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고소인의 이름, 보복 우려 없어도 서류에서 빼줄까
핵심 답변
네, 빼줄 수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23조가 2026년 10월 2일 개정되면서, 성범죄를 신고한 사람의 신원 보호 조건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가해자로부터 보복당할 우려가 없더라도, 법원이나 수사기관의 조사에서 고소인의 이름을 조서(조사 기록)에서 빼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이 변화가 모든 서류와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조건에서 가능한지, 무엇이 바뀌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 개정으로 보복 우려 요건이 일부 사라졌다
이전 규칙 vs 현재 규칙
성범죄 피해자나 신고인의 신원 보호는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이하 보호법)에서 비롯됐습니다. 이 법 제7조는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피해자나 신고인의 성명, 나이, 주소, 직업 등을 기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경우, 보호법을 적용할 때 이 보복 우려 조건을 요구했던 것이죠. 가해자가 보복할 가능성이 실제로 있어야만 신원을 숨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정 성폭력처벌법 제23조는 다릅니다:
법원 또는 수사기관이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성폭력범죄를 신고한 사람을 증인으로 신문하거나 조사하는 경우에는 [보호법의 규정을] 준용한다. 이 경우 [보호법] 제9조와 제13조를 제외하고는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음을 요하지 아니한다.
풀이하면:
- 성폭력범죄 피해자나 신고인에 대해서는, 보복 우려가 없어도 신원 보호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 단, 보호법 제9조와 제13조라는 두 조항은 예외입니다. 이들 조항은 여전히 보복 우려가 있어야 적용됩니다.
보복 우려 요건이 “일부” 사라진 이유
왜 모든 조항에서 보복 우려를 빼지 않았을까요?
성폭력처벌법이 준용하는 보호법의 조항들을 보면:
- 제5조(수사·공판 과정에서의 보호): 신원 보호 조치를 수사·공판 중 적용
- 제7조(인적 사항 기재 생략): 조서에서 이름, 주소 등을 쓰지 않기
- 제8조(인적 사항 공개 금지): 누가 신고인·피해자인지 알려주지 않기
- 제9조(신원관리카드): 신원 정보를 별도 카드에 관리
- 제10조~제13조(검찰·경찰의 신원 보호): 수사 단계의 각종 보호 조치
이 중 제9조와 제13조는 수사기관의 내부 관리 체계와 관련됩니다. 신원 정보를 어떻게 보관하고 관리할지를 다룹니다. 이 부분은 여전히 보복 우려를 기준으로 선별적으로 적용하려는 입법 의도로 보입니다.
나머지 조항들(제5, 7, 8, 10~12조)은 피해자·신고인 보호에 직접 관련되므로, 보복 위험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하기로 개정한 것입니다.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나
조서에서 이름을 빼는 조건 (제7조)
보호법 제7조는 구체적으로 이렇게 정합니다:
-
검사나 수사기관은 피해자·신고인의 성명, 연령, 주소, 직업 등 신원을 알 수 있는 사항을 조서에 기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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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관리카드라는 별도 문서에 이 정보를 저장합니다. 일반 조서에는 쓰지 않고, 신원은 보호하되 수사 진행을 위해 정보를 따로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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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할 때도 가명(가짜 이름)을 쓰고, 엄지손가락으로 날인합니다. 이렇게 한 가명 서명은 실명 서명과 같은 법적 효력이 있습니다.
-
피해자나 신고인의 진술서 제출 시에도, 검사나 수사기관의 ‘승인’을 받으면 신원 사항을 일부 또는 전부 빼고 작성할 수 있습니다.
제9조와 제13조를 제외하고는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신고인이 이 조치들을 보복 우려와 관계없이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청 vs 의무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신청에 따라 이뤄진다는 사실입니다:
- 피해자나 신고인: 수사기관에 “신원 보호를 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 수사기관의 의무: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신청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특별한 사유’가 무엇인지는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실제로는 수사기관이 판단하는 영역입니다.
한계와 주의점
어떤 경우에만 적용되나
성폭력처벌법 제23조의 신원 보호는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피해자나 신고인을 “증인으로 신문하거나 조사하는 경우”**에 한정됩니다.
예를 들어:
- 경찰에 피해를 신고할 때의 조서: ✓ 적용됨
- 검찰 조사: ✓ 적용됨
- 법정에서 증인 신문: ✓ 적용됨
하지만:
- 고소장을 제출할 때 고소인의 신원이 필요한 다른 행정 절차는? → 법 조항에 직접 나오지 않음
- 판결문에 고소인의 이름이 나올지는? → 제7조·제8조의 공개 금지 규정과 별개의 문제
공개 금지의 범위
보호법 제8조는 신원 보호를 받는 사람의 정보를 “공개하거나 보도하면 안 된다”고 금지합니다. 다만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 “이 법에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이 인정하는 예외 상황이 있다는 뜻입니다.
- “정황을 알면서”: 그 사람이 신고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위반입니다.
실제로 가해자가 수사 과정에서 어떤 정보를 보고 접할 수 있을지는, 수사기관의 신원 관리 방식과 절차에 따라 달라집니다. 법 조항만으로는 전부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제9조·제13조는 여전히 보복 우려 필요
이 두 조항은 성폭력처벌법 제23조의 예외 사항입니다. 즉:
- 신원관리카드 작성 방식(제9조)이나
- 수사기관 간 신원정보 이용(제13조)
이런 것들은 여전히 보복 우려가 있어야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성폭력범죄 피해자라도 이 부분만큼은 “보복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결론
성범죄를 신고하는 사람은 이제 가해자로부터의 보복 위험이 없어도 성명, 주소 같은 정보를 조서에서 빼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 수사기관이 “특별한 사유”를 이유로 거부할 수는 있습니다.
- 법원과 수사기관의 조사 과정에만 적용되며, 다른 절차는 별개입니다.
- 신원이 완벽하게 노출되지 않는 것은 보장해도, 법정 기록이나 판결문에서 신원이 드러나는지는 별도 문제입니다.
- 모든 신원 보호 조치가 보복 우려 없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제9조, 제13조 제외).
개정의 의의는, 성폭력범죄 피해자·신고인을 보복으로부터 먼저 보호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반영한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운영은 수사기관의 판단과 관리 역량에 좌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참고한 법령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
-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5조, 제7조, 제8조, 제9조, 제13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