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일 뿐’이라는 말만으로 갈리지 않는다: 순수한 의견·숨은 사실 주장·인신공격의 세 층
온라인 글이나 대화에서 “그냥 내 의견이다”라고 덧붙이면 명예훼손 문제와 멀어지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표현의 이름표보다 중요한 것은 그 표현이 전체 맥락에서 무엇을 전달하는지다. 2026년 2월 12일 선고된 2022다284711, 284728 판결은 이 지점을 세 층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먼저 구별해야 할 점이 있다. 이 판결은 손해배상에 관한 민사 사건이다. 반면 형법 제307조는 형사 조문이다. 따라서 민사 판결의 결론을 형사 책임의 결론처럼 옮겨서는 안 된다. 다만 표현이 사실의 적시인지 의견의 진술인지 살피는 판단 축을 이해하는 데에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첫째, 순수한 의견 표명
판결은 순수한 의견 표명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어떤 사안이나 행위에 대해 좋다, 부적절하다, 설득력이 약하다고 평가하는 말은 통상 평가·논평의 영역에 놓일 수 있다. 이때 핵심은 그 말이 검증 가능한 구체적 사실을 전달하는지, 아니면 드러난 자료를 전제로 한 가치판단인지다.
그렇다고 ‘의견’이라는 단어를 붙였다는 사정만으로 순수한 의견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장 하나만 떼어 보기보다 글의 제목, 앞뒤 문맥, 사용한 표현, 독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의미를 함께 살펴야 한다.
둘째, 의견처럼 보이지만 숨은 기초사실을 말하는 표현
이 층이 “의견입니다”라는 문구만으로 답이 끝나지 않는 이유다. 해당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의견이나 논평을 표명하는 형식의 표현행위도 그 전체적 취지에 비추어 의견의 근거가 되는 숨겨진 기초 사실에 대한 주장이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고 그 사실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겉모양은 감상이나 추측, 평가일 수 있다. 그러나 독자가 그 표현을 읽으며 ‘이 평가 뒤에는 이런 구체적 일이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받아들이게 된다면, 표현 안에 드러나지 않은 사실 주장이 포함되었는지가 문제 된다. 즉, 사실과 의견은 문장 끝의 “라고 생각한다”만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기준은 사실 적시와 의견 표현은 어떻게 구별하나요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하게 한다. 표현의 형식뿐 아니라 전체 취지, 문맥, 표현의 내용, 그리고 의견을 떠받치는 기초사실의 존재와 전달 방식을 함께 본다는 것이다. 이 글은 특정 게시물이나 발언을 이 기준으로 판정하는 내용은 아니다.
셋째, 모욕적·경멸적 인신공격
판결은 표현의 형식과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는 경우, 명예훼손과는 별개의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사실을 적시했는지 여부만이 모든 표현 문제를 가르는 유일한 질문은 아니다. 순수한 의견 표명으로 평가되기 어려운 모욕적·경멸적 인신공격은 명예훼손과 별도로 다뤄질 수 있다는 점도 세 층 구조에 포함된다.
이 세 층은 서로 섞어 쓰면 안 된다.
- 순수한 의견 표명: 명예훼손 성립과는 거리가 있다.
- 의견 형식이지만 숨은 기초사실 주장이 묵시적으로 포함된 표현: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 모욕적·경멸적 인신공격: 명예훼손과 별개의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
형법 제307조: 사실 적시와 허위사실 적시의 법정형은 다르다
형법 제307조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를 나누어 정한다. 조문은 다음과 같다.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②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두 항의 차이는 단순한 표현상의 차이가 아니다. 제1항은 사실 적시에 관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정한다. 제2항은 허위의 사실 적시에 관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정하며, 자격정지는 제2항에만 있다. 현행 형법의 시행일은 2026년 3월 12일이지만, 제307조 자체의 최종 개정일은 1995년 12월 29일이다.
여기서도 형사 조문과 위 민사 판결을 하나의 결론으로 합치면 안 된다. 형법 제307조는 형사 처벌 조항이고, 2022다284711, 284728은 민사 손해배상 사건이다. 공통으로 참고할 수 있는 지점은 ‘사실의 적시’와 ‘의견의 진술’을 형식적 표현만으로 기계적으로 나누지 않는다는 판단 축까지다.
자주 묻는 질문
의견이라고 하면 명예훼손이 아닌가요
그렇지 않다. 순수한 의견 표명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결의 출발점이다. 다만 의견이나 논평 형식이라도, 전체적 취지에서 의견의 근거가 되는 숨겨진 기초사실의 주장이 묵시적으로 포함되고 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사실 적시와 의견 표현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한 단어가 아니라 전체 맥락을 본다. 표현의 형식과 내용, 전체적 취지, 의견의 근거가 되는 기초사실이 전달되는 방식 등을 함께 살핀다. 검증 가능한 사실을 전하는지, 공개된 사실에 대한 평가에 그치는지의 구별이 중요하다.
추측성 글도 명예훼손이 되나요
‘추측’ 또는 ‘개인적 의견’이라는 표지 자체로 판단이 끝나지는 않는다. 표현 전체가 독자에게 숨겨진 기초사실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전달하는지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 반대로 순수한 의견 표명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구별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읽을 때 남겨둘 기준
표현 문제를 이해할 때는 “의견인가, 사실인가”라는 한 줄 질문에서 멈추지 않는 편이 정확하다. 순수한 의견인지, 의견처럼 보이지만 숨은 기초사실을 주장하는지, 또는 모욕적·경멸적 인신공격인지의 세 층을 나누어 살피는 것이 출발점이다. 그리고 형사 조문과 민사 판결은 각자의 범위에서 읽어야 한다.
2022다284711과 284728처럼 사건번호가 두 개인 것은 두 사건이 병합되었기 때문이다.
참고 법령
-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참고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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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고 2022다284711, 28472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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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판례
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2다284711, 284728 판결의 판시사항 [1]은 의견이나 논평을 표명하는 형식의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경우, 순수한 의견 표명만으로 명예훼손이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는 경우 명예훼손과는 별개의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어떠한 표현이 사실의 적시인지 의견의 진술인지 판단하는 기준, 출판물을 통해 적시된 사실의 허위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을 다룬다. 핵심 법리는 의견이나 논평을 표명하는 형식의 표현행위도 그 전체적 취지에 비추어 의견의 근거가 되는 숨겨진 기초 사실에 대한 주장이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고 그 사실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명은 손해배상(기)로 민사 사건이며, 사건번호가 둘인 것은 병합 사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