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방할 목적'은 누가 증명하나 — 형법 제307조엔 없고, 제309조·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만 있는 이유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는 걸 누가 증명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정확히 답하려면, 먼저 확인할 게 있다. 어느 조문 이야기인지다. ‘비방할 목적’은 명예훼손 관련 조문 전체에 공통으로 붙는 요건이 아니다. 형법 제307조에는 아예 그런 문구가 없다.
형법 제307조 — ‘비방할 목적’ 없이도 성립
형법 제307조(명예훼손)는 이렇게 되어 있다.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두 항 어디에도 ‘비방할 목적’이라는 말이 없다. 요건은 ①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 ② 사실(또는 허위 사실)의 적시, ③ 그로 인한 명예훼손, 이 세 가지뿐이다. 즉 형법 제307조로 기소된 사건이라면 ‘비방할 목적을 증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 조문에 없는 요건이기 때문이다.
형법 제309조 — ‘비방할 목적’ + 출판물 + 제307조제1항의 죄
‘비방할 목적’이 등장하는 자리는 형법 제309조(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다.
①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제307조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제1항의 방법으로 제307조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서는 세 가지가 동시에 겹쳐야 한다.
- 비방할 목적이 있을 것
-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이라는 매체를 통할 것
- 그 방법으로 제307조제1항의 죄(제2항은 제307조제2항의 죄)를 범할 것
‘비방할 목적’만 따로 떼어서 제307조에 얹어 생각하면 안 된다. 제309조는 제307조보다 법정형이 더 무거운데(제1항 기준 7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제307조제1항의 500만원 이하보다 높다), 그 이유가 바로 ‘비방할 목적’이라는 추가 요건과 ‘출판물’이라는 매체 요건이 더 붙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 두 항 모두 ‘비방할 목적’이 앞선다
인터넷·SNS 등에서 벌어지는 명예훼손은 형법이 아니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조문을 그대로 보면 이렇다.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④ 제2항의 죄를 지은 자가 해당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취득한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은 몰수한다. 그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몰수하기 불가능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형법 제307조와 문언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짚어야 한다. 형법 제307조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라고 쓰는 반면,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라고 쓴다. 그리고 제1항·제2항 모두 앞머리에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가 붙는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명예훼손 사건에서 ‘비방할 목적’ 여부가 자주 다투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 조문 자체가 그것을 구성요건으로 못박아 두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정보통신망법 제70조제1항은 형법 제307조제1항과 달리 ‘금고’형이 없고 징역·벌금형만 있다는 점, 제2항 죄에 한해 위반행위로 얻은 금품·이익을 몰수·추징한다는 제4항이 별도로 있다는 점도 조문상 확인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 증명은 누구의 몫인가
정리하면 이렇다.
- 형법 제307조로 기소된 사건이라면 ‘비방할 목적’은 애초에 그 죄의 구성요건이 아니므로, 그 요건을 놓고 다툴 대상 자체가 없다. 이 사건에서는 공연성과 사실(또는 허위사실) 적시 여부가 쟁점이 될 뿐이다.
- 형법 제309조 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로 기소된 사건이라면 ‘비방할 목적’은 조문이 명문으로 적어 놓은 구성요건 요소다.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을 구성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은 검사가 증명해야 하고, 피고인이 자신에게 그런 목적이 없었음을 스스로 증명할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형사절차의 기본 원칙이다. ‘비방할 목적’이 조문상 요건으로 못박혀 있는 이상, 이 부분이 충족되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면 그 조문의 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비방할 목적’을 구체적으로 어떤 사정을 통해 인정하거나 부정하는지—예컨대 공익성이나 표현의 맥락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조문 문언만으로는 알 수 없고,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재판 과정에서 판단될 문제다. 이 글은 조문 구조를 확인하는 데 그치며, 이 주제에 관해 특정 판례를 인용하지 않는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개정 예정본 주의
정보통신망법은 2026년 10월 1일 시행 예정인 개정 법률(법률 제21500호, 일부 개정규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 시행)이 예고되어 있다. 다만 이 개정에서 고치는 조문 목록에 제70조는 포함되어 있지 않고, 시행예정본에서도 제70조의 문언은 현행과 동일하다. 즉 ‘비방할 목적’ 요건 자체는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된다.
요약
| 조문 | ‘비방할 목적’ 요건 | 그 밖의 핵심 요건 | 법정형(제1항 기준) |
|---|---|---|---|
| 형법 제307조제1항 | 없음 | 공연성 + 사실 적시 | 2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 |
| 형법 제309조제1항 | 있음 | 출판물 등의 방법 + 제307조제1항의 죄 | 3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 |
| 정보통신망법 제70조제1항 | 있음 | 정보통신망을 통한 공연한 사실 적시 |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는 걸 누가 증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사건이 형법 제307조 사안인지 아니면 제309조·정보통신망법 제70조 사안인지부터 구분한 다음에야 의미를 가진다.
참고 법령
-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제1항·제2항
- 형법 제309조(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제1항·제2항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벌칙) 제1항~제4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