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안 차로 변경, 앞지르기와 같은 것으로 알고 계셨나요
결론부터: 두 조문은 다른 이야기다
터널 안에서는 “앞지르기”가 금지된다. 이것은 도로교통법 제22조제3항제2호에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 규정을 “터널 안에서는 차로 변경도 안 된다”로 잘못 이해한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앞지르기 금지와 진로 변경 금지는 요건이 다른 별개의 조문이다. 도로교통법은 제14조제5항에서 진로 변경 금지를, 제22조제3항에서 앞지르기 금지 장소를 각각 규정하는데, 두 조문이 겨냥하는 요건 자체가 다르다. 아래에서 조문을 하나씩 짚어본다.
앞지르기 금지 장소: 제22조제3항
도로교통법 제22조제3항은 다음 장소에서 다른 차를 앞지르지 못하도록 정한다.
- 교차로
- 터널 안
- 다리 위
- 도로의 구부러진 곳, 비탈길의 고갯마루 부근 또는 가파른 비탈길의 내리막 등 시ㆍ도경찰청장이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곳으로서 안전표지로 지정한 곳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제1호부터 제3호까지(교차로, 터널 안, 다리 위)는 법 문언에 바로 적힌 장소이므로 별도의 안전표지 지정 없이도 그 자체로 앞지르기 금지 장소다. 반면 제4호(구부러진 곳·고갯마루 부근·가파른 비탈길 내리막 등)는 시ㆍ도경찰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안전표지로 지정한 곳”이어야만 금지 장소가 된다. 이 두 부류는 성격이 다르므로 섞어서 이해하면 안 된다.
그리고 제22조제3항이 금지하는 행위는 문언 그대로 “다른 차를 앞지르지 못한다”이다. 조문 어디에도 차로 변경 자체를 금지한다는 문구는 없다. 앞지르기는 통상 다른 차의 옆을 지나 그 앞으로 나가는 일련의 운전 행위를 가리키지만, 이 조문 자체에는 앞지르기나 진로 변경의 정의 규정(괄호 정의)이 없다. 따라서 “터널 안 차로 변경 = 앞지르기”라고 단정할 근거는 조문 안에 없다.
진로 변경 금지: 제14조제5항
차로 변경, 즉 진로 변경을 직접 다루는 조문은 따로 있다. 도로교통법 제14조제5항이다.
차마의 운전자는 안전표지가 설치되어 특별히 진로 변경이 금지된 곳에서는 차마의 진로를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도로의 파손이나 도로공사 등으로 인하여 장애물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조문이 정한 진로 변경 금지의 요건은 딱 하나, “안전표지가 설치되어 특별히 진로 변경이 금지된 곳”이다. 즉 진로 변경 금지를 나타내는 안전표지가 설치되어 있어야 이 조항의 금지가 발동한다. 터널이라는 장소 자체가 이 조항이 정한 금지 요건은 아니다.
다시 말해 제14조제5항과 제22조제3항은 서로 다른 요건을 가진 별개의 조문이다. 제22조제3항은 “터널 안”이라는 장소 자체를 앞지르기 금지 장소로 정하고 있지만, 제14조제5항은 장소가 아니라 “안전표지 설치 여부”를 진로 변경 금지의 요건으로 삼는다. 터널 안이라는 사실만으로 제14조제5항의 금지가 자동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터널 안 차로 변경은 합법”도 아니다
여기서 반대 방향의 오해도 경계해야 한다. “터널 안에는 진로 변경 금지 규정이 없으니 마음대로 차로를 바꿔도 된다”는 결론도 맞지 않는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터널 안에 실제로 안전표지가 설치되어 진로 변경이 금지되어 있다면 제14조제5항이 그대로 적용된다. 터널이라는 장소 자체가 금지 요건이 아닐 뿐, 그 안에 안전표지가 없다는 보장은 없다.
둘째, 장소와 무관하게 적용되는 별도의 안전 규정이 있다. 도로교통법 제19조제3항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모든 차의 운전자는 차의 진로를 변경하려는 경우에 그 변경하려는 방향으로 오고 있는 다른 차의 정상적인 통행에 장애를 줄 우려가 있을 때에는 진로를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조항은 터널 안이든 밖이든, 안전표지가 있든 없든 관계없이 적용되는 일반 규정이다. 변경하려는 방향에서 오는 다른 차의 정상적인 통행에 장애를 줄 우려가 있다면 그 자체로 진로 변경이 금지된다. 터널 안은 시야가 제한되고 차로 폭이 좁게 느껴질 수 있는 구간이므로, 이 조항이 정한 “장애를 줄 우려”가 인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구도다.
- 터널 안에서 앞지르기를 하면 → 제22조제3항제2호 위반
- 터널 안에 안전표지로 진로 변경이 금지되어 있는데 진로를 바꾸면 → 제14조제5항 위반
- 안전표지가 없어도, 다른 차의 정상적인 통행에 장애를 줄 우려가 있는 진로 변경을 하면 → 제19조제3항 위반
세 조문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는 실제 상황(안전표지 유무, 다른 차와의 관계)에 따라 갈리는 문제이지, “터널 안이니까 무조건” 또는 “터널 안이니까 항상 괜찮다”는 식으로 한 문장으로 단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법정형·범칙금은 이 글의 범위 밖
제14조·제19조·제22조를 위반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법정형이나 범칙금, 벌점이 부과되는지는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 범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참고로 2025년 12월 30일 공포된 법률 제21246호(시행 2026-07-01)가 함께 개정한 조문은 제2조, 제45조, 제116조, 벌칙 조항인 제152조이며, 여기서 다룬 제14조·제19조·제22조는 이 개정의 대상이 아니었다. 세 조문의 현재 문언을 만든 개정은 각각 제14조·제22조가 법률 제17689호(공포 2020년 12월 22일), 제19조가 법률 제17371호(공포 2020년 6월 9일)로, 지금 시행 중인 법률의 공포번호(제21246호)와는 다르다.
또한 2026년 6월 2일 공포된 법률 제21728호(2026년 12월 3일과 2027년 6월 3일에 나누어 시행)가 제14조·제19조·제22조를 개정하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 법 시행 전후로 세 조문의 문언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 주제와 관련한 판례는 확인된 바 없으며, 실제 사건에서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참고 법령
- 도로교통법 제14조(차로의 설치 등) 제5항
- 도로교통법 제19조(안전거리 확보 등) 제3항
- 도로교통법 제22조(앞지르기 금지의 시기 및 장소) 제3항, 제1호~제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