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신고로 온 경찰, 가해자를 꼭 집에서 떼어놓아야 하나요
결론부터: “떼어놓는 것”은 의무, “더 강하게 붙잡는 것”은 재량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는 “진행 중인 가정폭력범죄에 대하여 신고를 받은 사법경찰관리는 즉시 현장에 나가서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그 첫머리인 제1호가 바로 “폭력행위의 제지, 가정폭력행위자ㆍ피해자의 분리”다. 문언 그대로 “하여야 한다”이므로 이는 재량이 아니라 의무다.
다만 여기서 “떼어놓는다”는 것은 같은 공간에서 물리적으로 분리시키는 응급조치를 뜻한다. 가해자를 그 집에서 완전히 내보내거나(퇴거), 피해자 주거지 100미터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것처럼 더 강한 조치는 별도의 절차인 “임시조치” 또는 “긴급임시조치”의 몫이고, 이 단계는 응급조치와 성격이 다르다.
응급조치: 신고받은 경찰관이 반드시 해야 하는 것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는 신고를 받은 사법경찰관리가 현장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조치를 6개 호로 나열한다.
- 폭력행위의 제지, 가정폭력행위자ㆍ피해자의 분리 1의2. 「형사소송법」 제212조에 따른 현행범인의 체포 등 범죄수사
- 피해자를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피해자가 동의한 경우만 해당한다)
- 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자를 의료기관으로 인도
- 폭력행위 재발 시 제8조에 따라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음을 통보
- 제55조의2에 따른 피해자보호명령 또는 신변안전조치를 청구할 수 있음을 고지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제1호부터 제3호까지가 현장에서 실제로 행위를 하는 조치인 반면, 제4호와 제5호는 “~할 수 있음을 통보·고지”하는 데서 끝난다는 것이다. 즉 응급조치 단계에서 경찰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나중에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다”, “피해자보호명령·신변안전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까지이고, 임시조치 자체를 이 시점에 반드시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상담소·보호시설로 인도하는 것(제2호)은 피해자가 동의한 경우에만 해당하므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시설로 데려갈 수 있는 근거는 아니다.
정리하면, “분리”는 응급조치 6개 항목 중 하나로서 의무이지만, 그 이후 단계(임시조치 신청·청구 여부)로 나아갈지는 응급조치의 의무 범위를 벗어난다.
그럼 ‘집에서 내보내는 것’은 언제, 누가 정하나
가정폭력처벌법상 가해자를 주거에서 퇴거시키거나 접근을 금지하는 조치는 제29조(임시조치)에 규정되어 있고, 이를 결정하는 주체는 판사다. 제29조제1항은 “판사는 가정보호사건의 원활한 조사ㆍ심리 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가정폭력행위자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그 종류는 다음과 같다.
-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의 주거 또는 점유하는 방실(房室)로부터의 퇴거 등 격리
-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이나 그 주거ㆍ직장 등에서 100미터 이내의 접근 금지
-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에 대한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제1호의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 의료기관이나 그 밖의 요양소에의 위탁
- 국가경찰관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의 유치
- 상담소등에의 상담위탁
여기서도 문언은 “할 수 있다”로 되어 있다. 판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재량으로 결정하는 것이지, 신고가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나오는 조치가 아니다.
이 임시조치를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는 제8조에 규정되어 있다. 제8조제1항은 “검사는 가정폭력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또는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의하여 법원에 제29조제1항제1호ㆍ제2호 또는 제3호의 임시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즉 통상적인 경로는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신청 → 검사가 법원에 청구 → 판사가 결정”의 순서이고, 여기서도 검사의 청구 여부는 “할 수 있다”로 된 재량이다.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도 있다. 제8조제3항은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임시조치의 청구 또는 그 신청을 요청하거나 이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4항은 그런 요청을 받은 사법경찰관이 신청하지 않기로 한 경우 “검사에게 그 사유를 보고하여야 한다”고 정해, 피해자의 요청이 그냥 묵살되지 않도록 하는 절차적 장치를 두고 있다.
법원 결정을 기다릴 시간이 없을 때: 긴급임시조치
여기서 실무상 가장 중요한 부분이 나온다. 응급조치를 했는데도 재발 우려가 크고,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을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는 급박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되는가. 이때 등장하는 것이 제8조의2의 긴급임시조치다.
제8조의2제1항은 “사법경찰관은 제5조에 따른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고, 긴급을 요하여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을 받을 수 없을 때에는 직권 또는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의 신청에 의하여 제29조제1항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이하 “긴급임시조치”라 한다)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여기서 몇 가지를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긴급임시조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사법경찰관”이다. 앞서 응급조치를 하는 주체인 “사법경찰관리”와 표현이 다르다. 응급조치는 현장에 나간 경찰관리가 폭넓게 수행하지만, 긴급임시조치는 사법경찰관이라는 특정한 직위의 판단을 요구한다.
둘째, 요건은 두 가지이고 둘 다 갖춰야 한다. ①제5조 응급조치를 했음에도 재발 우려가 있을 것, ②긴급을 요하여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을 받을 수 없을 것. 두 요건 중 하나만으로는 긴급임시조치를 할 수 없다.
셋째, 대상이 되는 조치는 제29조제1항 중 제1호부터 제3호까지로 한정된다. 즉 퇴거 등 격리,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세 가지만 긴급임시조치의 범위이고, 의료기관 위탁(제4호)이나 유치장 유치(제5호), 상담위탁(제6호)은 긴급임시조치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세 가지만을 가리켜 조문은 “이하 ‘긴급임시조치’라 한다”고 별도로 이름 붙이고 있다.
넷째, 이것도 “할 수 있다”로 된 재량이다.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해서 당연히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사법경찰관이 직권으로 또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의 신청에 의해 판단해서 하는 조치다.
재량은 ‘할지 말지’까지만 — 한 뒤부터는 다시 의무
여기서 흥미로운 구조가 나온다. 긴급임시조치를 “할지 말지”는 사법경찰관의 재량이지만, 일단 하기로 결정한 뒤의 절차는 전부 “하여야 한다”로 된 의무다.
제8조의2제2항은 “사법경찰관은 제1항에 따라 긴급임시조치를 한 경우에는 즉시 긴급임시조치결정서를 작성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제3항은 “제2항에 따른 긴급임시조치결정서에는 범죄사실의 요지, 긴급임시조치가 필요한 사유 등을 기재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여기서 “즉시”라는 표현이 쓰인 것도 눈에 띈다.
그다음 이어지는 절차는 제8조의3에 규정되어 있다. 제1항은 “사법경찰관이 제8조의2제1항에 따라 긴급임시조치를 한 때에는 지체 없이 검사에게 제8조에 따른 임시조치를 신청하고, 신청받은 검사는 법원에 임시조치를 청구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그리고 “이 경우 임시조치의 청구는 긴급임시조치를 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며, 제8조의2제2항에 따른 긴급임시조치결정서를 첨부하여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검사에게 하는 신청은 “지체 없이”, 법원에 하는 청구는 “48시간 이내”라는 시간적 기준이 문언에 명시되어 있다.
만약 이 청구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법원이 임시조치 결정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제8조의3제2항은 “제1항에 따라 임시조치를 청구하지 아니하거나 법원이 임시조치의 결정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즉시 긴급임시조치를 취소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즉 긴급임시조치는 법원의 사후 확인을 전제로 한 잠정적 조치이고, 그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즉시 취소되어야 하는 의무가 따른다.
정리 — 세 단계를 헷갈리지 말 것
이 주제를 이해하려면 세 단계를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 1단계: 응급조치(제5조) — 신고받은 사법경찰관리가 현장에서 즉시 하여야 하는 의무. 폭력행위 제지와 가해자·피해자 분리가 여기 포함된다. 다만 임시조치 신청이나 피해자보호명령 청구는 이 단계에서는 “할 수 있음을 통보·고지”하는 데 그친다.
- 2단계: 임시조치(제8조, 제29조) — 통상적인 경로로, 사법경찰관의 신청 또는 검사의 직권에 따라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고, 판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결정으로 하는 재량적 조치. 퇴거·접근금지뿐 아니라 의료기관 위탁, 유치장 유치, 상담위탁까지 여섯 가지 종류가 있다.
- 3단계: 긴급임시조치(제8조의2, 제8조의3) — 법원 결정을 기다릴 시간이 없는 긴급한 상황에서 사법경찰관이 재량으로 먼저 시행하고, 사후에 검사의 신청과 법원의 청구·결정으로 이어지는 잠정적 조치. 대상은 퇴거·접근금지·전기통신 접근금지 세 가지로 한정되고, 시행 후 절차(결정서 작성, 검사 신청, 법원 청구, 미확정 시 취소)는 모두 의무다.
임시조치의 구체적 기간이나 연장에 관한 규정(제29조제5항 등)은 판사의 결정이 내려진 이후의 문제이므로 이 글의 범위와는 별개다.
이 글은 가정폭력처벌법의 조문 구조를 설명하는 것이며, 특정 사건에서 경찰이나 법원의 판단이 적법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이 주제와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판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참고 법령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응급조치)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8조(임시조치의 청구 등)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2(긴급임시조치)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3(긴급임시조치와 임시조치의 청구)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9조(임시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