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는 건 누가 증명해야 하나요
요약 및 결론: 형법 제307조가 정하는 일반 명예훼손죄는 애초에 '비방할 목적'을 요건으로 삼지 않는다. 공연히 사실(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는지만 따진다. 반면 형법 제309조(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와 정보통신망법 제70조(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는 조문 자체에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라는 문구를 명시하고 있어, 이 목적도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 갖춰져야 하는 요건 중 하나가 된다.
온라인 게시글·댓글을 둘러싼 명예훼손 고소·고발이 흔해지면서, '비방할 목적'이라는 말이 명예훼손죄 전체에 붙는 공통 요건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는 형법 제307조, 형법 제309조,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각각 다른 요건 구조를 갖고 있고, '비방할 목적'이 등장하는 조문과 등장하지 않는 조문이 나뉜다. 이 차이를 모르면 어느 조문으로 다뤄지는 사안인지, 어떤 요건이 쟁점이 되는지부터 헷갈리게 된다.
형법 제307조에는 ‘비방할 목적’이 아예 없다
형법 제307조제1항과 제2항 어디에도 ‘비방할 목적’이라는 문언은 없다.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제2항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한다. 즉 이 조문은 적시한 내용이 사실인지 허위인지, 공연성이 있는지, 명예훼손의 결과가 있는지를 요건으로 삼을 뿐, 행위자가 어떤 의도나 목적을 가졌는지는 조문상 요건이 아니다.
제309조와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왜 다른가
형법 제309조제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제307조제1항의 죄를 범한 자”를 처벌한다. 즉 비방할 목적, 신문·잡지·라디오 기타 출판물이라는 매체, 제307조제1항이 정하는 행위(공연한 사실 적시)라는 세 요건이 겹쳐야 성립한다. 제2항은 같은 방법으로 제307조제2항의 죄(허위사실 적시)를 범한 경우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매체를 신문·잡지·라디오가 아니라 정보통신망으로 바꾼 조문이다. 제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 제2항은 같은 방법으로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한다. 형법 제307조의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라는 표현과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라는 표현은 문언 자체가 다르다는 점도 구분해야 한다.
행위별 분해표
| 어떤 행위 | 적용 조문 | 법정형 |
|---|---|---|
|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훼손 (비방 목적 불요) | 형법 제307조제1항 |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
|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명예훼손 (비방 목적 불요) | 형법 제307조제2항 |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
|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잡지·라디오 등 출판물로 제307조제1항의 죄를 범함 | 형법 제309조제1항 |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 |
| 비방할 목적으로 같은 방법으로 제307조제2항의 죄를 범함 | 형법 제309조제2항 |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
|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명예훼손 | 정보통신망법 제70조제1항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
|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명예훼손 | 정보통신망법 제70조제2항 |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 |
‘비방할 목적’은 누가 증명해야 하나
비방할 목적이 문제되는 것은 형법 제309조와 정보통신망법 제70조뿐이다. 이 두 조문에서 비방할 목적은 매체(출판물 또는 정보통신망), 공연성, 사실 적시라는 다른 요건들과 나란히 놓인 구성요건의 일부다. 조문에 명시된 요건인 이상 이 목적도 다른 요건과 마찬가지로 범죄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 밝혀져야 하는 사항이며, 조문 자체에는 이 목적이 있다고 추정하거나 별도 입증 없이 인정한다는 문구가 없다.
반대로 형법 제307조로 다뤄지는 사안에서는 비방할 목적 자체가 조문의 요건이 아니므로, 그 목적의 유무를 놓고 다투는 것이 이 조문의 성립 여부에 직접 영향을 주는 구조가 아니다.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 사안인지부터 먼저 확인해야 ‘비방할 목적’이 쟁점이 되는지 아닌지가 정해진다.
실제 처벌 수위
형법 제307조·제309조, 정보통신망법 제70조 각 항의 법정형은 위 표와 같이 조문에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다. 다만 이 조문들에 대한 양형기준 수치나 실제 선고형 통계는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공표 자료 없음.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3항·제4항 — 반의사불벌과 몰수·추징
정보통신망법 제70조제3항은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한다. 제4항은 “제2항의 죄를 지은 자가 해당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취득한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은 몰수한다. 그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몰수하기 불가능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고 정하며, 이 몰수·추징 규정은 거짓의 사실을 드러낸 제2항의 죄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2026년 개정과 시행일 — 제70조 문언은 그대로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 현재 문언은 2026년 1월 6일 공포된 법률 제21305호(상단 공포번호는 타법개정된 제21445호)로 만들어졌고, 2026년 9월 1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한편 2026년 3월 31일 공포된 법률 제21500호는 제45조, 제45조의3 등 여러 조문을 2026년 10월 1일(일부는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순차 시행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이 개정 대상 조문에 제70조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시행일 기준으로도, 시행예정본 기준으로도 제70조의 문언은 달라지지 않는다.
관련 법령
제307조(명예훼손)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09조(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①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제307조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자주 묻는 질문
비방할 목적이 없어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나요?
그렇다. 형법 제307조는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는지만 요건으로 하고, 비방할 목적은 이 조문의 요건에 들어 있지 않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못하나요?
정보통신망법 제70조제3항은 제1항·제2항의 죄를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즉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표시가 처벌 절차 진행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는 건 누가 증명해야 하나요?
비방할 목적은 형법 제309조와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서만 문제되는 구성요건 요소이며, 두 조문 모두 이 목적을 다른 요건과 함께 조문에 명시하고 있다. 이 목적을 추정하거나 별도 입증 없이 인정한다는 문구는 조문 어디에도 없으므로, 다른 구성요건 요소와 마찬가지로 범죄 성립을 인정하려면 이 부분도 함께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