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글 삭제 요청해도 '삭제'만은 아니다…법이 정한 건 '필요한 조치'
제1항은 요청할 수 있는 권리…제2항 의무는 “지체 없이 삭제ㆍ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
인터넷에 오른 글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삭제를 요청해도 법이 사업자에게 지운 의무는 삭제 그 자체가 아니라 “삭제ㆍ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는 6개 항으로 이뤄져 있다. 각 항 안에 호나 목은 없고, ‘다만’으로 시작하는 단서 조항도 없다.
제1항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가 해당 정보를 처리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한다. 조문은 이를 “삭제등”이라고 부른다.
같은 항 후단은 통지 수단을 다룬다. 삭제등을 요청하는 신청인은 문자메시지, 전자우편 등 처리 경과와 결과를 통지받을 수단을 지정할 수 있고, 해당 정보를 게재한 정보게재자도 조치 사실을 통지받을 수단을 미리 지정할 수 있다.
요청을 받은 쪽의 의무는 제2항에 있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삭제등을 요청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ㆍ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조치 사실은 해당 게시판에 공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문언은 삭제만을 명하지 않는다. 요청하는 쪽이 얻는 것은 요청할 수 있는 권리이고, 받는 쪽이 지는 것은 필요한 조치와 통지ㆍ공시의 의무다. 요청이 곧 삭제로 이어진다는 문언은 이 조문에 없다.
흔히 거론되는 30일은 제4항에 있다. 제공자는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임시조치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임시조치의 기간은 30일 이내로 한다”.
30일은 임시조치 기간의 상한이지 삭제 처리기한이 아니다. 제2항이 정한 시한 문언은 “지체 없이”뿐이고, 이 조문에 숫자로 정한 삭제 완료기한은 없다.
제3항은 요청과 무관하게 지는 의무다. 제42조에 따른 표시방법을 지키지 아니하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이 게재돼 있거나 제42조의2에 따른 청소년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 없이 청소년유해매체물을 광고하는 내용이 전시돼 있으면, 제공자는 요청이 없어도 지체 없이 그 내용을 삭제하여야 한다.
제5항은 필요한 조치에 관한 내용과 절차 등을 미리 약관에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한다. 제6항은 제2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하면 “이로 인한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고 정한다. 감경 또는 면제가 가능하다는 문언이지 자동 면책 규정이 아니다.
항마다 어미가 다르다. 제1항은 요청할 수 있다, 제2항은 알려야 한다와 하여야 한다, 제3항은 삭제하여야 한다, 제4항은 할 수 있다, 제5항은 밝혀야 한다, 제6항은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로 끝난다.
요청이 없을 때의 조치는 제44조의3이 따로 정한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유통되는 정보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되면 임의로 임시조치를 할 수 있고, 이때 준용되는 것은 제44조의2 제2항 후단과 제4항 후단, 제5항이다. 조문 전체가 준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의 확인 범위에서는 제44조의2 위반 그 자체에 직접 연결된 형벌이나 과태료 조항이 확인되지 않았다. 벌칙인 제74조와 과태료인 제76조의 각 호에 제44조의2를 열거한 자리는 없다. 다만 이는 두 조문에 인용이 없다는 사실일 뿐,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다른 조문에 따른 책임까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정보통신망 명예훼손의 형사책임은 제70조가 따로 정한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거짓의 사실을 드러낸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70조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제4항은 제2항의 죄를 지은 자가 해당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취득한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몰수하고, 몰수가 불가능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한다. 이는 게재한 자의 죄를 정한 조문이며, 삭제요청을 받은 제공자를 제재하는 조문이 아니다.
게시한 이용자의 정보를 받는 절차는 제44조의6이다. 권리를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자는 분쟁조정의 신청 또는 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하기 위하여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분쟁조정부에 최소한의 이용자 정보를 제공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 청구를 받는 상대는 제공자가 아니라 분쟁조정부다.
분쟁조정부는 해당 이용자와 연락할 수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그 이용자의 의견을 들어 정보제공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고, 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그 목적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76조 제3항 제4호의2의 1천만원 이하 과태료는 제44조의6 제1항에 관한 것이다.
분쟁조정의 기간도 제44조의2의 30일과는 다른 숫자다. 조정을 의뢰받은 분쟁조정부는 신청을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하여 조정안을 작성하여야 하고,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분쟁조정부의 의결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조정안을 제시받은 당사자는 제시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수락 여부를 통보하여야 한다.
당사자가 조정안을 수락하고 조정서에 기명날인하면 조정서와 같은 내용의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 분쟁조정부는 조정하기에 적합하지 아니하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신청됐다고 인정하면 조정을 거부할 수 있고, 한쪽 당사자가 소를 제기하면 조정의 처리를 중지하고 이를 당사자에게 알려야 한다.
개정 이력은 현행본 상단의 공포번호와 구별해야 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이 법의 현행본 상단에 표시되는 법률 제21305호(2026년 1월 6일 공포, 2026년 7월 7일 시행)는 제44조의2를 고치지 않았다.
제1항 후단인 신청인과 정보게재자의 통지수단 지정 문언을 신설한 것은 법률 제19154호다. 2023년 1월 3일 공포됐고, 부칙이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정해 2023년 7월 4일 시행됐다.
다만 조문 전체를 하나의 법률이 만든 것은 아니다. 제44조의2는 2008년 6월 13일 전문개정 위에 2016년 3월 22일과 2023년 1월 3일 개정이 겹친 문언이다.
제44조의2는 요청할 수 있는 권리와 요청을 받은 자가 지는 의무를 나누어 정하고 있고, 요청 자체로 삭제가 확정된다는 문언은 두고 있지 않다.
참고 법령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2조(청소년유해매체물의 표시), 제42조의2(청소년유해매체물의 광고금지), 제44조(정보통신망에서의 권리보호),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 제44조의3(임의의 임시조치), 제44조의6(이용자 정보의 제공청구), 제44조의18(분쟁조정부), 제44조의20(분쟁의 조정), 제44조의22(조정의 효력), 제44조의23(조정의 거부 및 중지), 제70조(벌칙), 제74조(벌칙), 제76조(과태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