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계약이 끝났는데 보증금을 못 받아 계속 살고 있다면, 월세를 내야 할까
전세나 월세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그 집에 계속 머무는 경우가 있다. 이때 흔히 나오는 질문이 “계약은 끝났으니 월세를 안 내도 되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이 글은 이 질문과 관련된 조문을 그대로 정리한다. 다만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민법 어디에도 이 상황에서 월세를 내야 한다거나 내지 않아도 된다고 직접 정한 문장은 없다. 아래에서 각 조문이 실제로 무엇을 규정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규정하지 않는지를 나눠서 본다.
핵심 조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제2항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제2항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4조(임대차기간 등) ② 임대차기간이 끝난 경우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본다.
요건과 효과를 분리하면 이렇다.
- 요건: 임대차기간이 끝났고, 임차인이 아직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태
- 효과: 그 상태에서는 임대차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본다”(법적 간주)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언이 ‘연장’이나 ‘갱신’이 아니라 **‘존속되는 것으로 본다’**는 간주 규정이라는 점이다. (해당 문장 삭제 — ‘연장’ 개념을 끌어와 설명하지 말고 간주 효과만 서술),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까지는 법적으로 임대차관계가 끊어지지 않은 상태로 취급한다는 의미다.
이 조항이 “말하지 않는” 것
제4조제2항은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임대차관계가 존속한다고만 정할 뿐, 그 기간 동안 월세(차임)를 내야 하는지, 내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월세 면제’라는 표현도, ‘자동으로 월세를 계속 내야 한다’는 표현도 이 조문에는 없다. 임대차관계가 유지된다는 것과, 그 유지되는 기간 동안 차임 지급 의무가 어떻게 되는지는 이 조문만으로는 결론이 나지 않는 별개의 문제다.
참고로 알아둘 것: 제4조제1항의 2년 간주
같은 조 제1항은 임대차 기간에 관한 또 다른 간주 규정을 둔다.
① 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2년으로 본다. 다만, 임차인은 2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
기간을 정하지 않았거나 2년 미만으로 정했다면 원칙적으로 2년으로 본다는 간주이고, 단서에 따라 2년 미만 기간이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쪽은 임차인뿐이다. 임대인이 이 주장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은 조문에 없다. 다만 이 조항은 ‘계약 기간’ 자체에 관한 규정이고, 질문의 상황—기간이 끝난 뒤 보증금을 못 받은 경우—과는 요건이 다르다는 점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함께 짚어볼 조문 ① 민법 제536조 동시이행의 항변권
보증금 반환과 관련해 흔히 언급되는 조문이 민법 제536조다.
제536조(동시이행의 항변권) ①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이 그 채무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채무가 변제기에 있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먼저 이행하여야 할 경우에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전항 본문과 같다.
이 조문의 구조를 정확히 보면,
- 본문은 상대방이 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자기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고, 의무 규정이 아니다.
- 단서는 상대방 채무가 아직 변제기에 이르지 않았다면 이 거절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정한다.
- 제2항은 먼저 이행해야 할 당사자라도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으면 “전항 본문”과 같다고 정하는데, 여기서 가리키는 것은 제1항 본문뿐이고 단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이 조문은 쌍무계약 일반에 적용되는 동시이행 관계를 정한 것이고, 주택임대차에서 구체적으로 ‘보증금 반환 의무’와 ‘차임 지급 의무’가 서로 동시이행 관계에 있는지를 직접 정한 문언은 아니다.
함께 짚어볼 조문 ②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
또 하나 거주 기간의 이익 문제와 관련해 거론되는 조문이 민법 제741조다.
제741조(부당이득의 내용)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요건은 세 가지다.
- 법률상 원인 없이
-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
이 세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효과로서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의무가 발생한다. 이 조문 역시 주택 거주로 인한 이익 반환 문제를 직접 겨냥한 규정이 아니라 부당이득에 관한 일반 규정이다.
세 조문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제2항, 민법 제536조, 민법 제741조는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조문이고, 이 세 조문의 관계를 직접 정한 문언은 어느 법령에도 없다. 즉 “임대차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본다”는 간주 규정에서 “그러니까 동시이행항변권이 적용되어 월세를 안 내도 된다” 또는 “그러니까 부당이득으로 월세에 상응하는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결론이 조문만으로 자동으로 도출되지는 않는다. 이 글의 조사 범위 안에서는 이 쟁점을 직접 다룬 판례도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계속 거주하는 기간에 월세·차임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각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과 사실관계에 따라 위 조문들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하는 문제이고, 법률 조문 자체가 하나의 정답을 미리 정해두고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리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제2항은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본다”는 간주 규정이며, 월세 지급 여부를 직접 정하지 않는다.
- 같은 조 제1항은 기간을 정하지 않거나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를 2년으로 보는 별개의 간주 규정으로, 2년 미만 기간의 유효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임차인뿐이다.
- 민법 제536조는 쌍무계약 당사자가 상대방 이행 전까지 자기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단서·제2항 포함)이다.
-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과 손해가 있을 때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는 일반 부당이득 규정이다.
- 이 세 조문의 관계를 명시한 문언이나, 이 쟁점을 직접 다룬 판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참고 법령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임대차기간 등) 제1항, 제2항
- 민법 제536조(동시이행의 항변권) 제1항, 제2항
- 민법 제741조(부당이득의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