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 마약류가 되는 날은 하나가 아니다: 예고·임시·정식 지정에서 확인할 것
어떤 물질이 어느 날부터 규제 대상이 되는지 판단할 때는 물질명만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마약류 관리 법체계에는 예고임시마약류, 임시마약류, 그리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식 마약류라는 서로 다른 단계가 있다. 같은 물질이라도 언제, 어느 단계에 있었는지와 문제 되는 행위가 무엇인지에 따라 적용 조문이 달라진다.
이 글은 개별 사안의 책임이나 결과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정 시점과 규제 구조를 읽는 기본 틀을 정리한 것이다.
먼저 확인할 답: 지정일은 하나의 날짜가 아닐 수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마약류’를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로 정의하고, 향정신성의약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물질이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어떤 물질이 정식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하는지는 시행령 별표의 개정 내용과 그 개정규정의 시행일을 함께 보아야 한다.
에토미데이트가 좋은 예다. 관련 시행령 개정은 2025년 8월 12일 공포됐지만, 별표 6 제83번란에 관한 개정규정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하도록 정해졌다. 이에 따라 에토미데이트는 2026년 2월 13일부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관리됐다. 공포일과 해당 물질의 정식 마약류 관리 시작일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고 단계부터 금지행위가 시작된다
정식 지정 전에는 임시마약류 제도가 작동할 수 있다. 보건상 위해가 우려돼 긴급히 마약류에 준해 관리할 필요가 있는 물질은 임시마약류로 지정될 수 있고, 위해 가능성에 따라 1군과 2군으로 나뉜다.
중요한 점은 지정 예고가 단순한 안내가 아니라는 것이다. 관계 기관 협의 뒤 1개월 이상 예고되는 예고임시마약류도 예고한 날부터 임시마약류 지정 공고 전날까지 효력이 있다. 이 기간에도 재배·추출·제조·수출입, 매매·알선·제공, 소지·사용·운반·투약·보관, 그리고 일정한 장소·시설·장비·자금·운반수단 제공이 금지된다. 예고 단계의 위반에는 과태료 규정이 별도로 적용된다.
임시마약류로 지정되면 지정기간은 3년의 범위에서 정해진다. 지정기간이 끝나기 전 다시 예고해 재지정할 수 있다. 임시마약류의 효력 기한을 없애는 방안은 추진 논의가 있었지만, 이를 이미 시행된 제도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임시’라고 가벼운 것은 아니다
임시마약류는 군과 행위 유형에 따라 법정형이 달라진다. 아래 표는 법률에 명시된 핵심 구분이다. 법정형은 법률이 정한 범위이며, 개별 사안의 결론을 뜻하지 않는다.
| 대상 | 금지행위 구분 | 벌칙 조문 | 법정형 |
|---|---|---|---|
| 1군 임시마약류 | 소지·소유·사용·운반·관리·투약·보관 | 제59조 제1항 제13호 | 1년 이상의 유기징역 |
| 1군 임시마약류 | 장소·시설·장비·자금·운반수단 제공 | 제60조 제1항 제5호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
| 2군 임시마약류 | 재배·추출·제조·수출입 등 | 제60조 제1항 제6호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
| 2군 임시마약류 | 매매·알선·제공, 소지·사용·투약·보관, 제공행위 | 제61조 제1항 제8호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
특히 1군 임시마약류의 소지·사용·투약·보관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법정형이다. ‘임시’라는 명칭만 보고 규제가 약하다고 이해하면 안 되는 이유다.
정식 향정신성의약품도 제2조 제3호의 가목부터 라목까지 분류에 따라 벌칙이 달라진다. 가목의 소지·소유·사용·관리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나목·다목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라목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규정이 각각 연결된다. 따라서 정식 지정됐다는 사실만으로 법정형을 단정할 수 없으며, 해당 물질이 시행령 별표에서 어느 분류에 들어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지정 전의 행위와 지정 뒤 계속된 보관은 구별한다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고 정한다. 어떤 행위 당시 그 물질이 규제 대상이 아니었다면, 뒤늦은 지정만으로 그 과거 행위를 소급해 판단하는 구조는 아니다.
다만 시점은 행위별로 따져야 한다. 지정 뒤에도 소지 또는 보관이 계속됐다면, 이는 지정 뒤 시점의 행위로 별도로 검토될 수 있다. 임시마약류 금지행위에 소지·소유·사용·운반·관리·투약·보관이 함께 열거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질문은 “언제 취득했는가” 하나로 끝나지 않고, 각 행위가 언제 있었는지로 나뉜다.
“무슨 약인지 몰랐다”는 말도 두 층위로 나뉜다
물질의 정확한 명칭을 잘못 안 경우와, 그것이 마약류라는 성질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는 같은 질문이 아니다. 전자는 의도한 대상과 실제 대상이 달라진 착오의 문제로, 후자는 구성요건적 사실에 관한 인식의 문제로 구분해 살펴야 한다.
형법 제27조는 실행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결과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으면 처벌할 수 있다고 정한다. 하급심 법원의 판단에서도 특정 물질을 다른 물질로 오인한 상황을 다루면서, 실제 투약 물질에 대한 인식이 증명됐는지와 의도한 물질에 관한 불능미수의 문제를 구별해 검토한 바 있다. 이처럼 ‘약 이름을 몰랐다’는 한 문장만으로는 법적 의미가 정해지지 않는다.
정리하면, 이 주제에서는 물질명보다 먼저 행위 시점, 당시의 지정 단계, 군 또는 분류, 행위 유형, 인식과 착오의 내용을 차례로 확인해야 한다. 그 다섯 가지가 달라지면 적용 규정도 달라진다.
참고 법령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제3호, 제5조의2, 제59조 제1항 제13호, 제60조 제1항 제2호·제5호·제6호, 제61조 제1항 제5호·제8호, 제69조 제1항 제10호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 6 제83번란, 대통령령 제35707호 부칙 제1조
- 「형법」 제1조 제1항, 제27조
관련 판례
항소심 판단 원문: "원심은, 피고인이 케타민을 투약할 고의를 가지고 플루오로-2-옥소 피시이를 케타민으로 착각하고 투약하여 케타민 투약 불능미수죄를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와 달리 피고인이 자신이 투약한 마약류가 플루오로-2-옥소 피시이라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판결이 아니라 하급심 판단이며, 확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