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고소인, 보복 우려 없어도 이름을 서류에서 뺄 수 있나
성범죄를 신고하거나 고소한 사람이 수사기관에서 조서를 쓸 때 “이름·주소를 꼭 적어야 하나요, 보복당할 걱정이 없어도 빼달라고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은 실무에서 자주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부는 맞고 일부는 다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23조는 보복 우려 요건을 전부 없앤 것이 아니라, 준용되는 조문 중 일부에서만 그 요건을 빼놓았다.
원래 규정: 보복 우려가 있어야 이름을 뺀다
인적 사항 기재 생략의 기본 틀은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이하 특정범죄신고자보호법) 제7조에 있다. 이 조문은 성범죄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범죄신고자 보호 규정이다.
제7조제1항은 이렇게 정한다.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범죄신고등과 관련하여 조서나 그 밖의 서류(이하 “조서등”이라 한다)를 작성할 때 범죄신고자등이나 그 친족등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취지를 조서등에 기재하고 범죄신고자등의 성명ㆍ연령ㆍ주소ㆍ직업 등 신원을 알 수 있는 사항(이하 “인적 사항”이라 한다)은 기재하지 아니한다.
즉 이 조문만 놓고 보면, 인적 사항을 조서에 적지 않으려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여기서 ‘인적 사항’은 성명·연령·주소·직업 네 가지로 한정되는 말이 아니라 “등 신원을 알 수 있는 사항”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성폭력처벌법 제23조가 바꾸는 부분 — 전부가 아니라 일부
성폭력처벌법 제23조는 성범죄 피해자·신고인을 증인으로 신문하거나 조사하는 상황에 특정범죄신고자보호법의 보호조치를 끌어다 쓰면서, 보복 우려 요건의 적용 범위를 좁혔다.
법원 또는 수사기관이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성폭력범죄를 신고(고소ㆍ고발을 포함한다)한 사람을 증인으로 신문하거나 조사하는 경우에는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5조 및 제7조부터 제13조까지의 규정을 준용한다. 이 경우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9조와 제13조를 제외하고는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음을 요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세 가지를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첫째, 적용 상황이 제한돼 있다. 제23조는 “증인으로 신문하거나 조사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그리고 준용하는 조문은 특정범죄신고자보호법 제5조, 제7조부터 제13조까지다. 같은 법 제6조는 이 준용 범위에 들어가 있지 않다.
둘째, 신고인의 ‘신고’에는 고소·고발이 포함된다. 그래서 질문처럼 “고소인”도 이 조문의 적용 대상에 들어간다.
셋째, 그리고 핵심은 — 보복 우려 요건이 빠지는 것은 “제9조와 제13조를 제외하고는”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제7조(인적 사항의 기재 생략)를 포함한 나머지 준용 조문에서는 보복 우려를 증명할 필요가 없어지지만, 제9조와 제13조에서는 여전히 보복 우려가 요구된다. “성범죄 피해자·고소인은 보복 우려와 무관하게 모든 보호조치를 받는다”고 단정하면 틀린다.
정리하면, 이름·주소를 조서에 적지 않는 조치(제7조)에 한해서는 성범죄 피해자·신고인(고소인 포함)에게는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따로 증명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제23조 후단이 만든 효과이며, 제7조 자체의 문언이 바뀐 것은 아니다. 제7조 원문은 그대로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고 쓰여 있고, 성범죄 사건에서 이 요건이 요구되지 않는 이유는 제23조가 따로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름을 빼는 절차는 어떻게 되나
제7조의 나머지 항들을 보면, 인적 사항 기재 생략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절차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 신청과 응답은 성격이 다르다. 제6항에 따르면 범죄신고자등이나 그 법정대리인은 기재 생략 조치를 신청할 수 있다(재량). 이에 대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조치를 하여야 한다(의무). 즉 신청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조치를 해야 하지만,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예외가 인정될 수 있는 구조다.
- 사법경찰관이 인적 사항을 기재하지 않으면 즉시 검사에게 보고해야 한다(제2항). 이 ‘즉시’라는 표현은 보고 의무에 붙은 것이고, 기재 생략 조치 자체가 즉시 이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 조서에 적지 않은 인적 사항은 신원관리카드에 등재되며(제3항), 이 카드는 검사가 관리한다(제7항). 작성·관리에 필요한 세부 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돼 있다.
- 성명을 적지 않을 때는 서명을 가명으로, 간인·날인을 무인으로 한다(제4항). 가명 서명도 본명 서명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 진술서 등을 작성할 때도 인적 사항을 뺄 수 있지만, 이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제5항). 신고인·고소인이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승인이 전제된 재량이다.
인적 사항이 공개되는 것 자체를 막는 별도 규정
제7조가 조서 작성 단계의 기재 생략을 다룬다면, 제8조는 그렇게 보호되고 있는 사람의 인적 사항이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금지하는 조문이다.
이 법에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이 법에 따라 보호되고 있는 범죄신고자등이라는 정황을 알면서 그 인적 사항 또는 범죄신고자등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금지는 “이 법에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적용되는 예외가 있는 규정이며, 대상 행위도 “보호되고 있는 범죄신고자등이라는 정황을 알면서” 알려주거나 공개·보도하는 경우로 한정된다. 다만 가해자 측이 수사·재판 기록에서 실제로 무엇을 열람하거나 볼 수 있는지는 제7조·제8조·제23조 문언에 직접 규정돼 있지 않으므로,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는다.
요약
- 질문의 답은 “그렇다, 다만 보복 우려 요건이 전부 없어진 건 아니다”이다.
- 성폭력처벌법 제23조는 법원·수사기관이 성범죄 피해자·신고인(고소·고발 포함)을 증인으로 신문·조사할 때 특정범죄신고자보호법 제5조, 제7조~제13조를 준용하면서, 제9조와 제13조를 제외한 나머지 조문에서는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음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정했다.
- 그중 이름·주소 등을 조서에 적지 않는 조치(제7조)는 이 예외의 적용을 받으므로, 성범죄 피해자·고소인은 보복 우려를 따로 증명하지 않고도 인적 사항 기재 생략을 신청할 수 있는 구조다.
- 다만 이는 신청이 있으면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수사기관이 조치해야 하는 구조이고, 진술서 등에서 인적 사항을 빼는 것은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 자동으로 또는 무조건 비공개가 되는 제도는 아니다.
- 인적 사항 공개 금지(제8조)는 별도의 조문으로, 보호되고 있는 신고자라는 정황을 알면서 알려주거나 공개·보도하는 행위를 예외 없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 금지한다.
참고 법령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 부칙(법률 제21997호) 제1조·제2조
-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5조, 제7조, 제8조, 제9조, 제13조, 부칙(법률 제21857호) 제1조·제15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