도 같은 방향이다. 한 장면만 떼어 내면 위험한 물건을 든 쪽이 가해자로 보이는 구도가 만들어지는데, 판시는 그 장면 앞뒤를 함께 놓았다.
6. 이 판결이 말하지 않은 것
여기서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
- 무죄 확정 판결이 아니다. 판시의 결론은 “평가할 여지가 크다”까지다.
- 결론은 파기환송이다. 대법원이 원심 판단을 그대로 두지 않고 사건을 돌려보냈다는 뜻이지, 대법원이 스스로 무죄를 선고했다는 뜻이 아니다.
- 비슷해 보이는 다른 사건의 결론을 알려 주는 판결도 아니다. 판시가 든 것은 이 사안의 사정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의 평가다.
“평가할 여지가 크다”와 “무죄다” 사이의 거리를 좁혀서 옮기는 것이 이 판례를 다룰 때 가장 흔한 오독이다.
자주 묻는 질문
정당방위와 정당행위는 어떻게 다른가요
「형법」은 두 가지를 서로 다른 조문에 두고 있다. 정당행위는 제20조, 정당방위는 제21조다.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한 문장이고, 판례는 이 조문의 요건을 목적의 정당성·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법익균형성·긴급성·보충성 다섯 갈래로 열거해 왔다.
제21조의 조문 문언은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해 인용하지 않는다. 다만 실무상 중요한 것은, 폭행을 당하다 대응한 사안이라고 해서 반드시 제21조 틀로만 다뤄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4도12616 판결은 그런 사안에서 제20조 정당행위의 요건을 들어 판단했다.
먼저 맞고 대응했는데 처벌받나요
개별 상황의 결론을 미리 계산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다만 위 판결이 어떤 것을 보았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판시사항 [2]는 그 행위가 “계속되는 부당한 공격에 맞서 수동적, 소극적 차원에서 행한 행위”였는지를 전체적으로 보았고, 그 위에 다섯 요건(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사이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을 놓았다. 먼저 맞았다는 사실 하나가 결론을 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그 사실을 포함한 전체 사정을 다섯 갈래로 나눠 본다는 뜻이다.
또한 그 사건의 결론은 파기환송이었다. 대법원 단계에서 무죄가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방어하려고 흉기를 들면 무죄가 될 수 있나요
이 판결을 근거로 “된다” 또는 “안 된다”고 답할 수 없다.
2024도12616 사안의 공소사실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협박했다는 특수협박이었고, 판시는 그 행위를 전체적으로 보아 다섯 요건을 갖춘 것으로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위라고 평가할 여지가 크다”고 했다. 여기서 확인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물건을 들었다는 사실만으로 검토가 끝나지 않는다. 둘째, 그 반대로 물건을 들어도 괜찮다는 일반 명제가 세워진 것도 아니다.
판시의 결론은 어디까지나 “평가할 여지가 크다”이며, 사건은 파기환송됐다.
확인하지 못한 것
- 「형법」 제21조(정당방위)의 조문 전문 — 이 글에서는 확인하지 못했다(확인 실패). 문언이 필요하면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
- 2024도12616 사건의 환송 후 진행 경과 — 확인하지 못했다.
- 정당행위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비율 등 통계 — 확인하지 못했다.
참고한 법령·판례
법령
- 「형법」 제20조(정당행위) —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형법 [시행 2026. 3. 12.] [법률 제21450호], 제20조는 개정 대상 아님)
- 「형법」 제21조(정당방위) — 조문 번호와 표제만 언급했고, 이 글에서는 문언을 인용하지 않았다.
판례
-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4도12616 판결 (사건명: 특수협박, 결론: 파기환송)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https://www.law.go.kr/법령/형법
-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2024도12616 https://www.law.go.kr/LSW/precInfoP.do
이 글은 법령과 공개된 판시사항을 정리한 정보이며, 특정 사건의 유무죄에 대한 판단이 아니다.
관련 판례
사건명은 「특수협박」이고 결론은 파기환송이다. 판시사항 [1]은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의 의미, 정당행위의 성립 요건 및 어떠한 행위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판단하는 방법을 다룬다. 판시사항 [2]는 계속되는 부당한 공격에 맞서 수동적·소극적 차원에서 행한 행위에 대해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사이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 정당행위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위라고 평가할 여지가 크다고 한 사례다. 정당행위의 다섯 요건이 판시사항에 그대로 열거돼 있다. '평가할 여지가 크다'까지가 판시이며 무죄가 확정됐다는 뜻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