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현장, 경찰이 경고만 하고 가도 되나요?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의 '제지' 요건
결론부터: 경고와 제지는 다른 조치다
경찰이 싸움이 벌어진 현장에서 당사자들을 향해 “그만하라”는 경고만 하고 물리적으로 뜯어말리지 않은 채 돌아갔다면, 이것이 곧바로 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는 경고와 제지를 한 문장 안에서 서로 다른 요건에 걸어 두고 있고, 둘 다 경찰관의 재량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6조 원문이 말하는 것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범죄의 예방과 제지)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目前)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
이 한 문장은 두 단계로 나뉜다.
- 경고: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 예방 목적으로 관계인에게 하는 조치다.
- 제지: 그 행위로 인해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에만 붙는 조치다.
즉 경고는 범죄행위가 임박했다는 인정만으로 할 수 있지만, 제지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우려가 있고 그것이 긴급한 상황일 때에만 할 수 있다는 구조다. 그리고 문장 전체의 어미는 “제지할 수 있다”로, 이는 의무가 아니라 재량 규정이다.
싸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상황을 보고 경고만으로 대응했다면, 이는 법이 정한 두 단계 중 첫 단계(경고)를 택한 것이고, 두 번째 단계(제지)로 나아갈지는 그 상황이 ‘긴급한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경찰관의 판단과 재량에 달려 있다. 조문 어디에도 “싸움이면 무조건 제지해야 한다”거나 “즉시 물리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문구는 없다.
함께 볼 조문: 제5조(위험 발생의 방지 등)
싸움처럼 사람이 몰리고 위험이 있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제5조(위험 발생의 방지 등) 제1항도 참고할 만하다. 이 조항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여러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 경찰관이 취할 수 있는 조치 네 가지를 호별로 나열한다.
- 그 장소에 모인 사람, 사물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는 것
- 긴급한 경우에는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필요한 한도에서 이동을 제한하거나 대피시키는 것
- 위험한 상황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그 장소에서 퇴거시키거나 그 장소에의 접근을 금지시키는 것
- 그 장소에 있는 사람, 사물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하게 하거나 직접 그 조치를 하는 것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네 개 호 가운데 ‘긴급한 경우’라는 요건이 문언에 명시된 것은 제2호(이동 제한·대피)뿐이라는 것이다. 제1호(경고), 제3호(퇴거·접근금지), 제4호(그 밖의 필요한 조치)에는 그런 문구가 붙어 있지 않다. 제5조제1항 전체의 주체는 ‘경찰관’이고 어미는 재량(“할 수 있다”)이다.
한편 제5조제2항은 대간첩 작전이나 소요 사태 진압을 위한 접근·통행 제한을 다루며 주체가 ‘경찰관서의 장’으로 다르고, 역시 재량 조항이다. 반면 제3항(경찰관이 제1항 조치를 했을 때 지체 없이 소속 경찰관서장에게 보고할 의무)과 제4항(그 보고를 받은 경찰관서의 장이 관계 기관 협조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의무)은 “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다. 즉 제5조는 항에 따라 주체도, 재량인지 의무인지도 다르게 규정되어 있으므로 섞어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정리
- 싸움 현장에서 경고만 하고 물리적으로 말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자체가 법 위반이라고 단정할 근거가 조문상 없다.
- 제6조는 경고와 제지를 요건이 다른 별개의 조치로 규정하며, 제지는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에만, 그것도 “할 수 있다”는 재량으로 붙는다.
- 제5조제1항 역시 ‘긴급한 경우’라는 요건이 명시된 것은 이동 제한·대피(제2호)뿐이고, 경고(제1호)나 퇴거·접근금지(제3호), 그 밖의 조치(제4호)에는 그 문구가 없다.
- ‘긴급한 경우’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뜻하는지에 대한 수치나 기준을 정한 하위 규정, 그리고 제5조·제6조와 관련된 판례는 이 글이 참고한 자료 범위 안에 없다.
- 제5조와 제6조는 2026년 9월 23일 기준으로 시행 중인 조문(시행 2026. 7. 7.)이며, 별도의 ‘미시행’ 표시는 붙어 있지 않다. 다만 제5조의 현재 문언을 만든 개정은 법률 제21014호(2025. 8. 14. 공포)이고, 제6조의 현재 문언을 만든 개정은 법률 제12600호(2014. 5. 20. 공포)로, 두 조문 모두 최근 공포된 법률 제21304호(2026. 1. 6. 일부개정, 부칙에 따라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와는 개정 이력이 다르다. 참고로 법률 제21304호가 함께 고친 조문으로 확인되는 것은 제8조의4(개인정보의 국외 이전)이며, 이 개정이 제5조·제6조의 벌칙이나 과태료를 바꾼 내용은 이 자료에 나타나 있지 않다.
참고 법령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위험 발생의 방지 등) 제1항~제4항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범죄의 예방과 제지)
- 경찰관 직무집행법 부칙 <법률 제21304호, 2026.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