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기준서 '(공탁 포함)' 삭제…공탁만으로 감경 판단하지 않는다
피해자 의견·공탁금 회수 가능성 등을 함께 살펴야…자금세탁범죄 기준 신설, 증권·금융범죄 상단도 조정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 중인 양형기준에서 피해 회복 관련 양형인자 명칭의 ‘(공탁 포함)’ 문구가 삭제됐다. 공탁 사실 자체만으로 감경 요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 해당하는지를 개별적으로 살피도록 기준 문언을 정비한 것이다.
이번 수정 전 양형인자에는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 ‘상당한 피해 회복(공탁 포함)‘이라는 표현이 쓰였다. 수정 뒤에는 각각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 ‘상당한 피해 회복’으로 바뀌었다.
문구 삭제를 두고 공탁이 양형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새 자금세탁범죄 양형기준은 공탁이 실질적 피해 회복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의 의견, 피고인이 공탁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와 회수할 의사가 있는지, 피해 법익의 성질과 피해 규모·정도 등을 신중하게 조사·판단하도록 했다.
기준은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 합의에 준할 정도로 피해를 회복했거나 그 정도의 회복이 확실시되는 경우를 실질적 피해 회복으로 본다. 재산상 피해만 발생한 경우에는 손해액의 약 3분의 2 이상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따라서 공탁은 피해 회복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공탁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감경 인자가 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피해 회복의 정도와 피해자 측 의견, 공탁금의 실제 귀속 가능성 등을 사건별로 함께 봐야 한다는 취지다.
양형기준을 정하는 기구는 2026년 3월 30일 이 같은 기준을 의결했고, 자금세탁범죄 양형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범죄수익 등 수수와 은닉·가장, 불법수익 등 수수와 은닉·가장, 미신고 지급·수령, 무등록 외국환업무, 재산국외도피 등을 유형별로 나눠 권고형량 범위를 제시했다.
재산국외도피의 경우 50억 원 이상 유형은 감경 5년~8년, 기본 6년~10년, 가중 9년~13년으로 정했다. 이는 법률이 정한 법정형이 아니라 양형기준상 권고형량의 범위다.
증권·금융범죄 기준도 함께 수정됐다.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의 공정성 침해 범죄 가운데 이득액 또는 회피 손실액이 300억 원 이상인 제5유형은 기본영역 상단이 11년에서 12년으로, 가중영역 상단이 15년에서 19년으로 높아졌다.
이 역시 가중영역의 권고형량 상단을 조정한 내용이다. 법정형과 양형기준의 권고형량은 구별해야 하며, 특정 사건에 바로 대입해 선고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
양형기준의 적용 시점과 법정형의 적용 시점도 같은 층위가 아니다.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고 정한다. 반면 공식 양형기준 페이지에는 이번 기준의 의결·수정일과 2026년 7월 1일 시행일이 표시돼 있다.
일부 보도는 7월 1일 이후 공소가 제기되거나 기소된 사건부터 새 기준이 적용된다고 전했다. 다만 공식 기준 페이지에 명시된 내용은 의결·수정일과 시행일이므로, 개별 사건의 적용 여부는 법정형의 행위 시 법률과 양형기준의 시행 시점을 구별해 살필 필요가 있다.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않는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7은 법관이 형의 종류와 형량을 정할 때 양형기준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할 때에는 판결서에 그 이유를 적도록 하고 있다.
이번 문구 정비는 공탁을 일률적으로 배제한 조치라기보다, 피해 회복의 실질을 판단하도록 기준을 분명히 한 데 의미가 있다. 새 기준은 2026년 7월 1일부터 시행 중이다.
참고 법령
- 법원조직법 제81조의7
- 형법 제1조 제1항
양형기준
개정 전 인자 명칭은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 '상당한 피해 회복(공탁 포함)'이었으나, 2026. 3. 30. 의결·2026. 7. 1. 시행 기준에서 '(공탁 포함)'이 삭제되어 각각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 '상당한 피해 회복'이 됐다. 개정 후 '실질적 피해 회복'의 정의는 "공탁의 경우에는 공탁에 대한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의 의견, 피고인이 법령상 공탁금을 회수하는 것이 가능하거나 회수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 피해 법익의 성질 및 피해의 규모와 정도 등을 신중하게 조사, 판단한 결과 실질적 피해 회복에 해당하는 경우만을 의미한다"고 적는다. 공탁이 감경 사유에서 배제된 것이 아니라 개별 판단 대상이 된 것이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제1유형(범죄수익 등 수수)은 감경 ~6월, 기본 4월~1년, 가중 8월~2년. 제2유형(범죄수익 등 은닉·가장)은 감경 ~8월, 기본 6월~1년6월, 가중 10월~3년. 마약거래방지법위반 제2유형(불법수익 등 은닉·가장)은 감경 ~1년, 기본 8월~2년, 가중 1년6월~4년. 특정경제범죄법위반(재산국외도피) 제3유형(50억 원 이상)은 감경 5년~8년, 기본 6년~10년, 가중 9년~13년. 증권·금융범죄의 자본시장 공정성 침해 범죄 제5유형(300억 원 이상)은 기본이 7년~11년에서 7년~12년으로, 가중이 9년~15년에서 9년~19년으로 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