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반환 재판, 판결문에 이유를 안 써줄 수도 있나요
전세·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소송을 낸 임차인이라면, 판결문을 받아 보고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승소는 했는데 판결 이유가 거의 적혀 있지 않은 경우다. 이것이 잘못된 판결문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내는 보증금반환청구소송에는 「소액사건심판법」 중 일부 조문이 준용되는데, 그 조문 중 하나가 바로 ‘판결서에 이유를 적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보증금반환청구소송에는 왜 소액사건 절차가 끼어드나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3조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제기하는 보증금반환청구소송에 관하여는 「소액사건심판법」 제6조, 제7조, 제10조 및 제11조의2를 준용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이 조문은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소액사건으로 만들어 주는 조문이 아니다. 소가(소송물 가액)가 소액사건의 금액 기준을 넘는 큰 보증금 소송이라 해도, 이 네 조문— 제6조(소장의 송달), 제7조(기일의 지정 등), 제10조(증거조사에 관한 특칙), 제11조의2(판결에 관한 특례)—만큼은 그대로 준용된다는 뜻이다. 조문 어디에도 금액 요건은 나오지 않는다. “보증금반환소송이 소액사건으로 바뀐다”는 식의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
준용 범위도 한정적이다. 소액사건심판법에는 임의출석에 의한 소 제기(제5조), 일부청구의 제한(제5조의2), 이행권고결정에 따른 강제집행의 특례(제5조의8), 공휴일·야간의 개정(제7조의2), 소송대리에 관한 특칙(제8조), 조서의 기재 생략(제11조) 같은 조문도 있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3조가 가져오는 것은 딱 네 조문뿐이다. 그 외 조문은 보증금반환청구소송에 준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네 조문이 적용되는 범위도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제기하는 보증금반환청구소송”으로 한정된다.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내는 소송이나, 보증금 반환이 아닌 다른 종류의 청구에는 이 조문이 적용되지 않는다. 참고로 상가 임대차의 경우에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8조가 같은 네 조문(제6조·제7조·제10조·제11조의2)을 따로 준용하고 있다.
판결 이유를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조문의 정확한 내용
질문의 핵심인 ‘이유를 안 써줄 수도 있는가’에 답하는 조문은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판결에 관한 특례)다. 전문은 이렇다.
① 판결의 선고는 변론종결 후 즉시 할 수 있다. ② 판결을 선고할 때에는 주문(主文)을 읽어 주고 그 주문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 범위에서 그 이유의 요지를 구술로 설명하여야 한다. ③ 판결서에는 「민사소송법」 제208조에도 불구하고 이유를 적지 아니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청구를 특정함에 필요한 사항 및 주문의 정당함을 뒷받침하는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 요지를 판결서의 이유에 기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 판결이유에 의하여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가 달라지는 경우
- 청구의 일부를 기각하는 사건에서 계산의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는 경우
- 소송의 쟁점이 복잡하고 상대방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대한 다툼이 상당한 사건 등 당사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
이 조문을 세 가지 층위로 나눠 읽어야 정확하다.
첫째, 선고는 즉시 가능하지만 의무는 아니다. 제1항은 “변론종결 후 즉시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다. 즉시 선고가 당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둘째, 선고할 때 구술로는 이유의 요지를 설명해야 한다. 제2항은 의무 규정이다. 주문을 읽고, 그 주문이 왜 정당한지 이유의 요지를 말로 설명하도록 정해져 있다. 다만 이는 ‘말로 하는 설명’이고, 이것이 그대로 판결서에 문서로 남는다는 뜻은 아니다.
셋째, 판결서 자체에는 이유를 적지 않아도 된다. 제3항 본문이 핵심이다. 민사소송법 제208조는 통상의 판결서에 이유를 적도록 요구하는 규정인데,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3항은 이 요구에도 불구하고 판결서에 이유를 적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한다. 즉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이라도 이 조문이 준용되는 한, 판결문에 이유가 없는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
단서의 세 경우도 ‘기재 의무’가 아니라 ‘노력의무’다. 제3항 단서는 ① 판결 이유에 따라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가 달라지는 경우, ② 청구 일부를 기각하는 사건에서 계산 근거를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는 경우, ③ 쟁점이 복잡하고 공격방어방법에 대한 다툼이 상당해 당사자에게 설명이 필요한 경우를 들면서, 이런 경우에는 이유의 요지를 “기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그러나 이는 노력의무일 뿐,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의무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 따라서 이 세 경우에 해당하더라도 판결서에 이유가 충실히 담기지 않을 가능성 자체가 조문상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는다.
소장 송달, 기일 지정, 증거조사도 같은 틀에서 함께 움직인다
제11조의2 외에 준용되는 나머지 세 조문도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의 진행 방식에 영향을 준다.
소장의 송달(제6조). 소장 부본이나 제소조서 등본은 지체 없이 피고(임대인)에게 송달하여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피고에게 이행권고결정서의 등본이 송달된 경우에는 소장 부본이나 제소조서 등본이 송달된 것으로 본다. 앞의 “지체 없이 송달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고, 뒤의 “송달된 것으로 본다”는 단서에 따른 간주 규정이다. 두 부분의 성격이 다르므로 섞어서 이해하면 안 된다.
기일의 지정(제7조). 소가 제기되면 판사는 민사소송법 제256조부터 제258조까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바로 변론기일을 정할 수 있다(제1항, 재량). 다만 판사는 되도록 한 차례의 변론기일로 심리를 마치도록 하여야 한다(제2항, 의무). 여기서 ‘되도록’이라는 표현이 붙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한 번의 기일로 반드시 종결된다는 뜻이 아니라, 그렇게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규정이다. 아울러 판사는 이 목적을 위해 변론기일 전이라도 당사자에게 증거신청을 하게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제3항, 재량).
증거조사의 특칙(제10조). 판사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고(제1항 전단, 재량), 이 경우 그 결과에 관해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제1항 후단, 의무). 증인신문은 판사가 하며, 다만 당사자도 판사에게 알리고 증인신문을 할 수 있다(제2항). 판사는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증인이나 감정인에게 신문을 갈음해 서면을 제출하게 할 수 있다(제3항, 재량).
이처럼 네 조문은 전반적으로 ‘신속하고 간이한 처리’를 지향하면서도, 재량·의무·간주 규정을 섬세하게 나누어 두고 있다. “무조건 한 번에 끝난다”거나 “자동으로 소액사건이 된다”는 식의 단정은 조문의 실제 구조와 맞지 않는다.
조문의 연원과 시행 시점 정리
현재 시행 중인 주택임대차보호법(법률 제21065호, 2025. 10. 1. 타법개정, 시행 2026. 1. 2.)에서 제13조의 문언 자체는 이 개정으로 바뀐 것이 아니다. 제13조의 현재 문언은 그보다 앞선 법률 제8923호(공포 2008. 3. 21., 전문개정)가 만든 것이고, 제21065호 개정은 같은 법 제8조의2제4항제3호의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로 바꾸는 타법개정에 그친다. 제13조 자체는 손대지 않았다.
소액사건심판법 제6조·제7조·제10조·제11조의2의 문언은 모두 법률 제19281호(공포·시행 2023. 3. 28.)가 만들었다. 이 개정의 부칙은 시행일과 함께 적용례도 정하고 있는데, 특히 제11조의2제3항(판결서 이유 기재에 관한 노력의무 부분)은 이 법 시행 이후 소를 제기하는 경우부터 적용하도록 정해져 있다.
한편 소액사건심판법은 법률 제21458호(공포 2026. 3. 17.)로 한 차례 더 개정되었으나, 이 개정의 시행일은 2028년 3월 1일로 정해져 있어 2026년 10월 현재는 아직 시행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이 개정에서도 제6조·제7조·제10조·제11조의2의 문언 자체는 달라지지 않으므로, 현재 적용되는 조문 내용은 위에서 설명한 법률 제19281호의 문언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쪽도 비슷한 구조다. 제18조가 같은 네 조문을 준용하는데, 이 문언은 법률 제9361호(공포 2009. 1. 30.)가 만든 것이고, 현재 시행본의 공포번호인 법률 제21083호(시행 2026. 5. 12.)는 관리비 내역의 제공에 관한 제19조의2를 고치고 그 적용례를 정한 개정으로, 제18조 자체는 바꾸지 않았다.
정리하며
보증금반환청구소송에서 판결문에 이유가 간략하거나 적혀 있지 않은 경우, 이는 절차상 하자가 아니라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3조가 준용하는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3항에 근거를 둔 결과일 수 있다. 다만 이 조문이 단서에서 정한 세 가지 경우—기판력의 객관적 범위가 달라지는 경우, 청구 일부 기각 사건에서 계산 근거 제시가 필요한 경우, 쟁점이 복잡해 당사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유의 요지를 기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다. 다만 이는 기재를 의무화한 것이 아니라 노력의무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 판결서에 이유가 얼마나 상세히 담기는지는 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주제와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구체적 판례는 이 글의 근거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으며, 소액사건에 해당하는 금액 기준 역시 위 조문들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 이 글의 범위 밖이다.
참고 법령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3조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8조
- 소액사건심판법 제6조, 제7조, 제10조, 제11조의2
- 민사소송법 제208조(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제3항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