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에 맡긴 일, 그 장소를 원청이 관리하면 중대재해처벌법 책임을 지나요?
결론부터: “장소를 관리한다”만으로는 부족하고, “도급을 줬다 + 그 장소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할 책임이 있다”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는 원청(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이 제3자에게 도급·용역·위탁 등을 준 경우, 그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4조가 정한 조치를 해야 하는지를 규정합니다. 그런데 이 조문은 본문만 읽으면 결론이 정반대로 읽힐 수 있습니다. 제5조는 본문과 단서로 나뉘어 있고, 실제로 원청의 의무 여부를 최종적으로 정하는 것은 단서입니다.
제5조 원문 구조: 본문과 단서를 나눠서 봐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습니다.
제5조(도급, 용역, 위탁 등 관계에서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에는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제4조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
이 조문은 항이나 호로 나뉘지 않은 한 문장짜리 조문입니다. 구조를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본문: 원청이 제3자에게 도급·용역·위탁 등을 준 경우, 그 제3자(하청)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4조의 조치를 해야 한다.
- 단서: 다만, 원청이 그 시설·장비·장소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
즉 본문만 떼어 읽으면 “도급을 준 이상 원청은 무조건 제4조 조치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읽히지만, 단서가 그 적용 범위를 “시설·장비·장소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본문과 단서를 분리해서 읽지 않으면 결론이 뒤집힙니다.
“그 장소를 관리한다”는 질문에 대한 답
질문으로 돌아가면, 원청이 하청에 일을 맡겼더라도 그 작업이 이뤄지는 시설·장비·장소 등을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제5조 단서에 따라 원청도 제4조의 조치의무 대상이 됩니다. 반대로 도급을 준 사실만 있고 그 시설·장비·장소 등에 대한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책임이 원청에게 없다면, 제5조가 정하는 원청의 의무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지점이 있습니다.
- 요건과 효과는 분리되어 있습니다. “도급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의무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① 제3자에게 도급·용역·위탁 등을 행한 경우라는 요건과 ② 그 시설·장비·장소 등에 대한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책임이라는 단서의 한정이 함께 충족되어야, ③ 제4조의 조치라는 효과가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 조문에 “무조건”, “자동으로”, “즉시” 같은 표현은 없습니다. 단서가 요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라는 실질적 요건이며, 이는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될 문제입니다. 이 글은 어떤 특정 사건이 그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단서의 “시설, 장비, 장소 등”과 제4조제1항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다른 말이다
여기서 혼동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제1항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이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제5조 단서가 한정하는 대상은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입니다. 두 조문에서 쓰는 표현이 서로 다릅니다.
- 제4조제1항: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한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 제5조 단서: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한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법문이 직접 사용하는 용어가 다른 만큼, 이 둘을 같은 말처럼 섞어 쓰면 조문을 잘못 인용하는 것이 됩니다. 도급 관계에서 원청의 책임을 따질 때는 제5조 단서가 정한 “시설, 장비, 장소 등”을 기준으로 봐야 합니다.
제4조의 조치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제5조가 원청에게 부과하는 효과는 “제4조의 조치”입니다. 제4조제1항은 다음 네 가지 조치를 정하고 있습니다.
-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그리고 제4조제2항은 이 중 제1호·제4호의 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대통령령(시행령)의 구체적인 조문 내용은 이 글이 다루는 범위 밖이므로 별도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위반하면 어떤 처벌을 받나 — 제4조와 제5조가 함께 인용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는 “제4조 또는 제5조를 위반하여”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처벌조항이 제5조 위반만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제4조 또는 제5조 위반을 병렬로 인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도급관계가 없는 자기 사업장에서의 위반(제4조)과 도급을 준 제3자의 사업장에서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의 위반(제5조) 모두 제6조의 처벌 대상입니다.
구체적 법정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제6조제1항: 제4조 또는 제5조를 위반하여 제2조제2호가목의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을 병과할 수 있습니다(필수적 병과가 아니라 재량적 병과입니다).
- 제6조제2항: 제4조 또는 제5조를 위반하여 제2조제2호나목 또는 다목의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 제6조제3항: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로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다시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저지른 경우, 각 항에서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합니다.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 — 제3조 적용범위
중대재해처벌법 제3조는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개인사업주에 한정한다. 이하 같다) 또는 경영책임자등에게는 이 장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개인사업주에 한정한다”는 괄호 정의는 이 조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하 같다”는 문언에 따라 법 전체에서 이어지는 정의입니다. 도급·용역·위탁 관계에서 원청의 책임 여부를 따질 때도, 원청 사업 또는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 수가 이 적용범위 기준에 해당하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시행일 — 사업 규모에 따라 달랐다
이 법의 부칙(법률 제17907호, 2021. 1. 26. 제정)은 시행일을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 원칙: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
- 예외: 이 법 시행 당시 개인사업자 또는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의 경우에는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에 대해서는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
- 제16조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
이 부칙에는 별도의 적용례나 경과조치 조문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정리
- 원청이 하청에 도급·용역·위탁을 줬다는 사실만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의 의무가 자동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 제5조 단서에 따라, 원청이 그 작업이 이뤄지는 시설·장비·장소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정하여, 원청도 제4조가 정한 조치(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재발방지 대책, 관계 법령상 시정명령 이행, 관리상 조치 등)를 해야 합니다.
- 이를 위반하여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하면 제6조에 따라 처벌되며, 이 처벌조항은 제4조 위반과 제5조 위반을 함께 인용하고 있습니다.
-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책임”이 있는지는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되는 문제이며, 이 글은 특정 사건에 대한 결론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참고 법령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 제3조(적용범위)
- 제4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제1항·제2항
- 제5조(도급, 용역, 위탁 등 관계에서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 제6조(중대산업재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처벌) 제1항·제2항·제3항
- 부칙(법률 제17907호, 2021. 1. 26.) 제1조(시행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