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을 해외로 보내려고 갖고 있었다면, 어떤 죄가 되나
질문의 핵심: ‘목적’이 형량을 가른다
필로폰을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됐을 때, 그 소지에 수출입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적용되는 조문 자체를 바꾼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류관리법’)은 소지 행위를 단일하게 처벌하지 않는다. 목적이 있는 소지와 목적 없는 소지, 그리고 어떤 물질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조문과 법정형이 갈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해외로 보내려고 필로폰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관계만으로는 법정형을 단정할 수 없다. 필로폰이 마약류관리법상 어느 항목(목)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조문이 그 항목에 대해 수출입 목적 소지를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제58조: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 붙는 경우
마약류관리법 제58조제1항은 마약·향정신성의약품을 수출입·제조·매매하거나 그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자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한다. 다만 이 형이 적용되는 범위는 호(號)마다 다르게 규정돼 있다.
- 제58조제1항제3호는 특정 향정신성의약품(제2조제3호가목)에 대해 제조·수출입·매매·매매의 유인·권유·알선·수수 목적 소지까지 폭넓게 포함한다.
- 제58조제1항제6호는 다른 항목(제2조제3호나목)에 대해 제조·수출입 목적 소지만 해당한다. 이 항목의 매매·수수는 목적 요건 없이 제58조가 아니라 제60조제1항제2호에 규정돼 있다.
즉 같은 ‘수출입 목적 소지’라도 어느 호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조문이 다르고, 나목에 해당하는 물질을 매매 목적으로 갖고 있었다면 이는 제58조가 아니라 제60조의 영역이다.
제60조: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붙는 경우
제60조제1항제2호는 제2조제3호나목 및 다목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소지·소유·사용 등 목적 요건 없이 다룬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다. 이 조문에는 5년이라는 하한이 없고,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제58조와 다르다.
또한 제60조제1항제3호는 제2조제3호라목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해 제조·수출입하거나 그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경우를 정하는데, 이 역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다. 즉 라목에 해당하는 물질이라면 수출입 목적 소지라 해도 제58조의 5년 이상 징역이 아니라 제60조가 적용된다.
“필로폰이면 무조건 5년 이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필로폰이 마약류관리법 제2조제3호 가목·나목·다목·라목 중 정확히 어디에 해당하는지가 이 글감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 목에 따라 적용 조문과 법정형이 다르게 설계돼 있으므로,
- “필로폰은 마약이니 소지만 해도 5년 이상”이라는 말도,
- “해외로 보내려던 목적이 있었으니 무조건 5년 이상”이라는 말도
조문 구조상 성립하지 않는다. 목적 없는 단순 소지에 대한 법정형도 물질의 분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수출입 목적이 있더라도 그 물질이 제60조가 적용되는 항목이라면 5년이라는 하한 자체가 없다. 구체적 사안에서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지는 해당 물질의 법적 분류를 전제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이며, 이 글에서 필로폰의 분류 자체를 단정하지 않는다.
영리 목적·상습범 가중 구조도 다르다
제58조와 제60조는 가중처벌 방식도 서로 다르게 짜여 있다.
- 제58조제2항: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상습적으로 제1항의 행위를 한 경우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별도의 법정형을 정한다.
- 제60조제2항: 상습범에 대해서만 “그 죄에 대하여 정하는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고 정할 뿐, 영리 목적에 대한 별도 가중 규정은 없다.
즉 같은 ‘상습’이라도 제58조는 새로운 법정형(사형·무기·10년 이상)을 적용하고, 제60조는 기존 법정형을 2분의 1까지 올리는 방식이다. 영리 목적 가중은 제58조에만 있다.
미수범·예비음모 처벌 여부도 조문마다 다르다
두 조문 모두 미수범은 처벌한다(제58조제3항, 제60조제3항). 그러나 예비·음모 처벌 규정은 제58조에만 있다. 제58조제4항은 제1항(제7호 제외) 및 제2항에 규정된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는데, 제60조에는 이에 대응하는 예비·음모 처벌 조항이 없다.
이는 실무적으로 의미가 크다. 예컨대 수출입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준비 행위가 드러난 경우, 제58조가 적용되는 유형이라면 예비·음모 단계에서도 처벌될 수 있지만, 제60조가 적용되는 유형이라면 그렇지 않다.
법률 개정과 시행일 정리 — 문언은 바뀌지 않았다
현재 시행 중인 마약류관리법은 법률 제21691호(2026. 5. 26. 일부개정, 2026. 8. 27. 시행)이다. 다만 이 개정으로 실제 제58조·제60조의 문언을 만든 것은 그 이전 개정인 법률 제20878호(2025. 4. 1. 공포)이며, 법률 제21691호는 제58조·제60조를 고치지 않고 제4조, 제5조의2, 제55조, 제61조 등 다른 조문과 부칙(시행일·적용례)만 정했다.
앞으로 예정된 개정(2026. 10. 2. 시행 법률 제21857호, 2026. 11. 12. 시행 법률 제21102호, 2027. 9. 16. 시행 법률 제21932호) 역시 제58조·제60조의 문언을 그대로 유지한다. 즉 이 글이 다루는 소지 목적에 따른 조문 구분과 법정형 구조는 당분간 바뀌지 않는다.
정리
| 구분 | 제58조 (해당 시) | 제60조 (해당 시) |
|---|---|---|
| 기본 법정형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
| 벌금형 선택 | 불가 | 가능 |
| 영리 목적 가중 |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 규정 없음 |
| 상습범 가중 | 위와 동일(별도 법정형) |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
| 미수범 처벌 | 처벌 | 처벌 |
| 예비·음모 처벌 | 처벌(제7호 제외) | 규정 없음 |
해외로 보내려는 목적으로 필로폰을 소지한 사안이 어느 조문·어느 법정형에 해당하는지는, 그 물질이 마약류관리법 제2조제3호의 어느 목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확정한 뒤 해당 목에 대해 조문이 수출입 목적 소지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를 대조해야 판단할 수 있다. 이 글에서 다룬 자료만으로는 그 분류를 단정할 근거가 없으므로, 특정 사안의 결론을 미리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참고 법령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제3호(향정신성의약품의 분류)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벌칙) 제1항~제4항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0조(벌칙) 제1항~제3항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부칙(법률 제21691호, 2026. 5. 26.) 제1조~제3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