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이의 제기, 정부는 무조건 재심의해야 할까
노사가 최저임금안에 반대하며 이의를 낸다고 해서 매번 재심의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법은 재심의 요청을 두 갈래로 나눠 규정하고 있고, 어느 경로를 거치느냐에 따라 정부(고용노동부장관)의 의무 여부가 달라진다. 이 글은 최저임금법 제8조~제10조 원문을 근거로 두 경로를 구분하고, 흔히 혼동되는 “결정 기한”과 “효력 발생 시점”의 차이도 함께 정리한다.
재심의로 가는 두 갈래 길
① 위원회 안이 마땅치 않을 때 — 장관의 재량 (제8조제3항)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의결해 제출한 최저임금안을, 장관이 그대로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인정하면, 장관은 20일 이내에 그 이유를 밝혀 1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해 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조문의 어미가 “요청할 수 있다”이므로 이는 재량 규정이다. 즉 위원회 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장관이 반드시 재심의를 요청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② 노사 대표의 이의가 이유 있을 때 — 장관의 의무 (제9조제3항)
반면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나 사용자를 대표하는 자가 고시된 최저임금안에 대해 고시된 날부터 1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했고, 장관이 그 이의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 장관은 그 내용을 밝혀 위원회에 최저임금안의 재심의를 요청하여야 한다. 이 경우는 “하여야 한다”로 적혀 있어 재량이 아니라 의무다.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게 갈린다. “노사가 이의를 냈다”는 사실만으로 재심의 의무가 바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장관이 그 이의를 ‘이유 있다’고 인정하는지가 관건이다.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 재심의 요청은 의무(제9조제3항)이고, 이유 없다고 보면 요청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조문은 “이유 있다고 인정되면”이라고만 적고 있을 뿐, 무엇이 ‘이유 있음’에 해당하는지 구체적 기준을 두고 있지는 않다.
두 경로를 섞어서 “위원회 안이 마땅치 않을 때도 노사 이의처럼 반드시 재심의해야 한다”거나, 거꾸로 “노사 이의도 장관 재량이라 무시해도 된다”고 이해하면 틀린다. 제8조제3항(위원회 안에 대한 장관의 재량)과 제9조제3항(노사 이의에 대한 장관의 의무)은 요건과 효과가 서로 다른 별개 조문이다.
이의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면: 재심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결정 금지
노사 이의를 이유 있다고 보아 재심의를 요청한 경우, 제9조제4항은 추가로 중요한 제약을 둔다. 위원회가 재심의하여 의결한 최저임금안이 제출될 때까지 장관은 최저임금을 결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는 금지 규정이다. 즉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져 재심의 절차가 시작된 이상, 그 재심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장관이 먼저 최저임금을 확정해 버릴 수 없다.
재심의 이후, 위원회가 원안을 고수하면
재심의를 요청받은 위원회는 그 기간 내에 재심의하여 결과를 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제8조제4항). 이때 위원회가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당초의 최저임금안을 재의결한 경우, 장관은 그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하여야 한다(제8조제5항).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의무가 “재심의에서 원안이 재의결되면 자동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정족수 요건을 갖춘 재의결일 때만 발생한다는 것이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재의결에 대해서까지 장관이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결정 기한과 효력 발생 시점은 다르다
이 주제에서 자주 혼동되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8월 5일까지 결정”과 “다음 해 1월 1일부터 효력”은 서로 다른 단계다.
- 결정 기한: 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하여야 한다(제8조제1항). 이를 위해 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고, 위원회가 의결한 안에 따라 결정한다.
- 고시 의무: 장관은 최저임금을 결정한 때에는 지체 없이 그 내용을 고시하여야 한다(제10조제1항). 다만 “지체 없이”는 고시 의무를 가리킬 뿐, 그 자체가 효력 발생을 뜻하지는 않는다.
- 효력 발생: 고시된 최저임금은 다음 연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제10조제2항 본문). 단, 장관은 사업의 종류별로 임금교섭시기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효력발생 시기를 따로 정할 수 있다(같은 항 단서, 재량 규정). 따라서 “모든 사업장에 1월 1일부터 일괄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결정일이나 고시일을 곧 효력발생일로 착각해서는 안 되고, 재심의 절차 역시 이 “8월 5일 결정” 틀 안에서 진행되는 절차라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기간 요건 정리
- 위원회는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안을 의결·제출하여야 한다(제8조제2항).
- 근로자·사용자 대표는 고시된 날부터 1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제9조제2항).
- 장관이 위원회 안을 그대로 결정하기 어렵다고 볼 때는 20일 이내에 이유를 밝혀 1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해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제8조제3항). 다만 이 20일을 언제부터 세는지는 조문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법률에 적혀 있지 않은 부분
다음 사항은 최저임금법 조문만으로는 알 수 없고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다.
- 위원회에 대한 심의 요청의 구체적 절차(제8조제1항)
- 최저임금안의 고시 방법(제9조제1항)
- 이의 제기의 절차, 그리고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사용자를 대표하는 자”의 범위(제9조제2항)
또한 이 쟁점에 관해 확인된 판례는 없으며, 이 글에서 특정 판례나 사건번호를 언급하지 않았다.
참고 조문
- 최저임금법 제8조(최저임금의 결정) 제1항~제5항
- 최저임금법 제9조(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 제기) 제1항~제4항
- 최저임금법 제10조(최저임금의 고시와 효력발생) 제1항~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