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폭행 치료비, "서로 때렸으니 퉁치자"로 끝낼 수 있을까

입력 2026.10.20. 오전 10:08

서로 주먹질을 주고받은 뒤 양쪽 다 치료비가 나왔다면, “어차피 서로 때렸으니 치료비도 서로 안 주고 안 받는 걸로 하자”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법적으로는 이것을 ‘상계(相計)‘라고 부른다. 그런데 민법은 이 상계를 폭행처럼 고의로 저지른 불법행위에서 생긴 채무에는 쓸 수 없도록 막아 두고 있다.

결론부터: 상계로 “대항”하지 못한다

민법 제496조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496조(불법행위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의 금지)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인 때에는 그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쌍방이 서로 주먹을 휘둘러 서로 상해를 입혔다면, A는 B에 대한 치료비 채무(불법행위로 생긴 손해배상채무)를 지고, B도 A에 대한 치료비 채무를 진다. 이 조문을 그대로 적용하면, 각자가 상대방에 대해 “내 치료비 채무와 네 치료비 채무를 상계해서 서로 퉁치자”라고 주장해도, 그 채무자는 상계로 상대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막는 대상은 고의 불법행위 채무를 진 쪽이 상계를 ‘주장’하는 것이고, 조문 문언은 이 사안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일 뿐, 이에 대해 법원이 별도로 판단을 내렸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제496조가 막는 것은 **“고의”**의 불법행위로 생긴 채무뿐이다. 과실이나 중과실로 생긴 불법행위 채무까지 이 조문이 상계를 막는다고 볼 근거는 없다. 쌍방폭행처럼 서로 때리기로 하고 때린 경우라면 고의성이 분명하지만, 사안에 따라 고의·과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별개의 문제다.

상계 자체는 원래 할 수 있는 것 — 다만 이 경우는 예외

상계가 원래 어떤 요건으로 가능한지부터 보면 제496조가 왜 예외인지 이해하기 쉽다. 민법 제492조 제1항은 이렇게 정한다.

제492조(상계의 요건) ①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그 쌍방의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는 각 채무자는 대등액에 관하여 상계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이 상계를 허용하지 아니할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즉 서로 같은 종류의 채무(치료비처럼 돈으로 갚는 채무)를 지고 이행기가 됐으면, 원칙적으로는 각 채무자가 대등액만큼 “상계할 수 있다”는 재량이 주어진다. 채무가 저절로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상계라는 의사표시를 해야 그 효과가 생기는 구조다. 제492조 제2항은 당사자가 다른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제1항이 적용되지 않되, 그 의사표시로 선의의 제3자에게는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문제는 단서다. “채무의 성질이 상계를 허용하지 아니할 때”는 상계할 수 없는데, 고의 불법행위로 생긴 채무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제496조가 별도 조문을 두고 있다. 그래서 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의 채무(치료비)를 지고 이행기가 왔다고 해도, 그 채무가 고의 폭행에서 나온 것이라면 제496조가 우선 적용되어 각자가 상계로 대항할 수 없게 된다.

과실상계와 혼동하지 말 것

여기서 자주 헷갈리는 개념이 ‘과실상계’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제492조·제496조가 말하는 ‘상계’와는 전혀 다른 제도다. 민법 제396조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396조(과실상계)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

그리고 제763조는 이렇게 준용 관계를 정한다.

제763조(준용규정) 제393조, 제394조, 제396조, 제399조의 규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준용한다.

즉 제396조의 과실상계는 원래 채무불이행 사안을 위한 조문이지만, 제763조를 통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도 준용된다. 과실상계는 채권자(피해자) 쪽에 과실이 있을 때 법원이 손해배상의 책임과 금액을 정하면서 그 과실을 “참작하여야” 하는 제도다. 쌍방폭행에서 각자 상대의 상해에 자신이 얼마나 책임이 있는지를 따질 때는 이 과실상계가 작동할 여지가 있는 영역이고, 치료비 채무 자체를 상계로 소멸시키는 문제(제496조)와는 완전히 다른 층위라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제496조는 과실 참작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퉁치자”는 합의는 별개 문제

제496조가 막는 것은 어느 한쪽이 법적으로 상계를 주장하는 것이다. 양쪽이 모두 동의해서 “서로 치료비를 청구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조문은 아니다. 다만 그런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네 치료비 채권과 내 치료비 채권을 상계 처리하겠다”고 주장해 자신의 지급 책임을 면하려 한다면, 상대방(채권자)은 제496조를 들어 그 상계 주장이 자신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다툴 수 있다는 의미다.

요약

  • 쌍방이 서로 폭행해 각자 치료비(손해배상채무)를 지게 된 경우, 그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라면 각 채무자는 상계로 상대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496조).
  • 상계는 원래 같은 종류의 채무를 서로 지고 이행기가 됐을 때 “할 수 있는” 권리이지만(제492조 제1항), 채무의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 경우(고의 불법행위 채무)에는 예외적으로 막힌다.
  • 손해배상의 책임과 금액을 정할 때 피해자 측 과실을 참작하는 과실상계(제396조, 제763조)는 상계(제492조, 제496조)와는 별개의 제도다.
  •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치료비를 서로 청구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는 상계가 아니라 별도의 합의로 봐야 한다.

참고 법령

  • 민법 제492조(상계의 요건)
  • 민법 제496조(불법행위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의 금지)
  • 민법 제396조(과실상계)
  • 민법 제763조(준용규정)

관련 법령: 민법 제492조 · 민법 제496조 · 민법 제763조 · 민법 제39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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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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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법률브리프 에디터가 작성 및 검수하였으며, 일부는 AI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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